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LG 트윈스 카를로스 페게로

카를로스 페게로, LG 트윈스

1루/외야, 좌투좌타, 195cm 113kg, 1987년 2월 22일생(만 32세)

2019시즌

(AAA) 멕시칸 리그 

0.259/0.362/0.481

22경기 81타수 21안타 5홈런 16타점 14득점 12볼넷 29삼진

[야구공작소 송동욱] 오래 기다려 봤지만 결국 조셉은 실망만 남겼다. 올 시즌 가을 야구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LG로써는 대안이 필요했다. MLB와 NPB를 거쳐 멕시코 리그에서 뛰던 1루수 카를로스 페게로가 그 답이었다. 

LG는 항상 빈곤한 장타력에 시달렸다. 외국인 선수에게선 언제나 장타와 홈런을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에 부합했던 선수는 히메네스뿐이었다. 믿었던 조셉도 건강 문제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선임(?)을 잘못 둔 탓에 LG가 페게로에 걸고 있는 기대는 적지 않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좌타 거포, 1루수, 교체 외국인 선수. LG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페타지니다.

LG는 2008년 시즌 도중 페타지니를 영입해 WAR 3.16을 올린 경험이 있다. 페게로는 LG에 교체 외국인 성공 신화를 다시 안겨줄 수 있을까?

배경 

1987년 도미니카에서 태어난 페게로는 만 18세였던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호평받던 좋은 체구를 바탕으로 서머리그 참가 첫해에 0.251/0.337/0.441을 기록했다. 

시작부터 눈도장을 찍은 그는 2006시즌이 끝나고 팀 내 유망주 27위에 선정됐다. 이듬해에도 부상을 당했지만, 이를 제외한 79경기에서 장타율이 0.465에 달하며 본인의 장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투수에게 유리한 리그에서 뛰면서도 OPS 0.857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그럼에도 타석에서의 좋지 못한 유인구 대처와 많은 헛스윙을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또한 2007년엔 왼쪽 팔꿈치, 2008년엔 왼쪽 손목을 수술하며 2년 연속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부상 후유증 없이 2009시즌에도 0.271 31홈런 98타점을 기록하며 건강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삼진을 172개나 당하며 약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구단은 그를 AA로 승격했다. 그는 상위 레벨에서도 시즌 23홈런, 73타점, 장타율 0.463을 기록하며 무난히 적응했다. 

그리고 2011년 4월 19일, 마침내 페게로는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으나 46경기에서 0.196/0.252/0.371에 그쳤다. 페게로의 선구안은 ‘타석에서 모든 공에 방망이를 낸다’는 평가에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두 시즌 동안 단 19경기에 출전하며 구단도 그에게 점점 기대를 접어가는 모양새였다. 


<페게로의 미국 무대(MLB+MILB) 성적>

본인의 가장 큰 단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시애틀에서 지명할당(DFA) 된 이후로 페게로는 캔자스시티, 보스턴, 세인트루이스를 전전하는 저니맨이 됐다. 그리고 2016시즌 중반부터 교체 외국인 선수로 NPB 라쿠텐 골든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라쿠텐 페게로의 첫해는 나쁘지 않았다. 51경기 동안 0.279 10홈런 26타점 OPS 0.832를 기록하며 어느 정도 생산력을 보여줬고, 이듬해에는 26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선구안도 개선되는 듯했다. (50볼넷/139삼진)

그러나 2018시즌에는 0.233 17홈런 44타점에 그치며 구직 활동에 난항을 겪었다. 다행히 6월부터 멕시코 리그에 참가해 경기 감각을 조율하던 중 LG의 부름을 받았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페게로는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다. 리그를 가리지 않고 폭발하는 장타력과 동시에 유인구에 약해도 너무 약한 선구안, 많은 삼진, 잔부상은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하지만 KBO리그에서의 전망을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속팀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페게로는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935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 184홈런 656타점을 기록했고 통산 장타율이 .508에 달할 정도로 힘이 보장된 선수다. 약점과는 별개로 LG의 타선의 부족한 부분을 긁어줄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이번 시즌 팀 홈런과 장타율 모두 9위(54개, 0.367)에 머물러 있는 LG에 페게로의 한 방은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공인구를 교체하며 홈런과 장타가 줄어든 KBO리그에서라면 더더욱 말이다. 부족한 컨택과 선구안이란 단점보다 장점을 보고 영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시아 야구를 미리 겪어본 것도 플러스 요소다. 

NPB에서 거둔 절반의 성공을 비관적으로 평가할 필요도 없다. KBO리그의 대표 홈런타자로 군림하고 있는 SK 와이번스의 제이미 로맥도, KBO리그에서 성공적인 2년을 보낸 뒤 NPB에서의 처참한 실패를 겪은 윌린 로사리오, 야마이코 나바로도 있다. 

올 시즌은 로맥이 활약하던 지난해나 로사리오, 나바로가 있던 시기에 비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타고투저 성향이 강한 올해 AAA에서 거둔 성적이 특출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그들조차 성공을 거두지 못한 NPB에서 페게로는 절반이나마 성공을 거뒀다. LG로써는 긁어 볼 만한 복권이다. 

수비&주루

유망주 시절의 페게로는 큰 체구에 비해 날렵해 평균 이상의 스피드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시즌 두 자릿수 도루를 두 번이나 기록했고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코너 외야수를 소화했다. 하지만 모두 6년에서 10년 전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보다 비대해진 몸 때문에 도루 시도는 급감했고 LG 외야진은 이미 탄탄하다. 팀 내에서도 1루수 혹은 지명타자 자원으로 분류 중이다. 수비와 주루에서 허슬 플레이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조셉 때와 마찬가지다. 페게로가 본인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 곳은 타석이다. 

전망

답은 간단하다.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리그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시아 무대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이 모든 전망은 선구안에 달렸다. 마이너 통산 328개의 사사구를 얻는 동안 무려 1,209개의 삼진을 당했던 타자다. 103사사구/326삼진을 기록하던 NPB 시절 그대로라면 어떤 성과도 이뤄내기 어렵다. 선수 본인의 능력과 별개로 나이를 먹어갈수록 늘어나는 잔부상과 경기 감각 또한 걱정이다. 

가장 안정적으로 평가받던 조셉이 떠나고, LG는 다소 모험적인 선택을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LG에 필요한 것은 안정이 아닌 모험일지도 모른다.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중요한 후반기가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에디터=야구공작소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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