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한민희] 2019시즌 프로야구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올해 약 728만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을 만큼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야구 관련 직종, 특히 야구단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온라인의 스포츠 업종 취업 관련 카페에서는 정보를 교환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구단에 취업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토크콘서트가 매진이 될 만큼 취업준비생의 관심이 높다.
※ 야구단 직원채용
지난 10월 29일 KIA 타이거즈는 홈페이지에 구단에서 근무할 데이터 분석원과 홍보인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그런데 이 공고를 보면, 데이터 분석원의 경우 ‘남성’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성’만 지원할 수 있는 채용공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2019년 11월 13일 현재는 성별 제한이 없도록 수정되었다.)
일반적으로 고용에서의 성 평등에 관한 사항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다룬다. 그리고 이 법 제7조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위반 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법인도 별도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제 KIA 구단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는지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KIA 구단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 받는 대상이 맞는지 알아보고, 맞다면 KIA 구단이 홈페이지에 구인 공고를 올린 것이 ‘모집하거나 채용’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마지막으로 모집 대상을 남성으로 한정한 것이 법에서 규정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KIA 타이거즈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 받는 대상인가?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예외적으로 동거하는 친족만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이나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이 법의 전부를 적용하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가 동거하는 친족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고, 데이터분석원이 가사사용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즉 KIA 타이거즈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을 받는다.
KIA 타이거즈의 홈페이지 공고는 남녀고용평등법의 ‘모집·채용’에 해당하는가?
‘남녀고용평등 업무처리 규정’(이하 ‘예규’)은 ‘모집·채용’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이 법 제7조의 ‘모집·채용’이란, 신문·방송 등을 통한 광고모집이나 직접모집뿐만 아니라, 직업안정기관에 구인신청·위탁모집·연고채용 등 명칭이나 방법에 관계없이 사업주가 불특정인에게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제시하고 근로를 권유하는 행위와 이들을 대상으로 시험 등을 거쳐 특정인을 선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KIA 타이거즈는 누구나 접속하여 로그인 없이 확인할 수 있는 공지사항에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근로조건을 공개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모집·채용’이 분명하다.
남성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차별’이 맞는가?
KIA타이거즈가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이고, 채용공고가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모집·채용’이라고 하더라도, 데이터분석원으로 남성만 모집하는 것이 이 법의 ‘차별’에 해당해야 형사 처벌대상이 된다. 먼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말하는 ‘차별’의 정의를 보자.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차별’이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별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별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
차별의 예외로는 3가지를 규정한다. ①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별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② 여성 근로자의 임신ㆍ출산ㆍ수유 등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③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하는 경우다.
이제 KIA 타이거즈로 돌아와 보자. 데이터 분석원 자리에 남성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성별을 사유로 채용 조건을 다르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차별의 정의에 부합한다. 또한 차별 예외 사항 3가지 중 ②, ③과는 무관함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데이터 분석원 분야가 그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①)에 해당할까?
차별 예외 사항일까?
예규 제2조 제1항은 성을 이유로 근로자를 다르게 대우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려면 해당 사업의 목적과 직무의 성질·형태·작업조건 등을 구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경영상 남녀를 다르게 대우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제3항은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 대해, 특정 성이 반드시 직무의 핵심적인 내용을 수행하여야 하는 경우라고 정의하며, 구체적인 예를 네 가지 들고 있다.
첫째, 예술 그 밖의 예능 분야에서 표현의 진실성을 이유로 특정 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남성역할을 위해 남성 배우나 모델을 모집하는 것이다.
둘째, 직무 수행 상 탈의나 신체접촉 등이 발생하여 프라이버시 유지를 위해 특정 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이다. 여성 목욕탕의 목욕관리사나 여성 장애인·여성 환자의 도우미로 여성을 채용하는 것이다.
셋째, 사업장의 성격 또는 장소로 특정 성의 근로자가 사용자가 제공하는 시설 외에서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적절한 대체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여성 기숙사의 여성사감이 한 예이다.
넷째, 그 밖에 직무상 특정 성으로 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이다.
KIA 타이거즈의 데이터분석원 분야의 지원 자격은 ‘통계전공자 또는 야구통계분석 경력자우대’와 ‘야구통계(세이버 매트릭스, 트랙맨, 플라이트스코프 등) 활용 경력자 우대’이다. 이를 바탕으로 위 4가지 사항을 살펴보자.
첫째, 야구통계 분야가 예술 그 밖의 예능이 아닌 만큼 표현의 진실성을 이유로 특정 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둘째, 직무 수행 상 선수들의 탈의를 목격하고 신체 접촉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예규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예와 비교하면 그러한 상황이 직무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셋째, 야구단의 직원들이 출퇴근하며 데이터 분석원의 경우 소위 말하는 현장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상황을 보면, 기숙사와도 비교할 수 없다. 넷째, 데이터 분석 업무가 정교함과 정확성 등을 필요로 한다고 할 때, 특정 성으로 하는 것이 불가피한 직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KIA 타이거즈가 데이터 분석원의 지원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한 것은 그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다.
맺음말 – 시대착오적인 채용공고
혹자는 현재 야구단에 여성 직원이 적다는 것, 여성 직원이 현장에서 활동하기 위해 시설이나 장소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 등을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주장이 법률이 정한 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다.
이 글은 여성을 반드시 채용하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특정 성에게만 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현행 법률을 위반하고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만큼 심각한 위법행위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부디 이후의 채용공고에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