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lickr Keith Allison, CC BY SA 2.0)
[야구공작소 박기태]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속되는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KBO 리그 단일 경기사용구의 반발계수는 국제 평균치에 맞춰 하향 조정됐다. 0.4134 이상 0.4374 이하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 비해 다소 높았던 반발계수를 0.4034 이상 0.4234 이하로 낮췄으며, 변경된 기준은 2019년 시범경기 경기사용구부터 공식 적용된다.”
– 2018년 12월 21일, KBO 규칙위원회 결과 보도자료
2018년 12월, KBO리그의 경기 환경을 일거에 뒤바꿀 획기적인 변화가 공표됐다. 공인구 반발계수 하향은 5년간 지속된 타고투저의 흐름을 막기 위한 리그 차원의 중대 결단이었다. 그로부터 4달이 지난 지금, 과연 높으신 분들의 뜻대로 타자들의 불방망이가 차갑게 식었을까?
팀별로 20경기 가까이 치른 4월 14일까지 추이를 지켜보면 인위적인 환경 조정은 목표대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5.6점까지 치솟은 경기당 득점은 2013년(4.6점)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4점대로 줄어들었다. 2할 8푼이 넘었던 리그 평균 타율도 2012년 이후 7년 만에 2할 5푼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아직 팀별로 5달이 넘는 잔여 일정을 치러야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야구다. 4월 성적이 시즌 우승과는 별 인연이 없는 허수라는 걸 많은 야구 팬들이 알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확실하게 알아보자. 과연 4월 중순까지의 성적으로 타고투저의 바람이 확실하게 가셨다고 말할 수 있을까?
1경기부터 144경기까지, BABIP·타율부터 OPS까지
‘타고투저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공인구 반발계수 하락이 다양한 타격 지표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특히 반발계수 하락으로 인해 BABIP가 줄어들었음을 근거로 타고투저 바람이 가셨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경기당 득점이 5점을 넘었던 앞선 5년 동안 리그 BABIP는 3할 2푼에서 3할 3푼을 넘나들었지만, 올시즌에는 0.306으로 크게 낮아진 수준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20경기 정도가 지난 현재 BABIP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비교를 위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시즌별 실황 데이터를 직접 구해 경기 숫자에 따른 리그 누적 BABIP 변화 추이를 추적해봤다.
올해 4월 14일까지 각 팀이 치른 경기 수의 합은 95이고, 이 시점에서 리그 BABIP는 0.306이다. 그리고 이전 5년의 ‘첫 95경기’ 시점 BABIP는 모두 공통적으로 0.306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시즌이 진행될 수록 BABIP가 점점 상승한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타자들이 더 힘을 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 개인적으로 취합한 데이터에는 일부 누락이 있어 95경기가 아닌 85경기 분량만을 보유했다. 다른 시즌의 기록 역시 85경기를 지난 시점의 숫자를 참고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지난 5년간의 흐름이 공인구 변화와 관계없는, 계절의 변화 등에 따른 일정한 패턴이라면 올 시즌 BABIP도 지난 5년과 비교하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에 비해 초반 숫자가 낮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BABIP 이외에 다른 지표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이번엔 대표적인 타격지표, 타율/출루율/장타율과 OPS를 살펴보자.
4가지 지표 모두 똑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도 시간이 지나면 타격 지표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올 시즌의 기록은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시즌 초반이라지만 이전 5년보다 두드러지게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즌 최종기록과 비교하는 데 있어선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더 확실하게 스탯티즈 기록으로 살펴보면 – 그래도 똑같다
그렇다면 KBO리그의 사실상의 표준 기록 데이터베이스, 스탯티즈(Statiz)의 기록은 어떨까? 유사한 방식으로 조사하되 비교 대상은 BABIP, 타율, OPS, 그리고 HR%(타석당 홈런 비율)로 한정했다. 이 네 기록이 4월부터 8월까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누적), 그리고 시즌 마지막에는 어떻게 됐는지 살펴봤다.
앞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타격 지표가 시즌이 진행되면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즌 초반의 몇 경기는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론 – 타고투저 종료? 공인구 효과? 섣부른 판단은 금물
굳이 이렇게 각 숫자를 쫓아보지 않아도 많은 팬들이 4월 성적에 착시효과가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투저 종료’라는 결론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는 KBO리그의 공식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3월말 1차 공인구 수시검사 결과에서 상당수 표본이 ‘불합격’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공인구 제조업체는 늦어도 4월말에서 5월초까지 ‘반발력 수정’을 하겠다고 리그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반발력을 지닌 공이 지금도 경기에 쓰이고 있다는 얘기다.
공인구 때문에 타고투저가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끝났을 가능성만큼 아무 변화가 없었을 가능성도 높다. 모든 게 불확실하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기록 출처: Statiz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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