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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하퍼 떠난 워싱턴에도 봄은 오는가

By 김동민
2019년 4월 15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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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Wikimedia Commons)

현지 시각 2019년 3월 1일, 브라이스 하퍼가 공식적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했다. 같이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퍼는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우승 타이틀을 (워싱턴)DC로 가져오길 원한다.”

1년 전이라면 당연히 수긍이 되는 말이겠지만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서 하퍼는 저런 실언(?)을 하였다. 더군다나 2015년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던 터라 이 멘트는 더욱 회자되었다. 같은 빨간 유니폼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팀이기에 위의 발언은 상당한 이슈가 되었고, 같은 지구의 팀인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가 이를 인용해 “우승 타이틀을 DC로 가져오길 원한다…이런, 내 말은, 퀸즈*를 이야기하는 거였어!”라는 트윗을 남기며 돌려 까기도 하였다.

*메츠의 홈 구장 시티 필드가 위치한 플러싱(Flushing)은 퀸즈(Queens) 자치구에 속해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7년(2012~2018)동안 워싱턴 내셔널스란 팀에서 하퍼가 보여줬던 모든 것들을 살펴보면 그런말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워싱턴이 내셔널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우뚝 서는 데 있어 하퍼의 공헌을 지나칠 수 없으며, 하퍼만큼 큰 임팩트를 남긴 타자 또한 팀에 없다. 그랬기에 많은 워싱턴 팬들은 그가 오프 시즌에 10년 3억 달러의 연장 계약 제안을 거절하고 FA로 나왔을 때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으며, 지구 라이벌 팀 필라델피아와 13년 3억 3천만 달러 계약을 맺었을 때 더욱 큰 배신감을 느꼈다.

하퍼와 함께했던 애증의 7년은 이제 팀 기록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글자로 남은 채 끝났다. 이제는 지나간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할 때. 하퍼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워싱턴은 어떤 대처를 할까? 그리고 도대체 하퍼는 워싱턴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수였을까? 워싱턴의 대처 이전에, ‘내셔널스의 하퍼’라는 존재감에 대하여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퍼가 팀에 없었다면?

(출처=Flicker Keith Allison)

고등학교 시절 비거리 150m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하퍼는 2010 드래프트 이전부터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이 선수를 얻기 위해 여러 팀이 드래프트 전체 1픽을 얻기 위한 패배 각축전을 벌였고, 결국 워싱턴이 59승 103패로 승리(?)하며 2년 연속 첫 번째 픽을 행사할 권리를 얻었다. 직전 시즌 워싱턴의 선택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였다.

[표1] 하퍼의 커리어 기록 (출처=Fangraphs)

유망주 시절 명성과는 달리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실제 기록으로 보았을 때 ‘이게 과연 한참 모자라는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하퍼가 지난 7년 동안 기록한 fWAR은 30.5로, 평균 4.3 이상의 승리 기여도를 기록했다. bWAR 역시 27.4로 평균 4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특히 이 27.4를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위 픽 선수 53명과 비교해보면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 46명 중 16위에 자리한다. 커리어의 반도 안 되는 고작 7년 뛴 선수가 말이다. 1910년 이후 만26세 시즌까지 5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2816명 중 하퍼의 fWAR는 45위로 상위 1.60%이며, 홈런은 23위로 상위 0.82%에 해당한다. 하퍼만큼 관심을 받았던 브라이언 테일러(1991 뉴욕 양키스)나 폴 윌슨(1994 뉴욕 메츠)이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보지도 못하거나 데뷔를 해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한 채 쓸쓸히 은퇴한 것을 생각하면 하퍼의 성적이 결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

*공교롭게도 스트라스버그의 bWAR 역시 27.4이다.

팀 선수간 비교를 해보면 하퍼가 워싱턴에 공헌한 정도가 얼마나 컸는지 더욱 실감이 된다. 2012~2018년 동안 워싱턴의 외야수들이 쌓은 fWAR은 62.4. 그 중 30.5를 하퍼가 쓸어담았다. 비율로 환산하면 무려 48.9%. 외야의 거의 반을 담당한 셈이다. 2위와의 격차 역시 커서, 제이슨 워스가 기록한 11.8의 2.6배에 해당한다. 비율로 따지면 정확히 30%p차이이다. 이 외야수들을 지니고 기록한 워싱턴의 팀 스탯이 30개 팀 중 11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하퍼의 활약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표2, 차트] 2012~2018 워싱턴 외야수들의 fWAR 기록 및 점유율 (출처=Fangraphs)

만약 하퍼가 팀에 없었다면 워싱턴의 전력은 어땠을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시즌 동안 워싱턴이 기록한 조정득점창출력(wRC)은 내셔널리그 3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8위에 해당하는 5117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하퍼가 쌓은 667점이 빠지면 4450점에 그쳐, 메이저리그 27위로 순위가 폭락한다. 물론 하퍼 자리를 메꿀 선수가 나타나면 당연히 창조득점은 올라가겠지만, 그만큼 하퍼가 워싱턴에서는 절대적으로 빠져서는 안 될 선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퍼가 팀에 더 이상 없다면?

자, 이제 과거는 잊고 새로 라인업을 구성해보자. 하퍼를 기억에서 지울 2019 워싱턴 내셔널스의 새로운 외야진은 다음과 같다.

후안 소토, 빅터 로블스, 애덤 이튼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후안 소토. 지난 시즌 고작 만 19세의 나이에도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에 이어 신인왕 2위에 오른 굴지의 루키이자 앞으로 워싱턴을 이끌어갈 차세대 타자이다. 어린 나이에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출루율을 보여주는 등 선구안에서도 합격점을 받았으며 이외의 부분에서도 성숙한 면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부터는 팀의 중심 타선에 포함되어 팀의 주축 타자로 우뚝 설 가능성이 크다. 약점이라고 한다면 그의 수비력, 무엇보다도 ‘하퍼를 대신할 선수’라는 상징성이 그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 물론 앤서니 렌돈이라는 훌륭한 타자가 뒤를 받쳐주고 있기에 하퍼의 생산력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분명히 상당한 존재감을 보일 것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있는 만큼 하퍼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워싱턴의 새로운 보배로 거듭나기 위해서 소토에게 2019년은 상당히 중요한 시즌이다.

애덤 이튼. 시카고 화이트 삭스 시절 신성 리드오프 히터이자 중견수로 대활약하며 장기계약을 맺는 등 앞날이 창창한 선수였다. 그랬기에 워싱턴은 팀 내 최고 유망주들이었던 루카스 지올리토와 레이날도 로페즈까지 대가로 넘기면서 데려올 정도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 2년은 계속되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고작 118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무릎 부상의 여파가 선수 본인의 스피드에 영향을 주며 수비력까지 덩달아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부터는 중견수가 아닌 우익수로 뛰게 된다. 확연하게 떨어진 내구성과 30대에 들어선 그의 커리어를 감안해 볼 때, 이제 이튼에게 바라야 할 것은 성적이 아니라 건장하게 시즌을 보낼 수 있느냐가 되었다.

그리고 빅터 로블스. 스프링 캠프 전까지 그의 입지는 사실 불확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로블스가 성장할 때까지 자리를 채울 예정이었던 마이클 테일러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개막전부터 주전 중견수로 낙점되었다. 하퍼 이후 워싱턴 최고의 타자 유망주로 손꼽히며, 지난 3년 간 꾸준히 BA, BP, mlb.com 세 개의 사이트에서 모두 유망주 랭킹 10위권 또는 그 이상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상당히 높은 가치를 지녔다. 리그 최상위권의 스피드와 수비를 갖추고 컨택과 파워 역시 평균 이상으로 평가받을 정도.

[표3] 워싱턴의 주요 외야 유망주들 (출처=mlb.com)

2012년부터 계속 우승을 향해 달려온 만큼, 워싱턴의 팜 시스템 뎁스는 스트라스버그와 하퍼가 공존하던 때 보다는 상당히 약해졌다. 그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외야 유망주들이다. mlb.com을 기준으로 워싱턴의 탑 유망주 30명 중 맨 위의 로블스를 제외하면 외야수는 3명에 불과하며, 그들조차 미래 가치(FV)가 최소 주전급 수치인 50에 못 미칠 정도이다. 소토가 있지만 그 후에는 외야수 자체 수급이 어려워 보이는 만큼 로블스의 성장이 중요하다.

하퍼가 팀에 없어도?

지난 몇 년간 실패가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워싱턴 내셔널스는 내셔널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팀이다. 하퍼에게 아낀 돈을 패트릭 코빈에게 투자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함께 최강의 선발 로테이션을 갖추었고, 라인업에서도 소토와 함께 앤서니 렌돈과 트레이 터너*가 건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퍼의 공백은 크다.

*터너는 현재 손 골절 부상으로 이탈하여 상당 기간의 재활이 불가피하다.

이제 하퍼는 워싱턴 DC가 아닌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에 홈 구장을 둔 팀의 선수로 뛴다. 본인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을 만큼의 디퍼*가 있었지만 어쨌든 간에 팀의 오퍼를 차고 나간 만큼 필라델피아가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를 찾은 첫 번째 경기에서 하퍼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물론 그 다음 경기, 전체 시리즈 내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소중했던 만큼, 아니 그 이상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연봉에 대한 추후지급 옵션. 하퍼의 경우 워싱턴이 제시액의 상당부분을 추후지급으로 돌렸었다. 초기 오퍼는 2052년까지 분할 지급, 마지막 오퍼는 2072년까지 분할 지급.

한때 팀 최고의 타자였던 선수를 이제는 13년 동안 라이벌 팀 소속으로 만나야 한다. 필라델피아와 워싱턴의 2019시즌 초반 분위기가 상반되게 진행되면서 더욱 뇌리에 남을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떠나간 선수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 기간이 고통스럽겠지만, 잊어버리고 기존의 선수들과 함께 팀을 이끌고 포스트시즌에 나가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워싱턴 내셔널스의 앞날이 더욱 흥미로워진다.

에디터=야구공작소 김남우 & 송민구 / 일러스트=최원영

기록 출처=mlb.com, Baseball-Reference, Fangraphs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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