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야구공작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IA 타이거즈 드류 가뇽

드류 가뇽,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우투우타, 193cm, 98kg, 1990년 6월 26일생
마이너리그 통산 223등판(163선발) 970.1이닝 ERA 4.54 WHIP 1.33
2019시즌 AAA 15등판(15선발) 88.2이닝 ERA 2.33 WHIP 1.07

지난해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들이 합작한 WAR은 1.08로 10개 구단 최하위였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KBO에서,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특히 치명적이다. 이에 KIA는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애런 브룩스가 연습 경기에서 연이은 호투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드류 가뇽 역시 만만한 투수는 아니다. 지난해 인터내셔널 리그(AAA) ERA, WHIP 1위가 그것을 증명한다(70이닝 이상 소화 기준).

배경

원래 가뇽은 마이너리그에서도 실패를 거듭한 선수였다. 2017년까지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ERA 4.80(1176이닝), AAA 성적은 6.35(231이닝)에 불과했다. 방출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가뇽은 생각의 변화와 체인지업 향상을 통해 새로운 선수로 다시 태어났고, 메이저리그 승격까지 이뤄냈다. 가뇽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가뇽은 2008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지명(10라운드 294순위)을 거부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에는 해가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였고(1학년 ERA 6.31, 3학년 2.31), 2011년 밀워키 브루어스 지명(3라운드 100순위)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11년 지명 당시 좋은 제구를 갖고 있으나, 강점이 될만한 구종이 없고 투구 동작이 부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주무기의 부재는 가뇽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커브와 체인지업 모두 결정구로는 부족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14년 리포트에서 결정구의 부재를 지적하며 가뇽을 불펜 투수감으로 평가했다. 포심 패스트볼 역시 구속이 90마일(약 145km)로 그리 빠르지 않아 장타 허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받았다. AAA에서 3년 연속 5~6점대 ERA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가뇽은 결국 2017시즌 후 방출됐다.

<가뇽의 마이너리그 성적>

*2019년 ERA, WHIP 순위는 70이닝 이상 소화 기준

반전이 일어난 것은 2018년이었다. 방출 두 달 후 뉴욕 메츠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가뇽은 직전 시즌에 비해 ERA를 2점대 가량 낮췄다. 훗날 가뇽이 밝힌 바에 의하면, 반전의 비결은 생각의 변화였다. 방출 이전까지 가뇽은 구속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를 위해 투구폼 수정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낭비했고, 공을 던질 때는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했다. 그러던 가뇽은 이후 생각을 바꿔 구속을 높이기보단 본인의 재능을 믿고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반전 비결은 체인지업이었다. 원래 가뇽의 체인지업은 기껏해야 평균 정도 수준이라는 평가였다(2011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그런데 2016년 봄, 가뇽은 훈련 도중 우연히 손에 딱 들어맞는 체인지업 그립을 발견했다. 새로운 체인지업은 가라앉는 움직임이 매우 좋았고, 타자의 헛스윙을 잇달아 유도했다. 가뇽은 새로운 체인지업이 본인의 커리어를 구원했다고 말한다.

<가뇽의 메이저리그 성적>

반전을 이뤄낸 가뇽은 마이너리그에선 좋은 투수로 올라섰으나, MLB에선 역부족이었다. 2018년 9월 한 달 동안 불펜으로 7.1이닝 1자책을 기록하며 잠시 가능성을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그러자 NPB(일본 프로야구)와 KBO 몇몇 구단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지난해 12월 KIA에 입단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기대 요소 ① 최상급 체인지업
가뇽의 가장 큰 장점은 체인지업이다. 2020년 KBO 최고의 체인지업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체인지업은 MLB에서 *허용 xwOBA 0.280(MLB 평균 0.290), 헛스윙률 41.9%(평균 30.7%)를 기록했다. 미키 캘러웨이 뉴욕 메츠 감독은 ‘정말 좋은 체인지업’이라고 극찬했다. 2017년 뉴욕 메츠가 방출 신세의 가뇽을 영입한 이유는 체인지업의 회전과 무브먼트 때문이었다.
*wOBA: 안타, 볼넷, 홈런 등 각 이벤트의 득점 가치를 매겨 타자의 생산력을 평가하는 지표. xwOBA는 타구 속도, 발사각 등 타구의 질을 통해 계산한 wOBA다.

기대 요소 ② 뛰어난 제구
제구 역시 강점이다. 2012년에는 밀워키 유망주 가운데 최고의 *컨트롤을 가진 투수로 선정됐다. *커맨드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MLB 파이프라인은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제구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가뇽은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3.27개 볼넷을 허용했는데, 2018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2.18개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 또한 3.03개로 준수하다(MLB 평균 3.27). Edge%(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 구사율) 역시 46.9%로 높았다(평균 39%).
*컨트롤: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는 능력 / 커맨드: 공을 원하는 곳에 넣는 능력.

기대 요소 ③ 좋은 내구성과 풍부한 선발 경험
내구성 또한 좋다. 가뇽은 2011년 프로 데뷔 이후 세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두 시즌은 불펜 투수로 뛰었으며, 한 시즌은 데뷔 시즌이었다. 부상 경력도 거의 없다. 7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3번 이름을 올린 게 전부다. 그마저도 모두 3~4년 전 일이다. 선발 경험도 풍부하다. 마이너리그 통산 223경기 가운데 163경기에 선발 출장했으며, 2018년 이후로는 43경기 모두 선발로 출장했다.

불안 요소 ① 단순한 볼배합

<가뇽의 구종 정보(2019 AAA 기준)>
<그림1. 카운트에 따른 구종 구사(2019 MLB 기준). 빨간색이 직구, 초록색이 체인지업, 하늘색이 커브, 노란색이 슬라이더다. (자료 출처: 베이스볼서번트)>

*2019년 가뇽은 AAA에선 선발, MLB에선 불펜으로 등판했다.

단순한 볼배합은 불안 요소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포심+체인지업 구사율이 90%에 달하며, 그 가운데 포심은 별로 효율적이지 못했다(헛스윙률 하위 25%). 또한 불리한 카운트일수록 포심, 체인지업 두 구종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인다(그림1 참고). MLB에선 불펜으로 뛰었음을 감안해도, 불리한 상황에서 체인지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대 타자가 예측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불안 요소 ② 체인지업 외 다른 구종
체인지업 외 다른 구종의 수준도 불안하다. 슬라이더는 AAA에서 헛스윙률 하위 5%, MLB에서 xwOBA 0.320를 기록했다(MLB 평균 0.263). 가뇽은 에드윈 디아즈(뉴욕 메츠)의 슬라이더 그립을 시도하려다 포기했다고 하는데, 이는 가뇽이 본인의 슬라이더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포심도 약간 불안하다. 포심의 헛스윙률은 하위 20%, xwOBA는 0.439였다(평균 0.352). 평균 회전수는 1977회로 KBO 리그 평균인 2231회보다 적었다. 그래도 포심 구속이 약 148km/h로 MLB에선 평균 이하였으나 KBO에선 4위에 해당(2019년 규정 이닝 소화 기준)한다는 점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커브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우타자 상대로는 효과적이나 좌타자 상대로는 좋지 못했다. 작년에도 우타자 상대 헛스윙률 상위 15%, 좌타자 상대 하위 25%로 큰 격차를 보였다. 평균 회전수는 2525회로 MLB 평균(2518회)보다 높았다. 그러나 좌타자 상대로는 고전하는 ‘반쪽짜리 구종’에 가깝고, 가뇽 역시 스스로의 커브를 믿지 못한다고 말한 점에서 완전한 구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망

가뇽은 최근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당 8.73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 정도면 KBO 리그에서도 준수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수비가 좋지 않은 기아에서 더 큰 장점이 된다. 그래도 수비진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특히 가뇽이 최근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땅볼/뜬공 비율 1.41을 기록한 만큼 내야진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난해 KIA 내야진의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는 9위였다. 올해 내야진의 변화(안치홍·장영석 이적, 김선빈·박찬호 포지션 변경)를 고려해도 수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어느 투수나 마찬가지겠지만, KIA 수비진의 안정이 선결돼야 가뇽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가뇽은 지난해 AAA에서 *FIP 4.50을 기록했다. ERA 2.33이 소위 ‘운발’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탈삼진/볼넷 비율은 4.29(평균 2.43)로 좋았다. FIP가 다소 높았던 이유는 9이닝당 피홈런이 1.2개(평균 1.3개)로 조금 많았기 때문인데, 한국에서는 피홈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AAA는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도입하며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었고, KBO는 공인구 반발력을 낮추며 투고타저 흐름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FIP: 탈삼진, 사사구, 피홈런으로 계산한 평균자책점

양현종 이외 확실한 자원이 없는 KIA 선발진은 변수가 많다. 이번 시즌 4~5선발을 맡게 될 이민우, 임기영, 홍상삼이 최근 2년간 합작한 퀄리티 스타트는 6개로, 10개 구단 4~5선발 가운데 최하위다. 브룩스와 가뇽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더욱 요구되는 부분이다. 과연 가뇽은 지난해 KIA 외국인 투수진의 악몽을 지워낼 수 있을까.

기록 출처: 스탯티즈, Baseball savant,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Fangraphs, MLB Pipeline, NorthJersey.com, Metsmerizedonline.com


야구공작소 당주원
에디터: 김동민, 김혜원
일러스트: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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