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김선영)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NC 다이노스
포수/1루수, 우투우타, 188cm, 96kg, 1991년 9월 2일생
[야구공작소 김형준] 2018시즌은 NC 다이노스에게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이 실패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리그 10위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었다. 전력의 유출(이호준, 김태군, 해커 등)과 기존 멤버들의 부진(박석민, 스크럭스, 임창민 등)이 원인이었다. 이에 NC 다이노스는 오프시즌 초반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외국인 셋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포수는 김태군의 입대 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생산력이 리그 최하위권에 머무른 포지션이었다. 따라서 NC 다이노스는 국내 최고의 포수 양의지 외에 백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까지 영입하며 단숨에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데에 성공했다. 베탄코트는 5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으며, 포수, 1루수, 외야수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슈퍼유틸리티 플레이어다. NC 다이노스가 그의 어떤 매력에 빠져든 것인지 차례로 살펴보자.
배경
파나마 출신의 베탄코트는 만 16세였던 2008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60만 달러에 계약했을 정도로 촉망받는 포수 유망주였다. 부드러운 스윙과 강력한 어깨는 스카우트의 찬사를 자아냈고, 마이너리그에서 3년 연속 올스타 게임에 진출한 바도 있다. 2012년 MLB 전체 유망주 순위에서 53위에 오르며 미래의 애틀란타 주전 포수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2014~2015년 당시 애틀란타의 주전 포수였던 에반 개티스의 부상과 부재를 틈타 기회를 받았지만 그는 대체 선수만도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2년간 OPS는 각각 0.548, 0.515에 불과했고 성적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많은 패스트볼과 에러를 저지르며 수비 부분에서도 불합격점을 받았다.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베탄코트는 결국 시즌 직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이때 샌디에이고에서 애틀란타로 트레이드된 선수가 올해 SK에서 뛸 케이시 켈리라는 것이다. 베탄코트는 이적 첫해에도 부진했고, 팀은 어깨라는 강점을 살려보고자 그를 투수로 전향시키는 과감한 시도를 감행한다. 하지만 트리플A에서 볼넷이 삼진보다 1.5배 많던 그에게 투수로서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2018시즌 베탄코트는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트리플A 팀에서 다시 포수로 돌아왔다. 시즌 후반까지 지구 1위를 힘겹게 수성하던 밀워키에 베탄코트가 설자리는 없었지만, 20홈런에 .297 / .328 / .506 의 고무적인 슬래쉬라인을 기록했다. NC 다이노스가 이를 눈여겨보고, 12월 12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에 베탄코트와 계약에 성공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베탄코트 하면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수비형 포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유망주 랭킹을 매기면서 주로 컨택, 파워, 스피드, 어깨, 수비 이렇게 5가지 측면에서 선수의 능력치를 평가한다. 베탄코트는 80점 만점에 어깨 70점, 수비 60점으로 평가받았을 정도로 포수 수비 능력에는 손색이 없다. 게다가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 외야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의문점이 “높은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로 준수한 타격을 해낼 수 있을까”였다.
베탄코트의 메이저리그 타격 성적이 별 볼 일 없는 것은 사실이다. 통산 삼진 비율 24.3%, 볼넷 비율 3.7%는 우려되는 수치임에 분명하다. 유인구에 배트가 따라나가는 빈도가 높으며 스트라이크 존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불리한 볼 카운트에 자주 맞닥뜨렸고, 삼진을 모면하려다 보니 약한 땅볼 타구가 많이 양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베탄코트 영입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흔히 KBO리그보다 수준이 높다고 여겨지는 트리플A에서의 타격 성적은 훌륭하기 때문이다. 최근 4년 간 트리플A 타격 성적을 합산한 결과는 .306 / .337 / .498로 준수한 컨택과 장타 능력을 증명해냈다. 삼진, 볼넷 비율도 각각 17.3%, 4.9%로 한결 낫다.
베탄코트는 여러 포지션이 가능한 유틸리티 능력,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꾸준히 생산해내는 스윙, 이제 전성기에 들어서는 나이 등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큰 무대에서 그의 발목을 잡았던 “스트라이크 존 설정 능력”이라는 분명한 단점 또한 존재한다. KBO리그에서 새로운 심판들의 콜에 적응할 수 있느냐, 그리고 한국 투수들의 구위를 이겨낼 수준의 컨택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베탄코트에겐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미래
과거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앙헬 페냐, 윌린 로사리오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포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KBO리그 팀과 계약을 맺을 당시까지도 포수 포지션을 유지해온 선수는 베탄코트가 유일하다. 베탄코트의 기용 문제에 관하여 이동욱 감독은 열린 입장을 내놓았다.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1루수, 외야수를 모두 실험해보며 선수들과의 호흡과 본인이 편안함을 느끼는 포지션을 함께 살펴볼 예정이라 한다.
양의지의 존재 때문에 베탄코트가 주전 포수가 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이번 겨울 NC 다이노스는 에디 버틀러, 드류 루친스키와 계약하며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는데, 베탄코트가 그들의 전담 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날에는 그를 1루수로 기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1루수는 내야에서 수비 부담이 가장 적은 포지션으로 베탄코트에게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경험이 있는 데다, NC는 1루 수비 경험이 전무하던 에릭 테임즈가 역사에 남을 1루수로 성장하는 광경을 본 바가 있기 때문이다.
2018시즌 NC 다이노스의 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합산은 리그 9위, 1루수 WAR 합산은 리그 7위였다. 베탄코트가 어느 포지션에서든 준수한 타격을 보여준다면 지난해에 비해 큰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베탄코트가 팀의 자존심 회복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테임즈에 대한 팬들의 그리움을 해소해 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에디터=야구공작소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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