<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역사는 반복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일은 없고(전도서)’, ‘역사의 운율은 반복된다(마크 트웨인)’.
야구도 마찬가지다. 발사각도, 수비 시프트, 오프너 등이 비교적 최근에야 각광받고 있지만 과거에도 이를 연구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단지 그 당시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반복된다는 점은 야구 경기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제 KBO의 역사도 40년에 가깝고 2만 번에 가까운 경기가 치러졌다. 어제의 개막을 시작으로 매일 새로운 경기가 펼쳐지겠지만, 모든 새로운 경기는 또한 모두 과거에 있었던 경기의 재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특정한 경기와 가장 비슷한 경기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또 과거의 명경기와 비슷한 경기는 어떤 경기가 있었을까? 1982년부터 2019년까지의 경기 결과를 이용해 조사해 봤다.
비슷한 경기 찾기
비슷한 경기를 찾는 작업에는 경기의 스코어보드만 활용했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누구이고 성적이 어땠는지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스코어보드 이외의 경기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총 5단계 과정을 거쳐 주어진 경기와 가장 유사한 경기를 찾았다. 위의 5월 5일 롯데-KT전을 기준으로 알아 보자.
1. 승리팀(홈팀/원정팀/무승부)이 같은 경기를 고른다. 위 경기에서는 원정팀인 롯데가 승리했다.따라서 먼저 약 2만 개의 경기 중 원정팀이 승리한 것만 골라낸다.
2. 경기 길이가 같은 경기를 고른다. 위 경기는 9회 말까지 진행되었다. 원정팀이 승리한 경기 중 9회 말까지 진행된 경기만 골라낸다.
3. 골라낸 경기들에 대해 ‘이닝별 리드 상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평가하는 ‘리드 일치도’를 계산한다. ‘이닝별 리드 상황’은 스코어보드를 기준으로 그 이닝이 최종적으로 어느 팀의 리드로 끝났는지를 체크한 것이다. 아래는 위 경기의 이닝별 리드 상황을 표시한 것이다. H은 홈팀 리드, A는 원정팀 리드, T는 동점이다.
‘리드 일치도’는 두 경기의 이닝별 리드 상황이 서로 완전히 일치하면 0점, 하나 다를 때마다 1점씩 점수를 더하는 방식으로 구한다. 만약 다른 이닝은 모두 같고 1회 초 리드 상황만 다른 가상의 경기가 있다면 이 경기와 5월 5일 롯데-KT전 사이의 리드 일치도는 1점이다.
4. 다음으로는 이닝별 득점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평가하는 ‘득점 일치도’를 계산한다. 득점 일치도 역시 이닝별 득점이 완전히 일치할 경우 0점이며, 이닝별로 득점 차이가 있을 경우 그 차이를 제곱한 값을 득점 일치도에 더해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1회 초에 원정팀이 2점을 득점한 것 외에는 5월 5일 롯데-KT전과 모든 것이 똑같은 가상의 경기가 있다면 득점 일치도는 4점이다.
5. 2까지 걸러낸 경기를 리드 일치도를 기준으로 줄세우고, 리드 일치도가 동점인 경기에 대해서는 득점 일치도를 기준으로 다시 줄세워 가장 유사한 경기를 찾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5월 5일 롯데-KT전과 가장 유사한 경기는 2013년 4월 4일 SK-두산전으로 확인됐다. 이 경기는 1982년 9월 25일 해태-OB전과 함께 리드 일치도가 0점인 유이한 경기였다. 득점 일치도는 5점으로, 7회와 8회에 홈팀이 1점, 2점을 득점한 것 외에는 모든 득점 상황이 같았다.
명경기와 가장 비슷했던 경기는?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로 프로야구 첫 경기인 1982년 3월 27일 삼성-MBC전이 첫 손에 꼽힌다.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린 이 경기와 가장 유사한 경기는 어떤 경기였을까?
위 기준에 따라 검색했을 때 원년 개막전과 가장 비슷한 경기는 리드 일치도 0, 득점 일치도 29인 2001년 8월 28일 SK-한화전, 2010년 6월 6일 KIA-넥센전, 2011년 7월 19일 LG-넥센전이었다. 아래는 셋 중에서 (눈대중으로)가장 비슷해 보이는 2001년 8월 28일 SK-한화전의 박스스코어다.
경기 초반에 원정팀 SK가 비교적 큰 리드를 잡았지만 6,7 회에 연거푸 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 무득점이 이어지다 10회 말에 김태균이 끝내기 홈런을 터트려 한화가 승리했다. 끝내기 만루홈런이 아니라 3점홈런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원년 개막전과 거의 유사한 양상이다. 이 경기에 출장했던 선수 중에서는 김태균만 현역으로 남아 있고, 한화의 3번째 투수 한용덕은 이제 한화 감독이 되었다.
가장 극적인 개막전이 원년 개막전이었다면 가장 극적인 한국시리즈로는 SK와 KIA의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을 꼽을 수 있다. 나지완이 해결사였던 이 경기와 가장 비슷한 경기는 언제였을까?
공교롭게도 KIA와 SK의 2017년 5월 14일 경기가 가장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리드 일치도 0, 득점 일치도 5) 이번에는 SK가 홈의 만원 관중 앞에서 복수를 펼쳤다. 나지완은 해결사가 아니었다. 타자로는 나주환, 최정, 나지완, 안치홍이 두 경기에 모두 출장했고, 투수로서는 양현종과 (팀을 옮긴)고효준이 두 번 등판했다.
트리비아
역대 가장 흔하게 발생한 이닝별 리드 상황은 1회초부터 9회말까지 모두 원정팀이 리드한 경우로, 총 2067번 있었다. 2위는 홈팀이 1회초에 실점하지 않고 1회말에 리드해 9회초까지 리드한 경우였다(1999번). 3위는 2회 초부터 9회 말까지 원정팀이 리드한 경우다(967번).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가장 많이 발생한 득점 양상은 어떨까? 홈/원정/동점 3개로 나뉘는 리드 상황에 비해 득점은 훨씬 경우의 수가 많아 완전히 겹치기도 어렵고 예상하기도 어렵다. 가장 많이 나타난 득점 양상은 4회 말에 홈팀이 1점을 득점해 0-1로 승리한 경우로 총 31번 있었다. 2, 3위도 모두 홈팀이 0-1로 승리한 경우였는데, 9회 말에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것이 29번, 1회 말에 얻은 1점을 끝까지 지킨 것이 26번이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리드 상황이 많이 바뀌는 경기는 재밌다. 역대 가장 리드 상황이 많이 바뀌었던 경기는 2005년 6월 19일, 둘 모두 암흑기를 보내던 LG와 롯데의 경기였다. 11회까지 무려 11번이나 리드 상황이 바뀌는 접전 끝에 LG가 7-6으로 승리했다. 이닝별 리드 상황과 박스스코어는 아래와 같다.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기록=statiz, KBO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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