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완의 출루율은 선구안의 승리?

[야구공작소 박주현] 야구에는 여러 유형의 타자들이 존재한다. 흔히 거포라 불리는 홈런 타자들이 있고 정확도에 중점을 두는 교타자들이 있다. 또한 출루를 잘 하는 타자들이 있다. ‘출루를 잘 한다’의 척도로서 출루율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이는 전체 타석수(희생타, 타격•주루방해 제외) 대비 출루 횟수(안타+볼넷+몸 맞는공)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경우, 높은 출루율은 대개 높은 타율에서 비롯되지만 종종 출루율과 타율의 차이가 큰 타자들이 존재한다. 바로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경우이다. 어떤 타자가 볼넷이 많다는 것은 선구안이 좋은 타자이거나, 또는 투수에게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강한 타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투수들은 장타를 경계한다. 바로 점수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 몰린 투수는 장타력을 갖춘 타자와 승부하기 보다는, 안타를 허용하더라도 단타로 처리할 수 있는 타자와 승부하려는 경향이 크다.

물론 장타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것은 아니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해서 볼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선구안까지 갖추었을 때 얻어내는 결과물이 ‘많은 볼넷’이다.

<표1: 300타석 이상 타자 기준 BB% 순위 및 순장타율>

표1은 2016 시즌 300타석 이상이었던 선수들을 BB%(타석당 볼넷 비율) 순으로 10위까지 나열한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볼넷이 많은 타자들의 특징은 순장타율(장타율-타율)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즉, 순장타율이 2할에 육박하거나 3할을 크게 넘는 등 리그 평균인 0.147을 크게 웃돈다. 많은 볼넷을 얻어내는 유형의 타자는 단순히 선구안만 뛰어나기보단,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에 선구안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단 한 명이 이 유형을 벗어난다. 바로 NC다이노스의 외야수 김준완이다. 김준완의 BB%은 2위와 큰 차이로 1위이다. 하지만 순장타율은 뒤에서 2위이다. 즉, 그는 볼넷을 많이 얻는 타자의 조건 중 장타력 없이, 오로지 선구안만을 갖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타석에서 소극적인 태도가 만든 결과 

<김준완은 기이할 정도로 스윙을 기피한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표2: 2016 시즌 김준완 기록>

표2는 김준완의 2016 시즌 기록이다. 타고투저 시즌에 어울리지 않는 별 볼 일 없는 타율과 리그 최하위 수준의 장타율이지만 높은 BB%에 기인한 높은 출루율이 유독 눈에 띈다. 그렇다면 그의 어떤 특성이 저런 특이한 기록을 만들었을까?

<표3: 타자들의 배트 적극성 순위>

김준완이 다른 타자들과 크게 다른 특성은 타석에서의 적극성이다. 정확히는 다른 타자들에 비해 배트를 휘두르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초구에 타격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자들이 있는가 하면 초구를 지켜보는 유형의 타자들이 있다. 그런데 김준완은 초구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타석에서 배트를 잘 휘두르지 않는 타자이다. 배트 적극성이 30.7%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표3). 이것은 2위인 최준석(35.5%)과 김준완 사이의 차이보다 10위인 정근우(40.0%)와 최준석의 차이가 더 적을 정도로 인상적인 기록이다.

이 점은 볼-스트라이크 카운트가 2-0, 3-1, 3-0일 때 스윙을 한 비율에서 드러나는데,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중, 스윙 비율이 낮은 쪽에서 리그 2위(5.2%)를 기록했다. 1위는 단 한 타석 차이로 좋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명기(5.0%)이다. 이 결과, 전체 스트라이크 중 루킹 스트라이크의 비율이 45.9%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배트를 잘 휘두르지 않는 특성은 투구된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곳으로 올 때도 같은 양상을 나타냈다. O-Swing%(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 대한 스윙 비율)가 13.9%로 리그 최하위에 해당된다. 이 점이 볼넷을 많이 얻어낸 가장 큰 요인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건드리지 않으면 볼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므로 볼넷을 얻어내기에 유리하다. 특히 많은 타자들이 어려워하는 떨어지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이 낮다. 앞서 비슷한 결과를 보인 이명기와 김준완의 차이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이명기(O-Swing% 26.1%)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볼을 골라낸 비율이 29.2%로, 42.5%인 김준완에 크게 못미친다.

김준완은 장타력, 의도적인 볼넷 없이 선구 능력으로 리그 1위의 타석당 투구 수(4.51개)를 기록했다. 김준완은 타격에 소극적인 자세로 타석에서 신중하게 공을 기다리면서 투수를 괴롭힌다. 동시에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지 않은 공에 배트를 내밀지 않는 선구안까지 갖추어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BB%을 기록하게 되었다.

 

김준완의 가치

<표4: 비슷한 타석 수인 세 선수의 2016 시즌 기록>

같은 시즌동안 비슷한 타석 수, 타율, 장타율을 기록한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김준완(325타석)의 BB%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강한울(322타석), 이명기(326타석)에 비해 출루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만약 세 선수 중 한 명을 경기에 출전 시켜야 한다면 김준완은 테이블세터로서 가치있는 출루율을 보유했다는 판단하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비를 제외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에서 경기에 출전 시키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정을 받은 강한울, 이명기와 달리 김준완은 1.18이라는 수치를 얻었다(표4).

그러나 높은 BB%을 가진 김준완이 리그 전체에서 아주 가치있는 타자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출루율과 타율의 차이가 매우 클 뿐, 타율이 낮고 장타력 또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출루는 가능하더라도 누상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에, 그의 능력이 발휘될 기회는 선두 타자일 때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또한, 테이블세터에 기대하는 도루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2016 시즌에 단 두 개의 도루만을 성공시켰는데(도루실패 5회) 발은 느리지 않지만 아직은 도루에 대한 센스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약 상대 투수들에게 노출된 타격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주루센스를 장착한다면, 지금보다 쓰임새가 많아져 팀 내 주전 외야수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도 훨씬 커질 것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김준완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발견하기 힘든, 아니 발견할 수 없었던 유형의 타자라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이것이 실제 김준완의 선구안에 기인한 기록인지, 또는 정규타석 미달로 표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기록인지는 향후 더 많은 타석에서 증명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김준완은 꾸준히 본인의 장점을 유지하고 단점을 보완해서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유형의 타자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상대 팀의 분석으로 BB%은 줄고 단점은 보완하지 못한 채로 팀 내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게 될까? 김준완의 2017 시즌이 더욱 ‘기대’ 되고 ‘궁금’하다.

 

기록 출처 :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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