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윤형준] 지난 5월 ‘J메디컬 센터’에서는 베이스볼 코리아 매거진 5월호에 “투수는 마라토너가 아니다” 라는 좋은 글을 써 주신 바 있다. 해당 글에서는 야구는 무산소 에너지 시스템과 속근이 주로 사용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최대 근력을 사용하는 단거리 스프린트가 효율적인 훈련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우리 몸의 에너지 시스템은 크게 유산소 에너지 시스템과 무산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에너지 대사과정에서 산소를 필요로 하면 유산소, 필요로 하지 않으면 무산소 에너지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무산소 에너지 시스템에서 순간적으로 큰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근육도 크게 지속성을 담당하는 지근과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낼 때 사용되는 속근으로 분류된다.
야구에서는 짧은 시간 강한 힘을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산소 에너지 시스템을 사용해 지근을 발달시키는 장거리 달리기보다는 무산소 에너지 시스템을 사용해 속근을 발달시킬 수 있는 단거리 스프린트로 훈련하자는 것이 “투수는 마라토너가 아니다”의 핵심이다.
이 글을 읽고 필자는 장거리 달리기에 대해 에너지 시스템과 근섬유의 관점이 아닌 역학적 관점에서 고민해 보았다. 먼저 러닝 훈련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00m 미만의 단거리 스프린트 훈련, 일정 거리를 러닝, 휴식, 러닝, 휴식을 반복하며 달리는 인터벌 훈련, 한 번에 수 km를 달리는 장거리 훈련이 그것들이다. 여기서는 100m 미만의 단거리 스프린트와 장거리 훈련을 비교해 본다. 먼저 영상을 보자.
100m 스프린트 슬로우 모션 : https://youtu.be/PH-3cHxXAK0
마라톤 슬로우 모션 : https://youtu.be/qWPsblg-4ZY
두 영상에서 선수의 발에 주목하자. 100m 스프린트에서는 뒷꿈치가 땅에 닿지 않지만 마라톤에서는 뒷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다.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앞꿈치에서 앞꿈치로 바로 탄성에너지를 받아 달리고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에너지를 뒷꿈치에서 앞꿈치로 전달하며 최대한 지면반발력을 이용해 달리기 때문이다. 가볍게 달릴 때와 전속력으로 달릴 때를 비교해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 야구와 더 관계 있는 것은 어느 쪽일까?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공을 던지고 치는 자세를 취해 보자. 야구를 해 본 적이 없더라도 처음부터 앞쪽 발에만 무게를 싣고 있으면 대단히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요컨대 야구에서 힘을 사용하는 방식은 지면 반발력을 이용하는 장거리 달리기에 더 가깝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공을 던질 때, 타격 동작에서 중심이동을 할 때, 앞다리 회전이 중심축을 잡을 때 뒷발로 체중을 땅에 전달해 앞발로 땅의 반작용을 이용하는 것이 장거리 달리기와 유사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야구 감독, 코치들이 장거리 달리기를 강조하는 것이 그렇게 비과학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지면 반발력을 이용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필자는 팀 선수 트레이너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여러 감독, 코치들로부터 장거리 달리기 훈련 요청을 받았고 필자가 시키지 않으면 본인들이 직접 시키는 수고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통해 지면 반발력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필자는 지면반발력을 익히고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달리기가 아닌 몸의 중심을 낮추었다 높이는 방식의 운동을 추천하고 싶다. 깊게 앉지 않는 스쿼트, 낮은 무게의 데드리프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운동을 통해 발이 지면 반발력을 느끼고 활용하는 능력을 단계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끌어 올려줄 수 있다.
야구는 대부분 속근을 사용하고 무산소성 운동이 대부분인 스포츠로 그 성질이 장거리 달리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면 반발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야구와 닮기도 했지만 지면 반발력 훈련을 위해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다. 지금까지 야구에서 장거리 달리기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볼 때다.
Train Different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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