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맥 윌리엄슨

맥 윌리엄슨,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우투우타, 193cm, 107kg, 1990년 7월 15일생

[야구공작소 이창우] 창단 이래 최악의 암흑기를 겪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반등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5월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구속 저하로 부진을 겪은 더스틴 헤일리를 방출하고 맥 윌리엄슨과 계약했다.

이번 시즌 삼성은 심각한 투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7위(4.67), 평균 소화이닝 8위(495⅔이닝)에 그쳤다. 자연히 새로운 외국인 선수는 선발투수일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삼성의 선택은 타자였다. 타선의 핵심인 구자욱이 왼쪽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출전이 불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써 삼성은 2009시즌 히어로즈 이후 10년 만에 3인 외국인 체제에서 타자 2명을 선택한 팀이 됐다.

*2015시즌 kt 위즈는 신생구단 특별 규정으로 외국인 4명과 계약하고 3명이 출전 가능했기에 제외

배경

고교 시절 윌리엄슨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촉망받던 투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대학 시절 어깨 부상을 당하고 외야수로 전향한다. 삼진이 다소 많았으나 드래프트 직전 시즌에 17개의 홈런과 .589의 장타율을 기록하면서 스카우트의 이목을 끌었다.

마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엔 외야 거포가 필요했다. 건장한 체격(193cm, 107kg), 강한 어깨, 수준급의 장타력은 샌프란시스코가 혹하기에 충분했다. 3라운드에서 지명된 윌리엄슨은 루키리그에서 본인의 장점인 장타력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입단 1년차인 2013시즌, 윌리엄슨은 마이너리그 하이 싱글 A 올스타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올해의 마이너리그 선수로 뽑혔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구단은 2014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그를 초청했다. 그의 앞길에는 꽃길만이 있는 듯했다.

의욕적으로 맞이한 2014시즌, 윌리엄슨은 시즌 초반에 팔꿈치 부상을 당하고 만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지명타자로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오른 팔꿈치 측부인대 부상(UCL)으로 인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재활은 순조로웠다. 복귀한 윌리엄슨은 2015시즌 AA와 AAA에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시즌 말미엔 메이저리그 데뷔도 성공했다.

데뷔는 성공했지만, 정착엔 실패했다. 윌리엄슨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넘나드는 AAAA 선수로 전락했다. 기회는 꾸준히 받았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외야진은 헌터 펜스를 제외하면 OPS 8할을 넘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펜스마저 부상으로 고전하던 상황이었다. 윌리엄슨은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점점 잊혀졌다.

2017년 겨울, 윌리엄슨은 팀 페더로위츠와 함께 덕 레타 코치를 찾았다. 그의 커리어에 해 뜰 날이 찾아온 걸까? 윌리엄슨은 2018시즌 초반 5경기에서 홈런 3개와 OPS 1.1을 기록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수비 도중 뇌진탕을 당한 윌리엄슨은 이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마이너리그로 돌아간 그를 2019시즌 중반 방출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 계약을 하며 재기를 꿈꿨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윌리엄슨은 KBO로 오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20-80 스케일 :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평가하는 스카우팅 리포트에 등장하는 지표. 40이 평균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선수의 약점, 숫자가 높을수록 강점으로 볼 수 있다.

윌리엄슨의 20-80 스케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어깨와 힘이다. 투수 출신이니 어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힘(Power) 55점은 평균 이상으로 해석하는데, 심지어 샌프란시스코 스카우트는 그의 힘을 70점(플러스-플러스급)으로 평가했다. 이는 호세 바티스타에 비견될 만한 수치다. 팀은 배리 본즈를 떠나보낸 후 계속해서 장타력을 갖춘 외야수를 찾아 헤맸다. 윌리엄슨이 메이저리그에서 지속적인 기회를 받은 이유도 장타력이다.

윌리엄슨의 느린 배트 스피트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배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을 이기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그는 레타 코치를 찾아갔다.

레타 코치는 2가지를 주문했다.                                                                           

1. 타격 시 손을 내릴 것
2. 레그 킥을 장착할 것                                                                                   

처방전은 적중했다. 윌리엄슨의 스윙이 더욱 간결해졌다. 느린 배트스피드를 짧은 스텝으로 보완했던 그가 레그 킥으로 배트의 스트라이크 존 체공 시간을 늘린 것이다.

윌리엄슨 나름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파워보다 컨택에 집중하기 위해 배트를 짧게 잡은 것이 주효했다. 이를 통해 본인의 존을 더 넓히고 확실한 공은 칠 수 있게 됐다. 애초에 파워는 충분했던 만큼 컨택 위주의 스윙으로 더 많은 공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달라진 윌리엄슨은 2018시즌 스프링캠프에서 7할대의 장타율을 뽐냈다. 시즌 초반 5경기에서도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냈다. 뇌진탕 때문에 좋은 기량을 계속 유지하진 못했지만, 그가 한 단계 발전했음은 사실이다.

윌리엄슨의 스플릿 성적도 주목할 만하다. 우타자는 좌투수에 강하다는 것이 야구계의 통념이다. 하지만 그는 2018시즌 좌투수에 고전했다. 다행히 2019년에는 이를 극복하며 샘플이 적긴 해도 좌투수 상대로 배리 본즈급 타격을 선보였다.

수비와 주루는 딱 리그 평균 수준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주로 우익수를 소화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좌익수로 뛰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오라클 파크는 우익수 쪽이 매우 넓다. 수비에 강점이 없는 윌리엄슨은 자연스레 좌익수로 이동했고, 무난하게 수비를 소화했다.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 강한 어깨다. 구자욱의 강견을 그리워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인 그의 플러스급 송구를 보게 될 테니까.

전망

가장 큰 변수는 ‘뇌진탕 후유증’이다. 뇌진탕은 기존 병력이 있으면 재발 위험이 굉장히 높다. 이를 겪은 선수들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로 조기에 복귀하면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18시즌 윌리엄슨은 뇌진탕을 겪은 지 불과 1달 만에 복귀했다. 이는 메이저리그에 돌아온 뒤 부진한 모습을 보인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AAA에서 전보다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것은 위안이다.

윌리엄슨에게 확실히 기대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고르자면 역시 ‘장타력’이다. 드넓은 오라클 파크를 홈으로 쓰던 선수가 KBO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구장인 라이온즈 파크로 왔다. 그의 타격 성적이 향상되리라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자이언츠에게 윌리엄슨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워크에씩이 뛰어나고 매년 스프링캠프 성적도 우수한 선수가 정작 빅리그에서는 부진하니 구단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다 소진되어 어쩔 수 없이 방출했을 뿐, 윌리엄슨은 분명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삼성은 현재 구단 사상 최장기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가을야구 막차인 5등과도 다소 격차가 있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남아있다. 맥 아더의 인천 상륙작전이 국군의 한 줄기 빛이 된 것처럼, 맥 윌리엄슨의 대구 상륙작전도 삼성의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에디터= 임선규, 김동윤, 조예은

기록 출처= 팬그래프 닷컴, Milb.com, 브룩스 베이스볼, MLB Pip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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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칼럼인데도 소설읽듯이 좋네요 ㅎㅎ
    야구 쪽에 관심 있는데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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