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윤정훈]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은 명실공히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 지명된 후 첫 해를 제외하고는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왔으며, 올해도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김하성의 올해 성적이 더욱 대단한 점은 공인구 변화로 대부분의 타자들은 타율, 홈런 등의 절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 홈런을 제외하고는 공격 지표의 절대치마저 좋아졌다는 점이다. 현상유지도 힘든 상황에서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무엇이 이런 발전을 가능하게 했을까? 필자는 김하성이 올해부터 타격 메커니즘을 바꾼 것을 그 이유로 꼽고 싶다.
변화
우선 타격 메커니즘 변화는 선수에게 큰 모험이다. 섣불리 바꿨다간 장기적인 슬럼프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며, 특히 데뷔 후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김하성은 굳이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변화에 나섰고, 변화는 성적으로 돌아왔다.
김하성의 변화는 “타격 준비 자세에서 손의 위치가 정수리에서 어깨선까지 내려온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자.
김하성은 어퍼스윙 궤적을 가졌다. 어퍼스윙은 배트를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는 궤적이므로 타격 전에 배트를 쥔 손이 아래에 있어야 하고, 만약 타격 준비 자세에서 손이 위쪽에 있었다면 먼저 아래로 내려야 한다. 손을 옮기는 위치는 타자마다 다양해서 어깨선까지 내리는 타자도 있으며 어깨선보다 더 밑인 가슴중간선 까지 내리는 타자도 있다. 이렇게 어퍼스윙인 데다 준비 자세에서 손이 위쪽에 있는 상태에서 어깨선 아래로 옮기는 타격 자세를 가진 대표적인 타자로는 메이저리그의 마이크 트라웃과 코디 벨린저 등이 있다.
지난해까지의 김하성도 손의 위치를 위에서 아래로 옮기는 스타일이었다. 타격 전에 손이 정수리에 위치해 스윙을 할 때마다 손을 어깨까지 내렸다가 타격해야 했다. 본격적인 타격은 어깨선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정수리에서 어깨선까지 손이 내려가는 데에 별도의 시간을 써야 하니 타격 타이밍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정수리와 어깨 중 히팅포인트와 더 가까운 지점은 당연히 어깨다. 손을 어깨에 위치시키면 히팅포인트까지 미리 다가가는 효과도 발생한다.
올해 김하성은 손을 처음부터 어깨선에 위치시켰다. 스윙 과정에서 손을 아래로 내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자연히 히팅포인트까지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이는 다시 시간적 이득으로 돌아온다. 타격 시 공을 더 오래 보고 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LB에는 이렇게 타격하는 타자가 많다. 150km/h가 넘는 빠른공과 다양하고 낙차 큰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 적응한 결과다. 주자가 없어도 세트 포지션으로 투구하는 투수들이 많아져 타격 타이밍을 동일하게 잡아야 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MLB만큼은 아니지만 KBO 리그 또한 과거에 비해 투수들의 평균구속이 상승했으며 변화구의 종류 또한 많아졌다. 김하성도 이런 변화를 통해 타격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필자는 올해 김하성의 BABIP가 높아진 이유가 단순히 확률적 변동 때문이 아니라 타격메커니즘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타격 타이밍이 늦은 경우 지난해까지는 파울이나 약한 타구 등의 결과가 나왔다면 올해는 바뀐 타격폼에 의해 늦은 타이밍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해 좋은 타격 결과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손을 어깨선까지 내린 타격폼은 많은 장점을 가졌는데 왜 모든 선수들이 어깨선까지 내린 타격준비동작을 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 수 있다. 우선 필자는 기본적으로 어깨에 있는 자세를 추천한다. 그러나 처음에 언급했듯 타자에게 타격 자세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머리 쪽에서 손을 준비하는 자세로 타격했다면 갑자기 손을 내릴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가능성도 있다. 손이 어깨에 있지 않다고 무조건 교정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 본인이 가진 문제에 따라 교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하성은 기존의 좋은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타격 메커니즘 변화라는 모험을 선택해 더 큰 성공을 거뒀다. 대부분의 타자들의 성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홀로 성적이 상승했다는 점은 그 성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앞으로 김하성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 SPOTV, 키움히어로즈
기록출처: STATIZ
에디터= 야구공작소 조경환,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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