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성장통

팬그래프 예상 성적 :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88승 74패)
시즌 최종 성적 :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84승 78패)

[야구공작소 홍지일]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2015시즌 기대를 모았던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가을야구를 하게 되자, 휴스턴 팬들의 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올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5할 승률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디비젼시리즈까지 치렀던 것을 생각하면 지구 3위의 성적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2016시즌을 앞둔 휴스턴의 전력에선 가을야구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신예 트로이카라고 불리는 호세 알투베,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가 중심타선을 채워줬고 언제든 한방을 쳐줄 수 있다고 판단했던 카를로스 고메스와 콜비 라스무스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고메스와 라스무스는 2% 부족한 선수조차 아닌, 기대치의 2% 밖에 미치지 못한 선수였다.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1루수와 포수 쪽의 약점은 끝내 보강하지 못했다. 덕분에 휴스턴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균형은 맞춰지지 않았다.

투수진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전 보강으로 지난해 이상의 기대를 받았다. 불펜은 리그 평균 이상으로 평가받은 켄 자일스를 영입해 강도를 더했다. 선발진은 스캇 카즈미어의 빈자리를 덕 피스터의 영입으로 메우고, 여기에 기대주 랜스 맥컬러스의 성장까지 예상돼 확실한 상수 전력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은 부진과 부상을 거듭한 끝에 9승에 그쳤고, 자일스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윌 해리스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줬다. 맥컬러스와 또 다른 선발 마이크 파이어스 역시 등판 간격을 지키지 못했다. 상수로 여겨졌던 전력에 변수가 너무 많아져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시즌 중반 쿠바에서 망명한 ‘국제 FA 최대어’ 율리에스키 구리엘과 4년 계약에 성공했다. 후반기에는 주전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틈을 타 조 머스그로브, 크리스 데븐스키, 토니 캠프 등이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고, 이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덕에 9월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가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크게 끌어올린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완전체로 진화하기 전 성장통을 겪은 모습과 같았다.

 

BEST – 호세 알투베

호세 알투베,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알투베는 지난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함께 타율과 도루 모두 리그 정상권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 휴스턴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알투베는 올해도 거듭 진화를 이어갔다. 도루 개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지만, 자신의 장점인 컨택트 능력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무려 2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아메리칸리그의 내로라하는 내야수 중에서도 알투베의 성적은 군계일학이었다.

# 이제 나도 리그 슈퍼스타

조시 도날슨(3루): 0.284/0.404/0.549 37홈런 7도루 7.6fWAR

호세 알투베(2루): 0.338/0.396/0.531 24홈런 30도루 6.7fWAR

매니 마차도(3루): 0.294/0.343/0.533 37홈런 0도루 6.5fWAR

프란시스코 린도어(유격): 0.301/0.358/0.435 15홈런 19도루 6.3fWAR

로빈슨 카노(2루): 0.298/0.350/0.533 39홈런 0도루 6.0fWAR

이안 킨슬러(2루): 0.288/0.348/0.484 28홈런 14도루 5.8fWAR

올 시즌 A.J. 힌치 감독은 알투베를 테이블세터가 아닌 클린업으로 더 많이 기용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라인업을 가동하면서 알투베가 1번이나 2번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에는 5월 중순 이후 3번 타자로 고정했다. 장타력이 요구되는 역할을 맡은 알투베는 감독의 의중에 정확하게 부응했다.

지난 시즌에 대비해 자신의 약점을 완전히 보완한 것도 인상적이다. 알투베는 지난해 커리어 최다인 15개의 홈런과 함께 0.313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스윙이 커지면서 속구 대처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속구에 대한 타율은 평범한 수준인 0.289에 그쳤고, 홈런도 7개에 불과했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을 가로세로로 9 등분 했을 때 가운데로 들어온 공에 대한 타율이 0.258로 가장 낮았다. 즉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들에게 고전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 한 시즌이 지났을 뿐인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상대한 속구의 숫자는 더욱 늘어났지만, 속구 상대 타율은 0.374로, 홈런 숫자는 14개로 많이 늘어났다. 한가운데 속구 상대로도 0.390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속구 상대 장타율도 0.457에서 0.657로 정확히 2할이 증가했다. 이제는 더는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도 부족한, 휴스턴에 없어서는 안 될 MVP가 된 알투베다.

알투베장타력변화# 알투베의 장타력 변화

 

WORST – 1루수

몇 년 전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1루수가 누구야’라는 영상이 있었다. 그 영상 제목처럼 올해 휴스턴은 팀의 1루수를 찾기 위해 한 시즌 내내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즌 전에 낙점된 주전 1루수는 없었으나 타일러 화이트, A.J. 리드, 존 싱글턴 등 잠재력이 충분한 선수들이 많았기에 별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안일한 생각은 올해 휴스턴 타선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말았다.

시즌 개막전에서는 화이트가 1루 미트를 꼈다. 그리고 4월 한 달간 5개의 홈런과 함께 0.814의 OPS를 기록하며 휴스턴의 1루수 걱정을 지워버리는 듯했다. 하지만 5월부터 화이트의 타율은 2할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 주전 명단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그 대신에 기회를 부여받은 리드는 더 심각한 모습을 보였다. 타율은 2할을 넘지 못했고, OPS도 0.6을 넘지 못했다.

한때 휴스턴의 최고 유망주라고 불렸던 존 싱글턴은 마이너리그(트리플A)에서조차 0.202의 타율을 기록, 오히려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싱글턴이 트리플 A에서 부진하니, 화이트와 리드가 제 역할을 못 해도 대신할 카드가 없었다. 결국, 휴스턴은 알렉스 브레그먼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 3루수를 맡기고, 기존 3루수였던 마윈 곤잘레스에게 1루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곤잘레스는 휴스턴이 기대하던 수준의 1루수가 아니었다. 곤잘레스의 1루수 기용은 사실상 휴스턴의 ‘1루수 농사 실패 선언’과 같았다.

 

MIP – 알렉스 브레그먼

올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이며 급성장한 유망주들, 이들이 있기에 휴스턴은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1번 타자로 주로 출장한 조지 스프링어는 162경기를 소화하며 29홈런을 때려냈고, 이제는 어엿한 휴스턴의 중심 타선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크리스 데빈스키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8.1이닝을 소화하며 2.16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그렇지만 휴스턴 팬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내야수 알렉스 브레그먼이었다. 브레그먼은 2015년 1라운드 2번으로 휴스턴이 지명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러나 이 선수가 지명을 받은 지 두 시즌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뛸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브레그먼은 휴스턴이 ‘브래디 에이켄 참사’*를 잊게 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고, 유일한 약점이라고 지적됐던 파워까지 보완하며 2016 미드시즌 유망주 랭킹 1위까지 올랐다.

*브레그먼 지명 1년 전 휴스턴은 1라운드에서 에이켄을 지명했다. 그러나 에이켄의 팔꿈치 부상 기록을 고의로 언론에 누출해 계약금을 깎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결국 에이켄과 계약에 실패했다. 계약 실패 보상으로 받은 지명권으로 지난해 브레그먼을 지명, 계약에 성공했다.

시즌 중반 브레그먼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와일드카드 턱걸이를 노리던 휴스턴은 메이저리그 데뷔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타 팀에서 베테랑 선수를 영입해서 와일드카드 그 이상을 위한 행보를 보일 수도 있었지만, 대신 브레그먼과 같이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미래를 도모할 수도 있었다. 결국 구단의 선택은 후자였고, 브레그먼은 프로 데뷔 2년 차에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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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치의 인내, 브레그먼의 성장

기대와 달리 브레그먼은 첫 10경기에서 타율 5푼을 기록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39경기에서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0.577의 장타율, 0.931의 OPS와 8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팀의 중심타선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팀 사정상 자신의 원래 자리인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뛰면서 기록한 성적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브레그먼의 활약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브레그먼 – 알투베 – 코레아 – 구리엘로 이어지는 휴스턴 내야진의 위력은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설 것이다.

 

마무리

휴스턴의 지난해 성적은 시즌 전 구상보다 크게 운이 따랐던 결과라는 평을 받았다. 올해는 그 반대였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많았지만, 거기에 대비할 카드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카이클, 맥컬러스의 부상과 파이어스, 자일스, 라스무스, 카스트로 등 많은 고연봉 선수들이 부진했다. 그러나 부상의 늪에도 정규시즌 종료 1주 전까지 와일드카드 경쟁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이 점에 주목했는지, 제프 르나우 단장이 이끄는 프런트 오피스는 아직 12월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지갑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FA로 풀린 외야수 조쉬 레딕과 계약하며 라스무스의 빈자리를 바로 메우더니, 1루수 못지않게 약점으로 지적됐던 포수 포지션도 베테랑 브라이언 맥켄 영입을 통해 보강을 꾀했다. 구단이 2년 전부터 해온 ‘2017년을 바라보고 준비하겠다’는 말을 실천하려는 모양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휴스턴은 3년 연속 100패를 기록한, 패배가 익숙한 팀이었다. 이제는 더는 ‘당연한 패배’에 물들어 있지 않다. 선수단에 가득 찼던 물음표는 더 많은 느낌표로 바뀌었다. 성장통은 끝났다. 이제 선수들도, 팀도 완성형이 되어가는 휴스턴의 2017시즌을 기대해본다.

 

기록 출처: MLB.com, Fangraphs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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