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김승환] 메이저리그의 타자 분석은 해가 지날수록 발전하고 있다. 타자의 성향에 따라 적용하는 수비 시프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난해엔 수비 시프트가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 3만 1906번이나 등장했다. 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수비 시프트는 타자의 성향에 따라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보여준 수비 시프트는 그 이상이었다. 브라이스 하퍼를 상대로 내야수 한 명을 외야로 이동시키는 ‘외야 4인 시프트’를 적용한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조이 보토를 상대로 시카고 컵스가 가장 먼저 활용했다. 2018년엔 총 42번 등장했는데 미네소타 트윈스가 그 중 29번을 기록했다. 시프트가 적용된 상황의 타율은 0.275로 리그 평균 0.248보다 높다. 안타 11개 중 홈런이 3개였고 나머지는 번트(2개)와 단타(6개)였다.
이 시프트는 현대야구에서 새롭게 시도된 전략이다. 스탯캐스트가 도입되며 투구 각도에 맞춘 어퍼 스윙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외야 타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당겨 치는 타구가 더 멀리 가기 때문에 Pull%도 상승하고 있다. 홈런도 늘어나면서 2017년엔 리그 홈런 기록이 경신되기도 했다. GB/FB는 2015년을 제외하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해가 갈수록 타자들이 의도적으로 뜬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네 명이 지키는 외야는 장타를 노리는 타자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프트를 공략하기 위해 비어 있는 내야로 번트를 대서 1루에 출루할 수 있지만 이 전략의 핵심은 단타의 확률을 약간 높이더라도 장타의 확률을 낮추는 것이다.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으로 지난 시즌 외야 4인 시트를 가장 많이 적용 받은 선수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루카스 두다다. 시프트를 적용받는 12타석 중 홈런을 제외한 인플레이 타구가 나온 타석이 10타석인데 그 중 단타만 3개였고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왼쪽에 있는 자료는 히트맵으로 색깔 진하기에 따라 얼마나 많은 타구를 보냈는지 알려준다. 오른쪽은 스프레이차트로 타구의 성향에 따른 분포를 나타낸다.
2루수 방면으로 갈수록 히트맵의 색이 진해진다. 스프레이차트에서도 2루 근방에 대부분의 땅볼 타구가 분포돼 있다. 반면 라인드라이브와 플라이볼 타구는 대부분 외야로 간다. 즉 두다의 타구는 1, 2루 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뜬공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시프트가 두다에게 적용된 것이다. 상대 팀은 두다를 상대할 때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비우고 땅볼타구가 많이 가는 1, 2루 사이에 3명의 내야수를 뒀다. 3루수는 외야로 보내 날카로운 타구에 대비했다.
올해는 누가 외야 4인 시프트의 대상이 될까
외야 4인 시프트는 주로 강타자가 대상이 된다. 그 중에서도 어떤 선수에게 시프트가 가장 효과적일지 기록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GB%가 35% 미만이고 홈런 개수가 30개 이상인 강타자를 추려냈다. 전체적으로 FB%에 비해 GB%이 낮고 당겨 치는 비율이 높은 선수들이다. 의도적으로 높고 멀리 가는 타구를 노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평균 발사각도는 19.1°로 메이저리그 평균 발사각도보다 6.8°보다 크다. 평균 비거리는 209피트로 평균인 167피트를 훌쩍 넘었다. 내야 뜬공 비율은 매우 낮았다.
이 중 맷 카펜터와 리스 호스킨스가 외야 4인 시프트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겨 치는 비율이 거의 반을 차지하고 뜬공 비율에 비해 땅볼비율이 상당히 낮다. 이들의 발사각도는 각각 20.4°, 22.4°로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훨씬 높다.
카펜터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 30개 이상의 2루타를 기록했다. 그는 원래 장거리 타자가 아니었다. 2011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후 4년간 홈런이 25개에 그쳤다. 하지만 2015시즌부터 Pull%을 40% 가까이 끌어올리며 한 시즌 동안 28개의 홈런을 기록한다. 이전 4년간 친 홈런보다 2015년 1년 동안 친 홈런이 더 많았다. 2018시즌엔 홈런 36개, 장타율 0.523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GB%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2014년까지 평균 40% 이상의 GB%를 기록했는데 2015년 이후부턴 20%대로 줄였다.
카펜터를 시프트 적용 1순위 후보로 꼽은 이유는 매년 감소하는 GB%에 반해 FB%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맵을 보면 1,2루 방면 색깔이 상당히 진한 것을 볼 수 있다 스프레이 차트도 마찬가지다. 2루수 영역에 땅볼이 몰린 반면 3루수 근처에는 루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밀어치는 방향에 내야수를 비워 둬도 큰 손실이 없어 보인다.
외야수 쪽 히트맵을 보면 붉은 영역이 약간 우측으로 치우쳐져 있다. 전체적인 타구 분포가 당겨 쳐서 형성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중 외야 쪽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우익수 쪽으로 몰려 있다. 우익수 깊숙한 곳으로 보낸 타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Fly ball보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장타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몰려 있는 우익수 쪽으로 외야 4인 시프트를 걸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리스 호스킨스는 떠오르는 장거리 우타자로 2017년 8월 10일 콜업과 동시에 좌익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50경기에 무려 18홈런을 쳐내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듯 2018시즌 주전으로 도약해 34홈런을 때려냈다.
외야 시프트 후보로 호스킨스를 꼽은 이유 역시 낮은 GB%와 높은 Pull%이다. 2018 시즌엔 GB%가 29.1%였지만 FB%는 51.7%에 달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 중 1위 기록이다. 뜬공 타구 중 단 11%에 불과하다. 당겨치는 비율도 50%로 극단적으로 높다.
스프레이차트와 히트맵을 보면 대부분의 땅볼타구를 유격수, 3루수 방면으로 보내 색깔이 진한 것을 볼 수 있다. 두 명의 내야수를 진한 영역에 두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외야를 살펴보면 상당수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좌익수 방면에 보냈다. 외야 왼쪽에 외야수를 2명 배치하고 남은 공간에 외야수와 내야수 한 명씩 두는 시프트를 적용한다면 장타로 이어질 타구를 단타 혹은 아웃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메이저리그 팀이 수비 시프트를 꺼렸다. 원래 위치에 있으면 충분히 아웃 가능한 타구를 시프트로 인해 안타를 내주게 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프트를 통해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강한 타구를 단타 혹은 아웃으로 만드는 전략을 써야 한다. 강타자가 2루타를 치는 것보다 1루만 허용하는 게 팀에게 있어 이득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시프트를 통해 강타자를 잡아내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예은
기록 출처: www.fangraphs.com, baseballsavant.com,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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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가 적용된 상황에서의 타율을 왜 리그평균 타율과 비교하나요? 데이터 활용 의도를 잘 모르겠네요. 비교할거면 해당 타자들의 시프트 비적용 타율과 비교해야 하는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