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개막을 예고한 KBO리그는 연습 경기를 통해 오랜만에 팬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으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던졌다. 이런저런 관심사 중 단연 주목받는 것은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다. 성민규 신임 단장이 전면에 나서는 등 다양한 시도로 부산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로 포수 지성준을 영입한 사건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모든 면에서 롯데 포수진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롯데 포수진은 강민호의 충격적인 이적 후 밑바닥을 찍었다. 2018-19시즌엔 공수 양면에서 리그 최악의 성적을 냈다.
지성준은 통산 0.699의 OPS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팀별 포수 OPS 순위는 LG가 0.698로 5위, 삼성이 0.671로 6위였다. 포수로서 지성준의 타격 성적이 리그 평균 정도는 된다는 셈법이 가능하다.
수비면에선 어떨까? 폭투, 포일 등 블로킹 수치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다만 2018년보다 2019년 기록이 좋았고, 적은 출장 시간에 비해 좋은 기록을 갖고 있어 향후 발전이 기대된다. 그리고 강점도 한 가지 있다. 안정적인 프레이밍 능력이다.
미트질 하나로 얻어낸 3승
지난 2년간 지성준은 스트라이크 존 경계 주변에서 더 많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얻어냈다. 팀엔 총 3.6점에 해당하는 이득을 벌어줬다. 같은 기간 한화 최재훈, LG 유강남, 두산 박세혁의 뒤를 잇는 리그 4위다. 판정 2000회당 득점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단계 순위가 오른다. 적은 출장 기회 속에서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더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18년과 2019년 롯데 포수진이 6406회의 판정 동안 쌓은 프레이밍 득점 합계는 -23.1점이었다. 이 기록에 지성준의 ‘판정 2000회당 프레이밍 득점’을 대입하면 점수가 +13.6점으로 뒤바뀐다. 2년간 36.7점의 차이가 난 것이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환산하면 프레이밍만으로 연간 1.5승 가까운 이득이 생긴다. 아쉬운 블로킹 기록을 만회할 만하다.
롯데의 실책: 잡아야 할 공을 잡지 못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이를 위해 롯데 포수진, 지성준, 그리고 프레이밍 최고수 반열에 오른 최재훈의 기록을 비교했다. 세 그룹이 프레이밍을 통해 얻은 이득과 손해는 다음과 같다.
검은 점선은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이다. 외곽의 검은 선은 공 끄트머리가 존의 경계선을 스쳐 지나가며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다. 높이는 타자의 자세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편의상 리그 평균에 가까운 값을 사용했다.
잘 알려진 대로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실제 규정보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다. 붉은 점 지대와 푸른 점 지대가 만나는 중립 영역의 가운데로 심판이 판단하는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선이 지나간다고 볼 수 있다.
롯데 포수진은 존의 안쪽에서 큰 손해를 봤다. ‘손해’로 표시된 파란 점은 스트라이크로 판정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볼이 된 경우다. 롯데 포수진은 이런 사례가 나온 비율이 15%로 최재훈의 11%, 지성준의 13%보다 높았다. 반면 볼이 될 법한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낸 비율은 12%로 최재훈의 16%, 지성준의 13%보다 낮았다. 즉, ‘기본’도 놓치고 ‘추가점’도 놓친 것이다.
필자는 지난 2년간 롯데 포수진이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공을 볼로 만들어내는 장면을 몇 차례 본 기억이 있다. 실제 결과를 보면 기억이 잘못되진 않은 것 같다.
낮은 공에 약했던 롯데
앞서 지성준 영입은 롯데에 2년간 36.7점의 이득을 안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림을 살펴보면 포수마다 프레이밍을 잘하는 코스와 그렇지 않은 코스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례로 최재훈은 낮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바꾸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높은 존에 들어온 공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면 코스에 따라 비교해야 선수 교체에 따른 손익 계산이 더 정확해질 수도 있다. 롯데 투수진이 모두 높은 코스로만 공을 던진다면, 높은 코스 프레이밍은 뛰어나지 않았던 최재훈이 공을 받아도 대체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발상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나눠 비교를 이어 가기로 했다. 물론 지나치게 세세하게 나눈 계산은 적은 표본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오차에 대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먼저 낮은 코스부터 살펴보자. 지성준은 존의 낮은 곳에서 ‘흑자 운영’에 성공했다. 롯데는 어땠을까?
롯데 포수진은 223번 프레이밍 성공(볼→스트라이크)을 통해 23.6점의 이득을 취했다. 그리고 241번 프레이밍에 실패(스트라이크→볼)하면서 26.2점을 잃었다. 지성준이 같은 코스에 들어온 공을 받는다면 어떨까? 그가 받은 표본에서 프레이밍에 성공/실패한 비율을 계산해 롯데 포수진이 받은 공 개수에 대입하면 프레이밍 성공/실패 횟수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성공/실패마다 평균 손익 점수를 대입하면 된다.
이렇게 계산한 결과 ‘롯데 지성준’이 출전했을 경우 낮은 코스에서 7.6점의 이득을 본다는 계산이 나왔다. 기존 롯데 포수진과 비교하면 10.2점을 더 얻는 셈이다. 그렇다면 높은 코스는 어땠을까?
롯데는 높은 코스에서도 손해를 봤다. 하지만 다른 선수와의 격차는 조금 좁혀졌다. 이번에도 지성준을 대신 투입한 경우 총 5.4점의 이득을 보는 것으로 계산됐다. 기존 결과 대비 7.7점의 상승이 있었다.
같은 식으로 타자가 들어선 타석 방향에 따라 몸쪽, 바깥쪽에 대한 계산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지성준 대체 출장 시 손익은 +40.9점으로, 영역 구분 없이 계산해 나온 +36.7점보다 미세하게 좋았다. 2년간의 기록임을 고려하면 지성준이 롯데에서 풀타임으로 출장할 경우 지금보다 1년에 2승 가까운 이익을 프레이밍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갸우뚱’은 그만
지성준이 만병통치약처럼 롯데 포수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풀타임 출장 경력도 없고, 팀의 1 옵션이 된 적도 없다. 타격 성적은 포수라는 딱지를 떼고 보면 좋게 봐주기 어렵다. 하지만 롯데 투수들은 지난 2년간 의아한 볼 판정에 자주 고개를 저어야 했다. 지성준 영입으로 그런 장면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김지호, 조예은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송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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