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려진 이학주의 음주운전 사건
[야구공작소 한민희]얼마 전 현역 프로야구 선수의 음주운전 사건이 보도됐다. 해당 선수는 2017년 5월 31일 서울 모처에서 신호등 적색 불에 차량을 정지한 후 잠이 든 상태로 경찰에 적발됐다고 한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61%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기사는 해당 경찰서 관계자, 구단, 선수의 입장을 전하며 선수가 음주운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 선수의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이, 해외 프로야구 경력, 올해 국내에 복귀했다는 보도를 바탕으로 몇몇 선수가 후보에 올랐다.
삼성 라이온즈는 바로 “2017년 5월 음주운전 적발 프로야구 선수는 라이온즈의 2019년 신인인 해외파 이학주 선수임이 확인됐음을 알려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선수가 사실관계를 시인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 출처 : DAUM 인물 검색 –
이학주에 대한 제재가 가능할까
이학주는 독립리그에서 나와 국내에 있던 시기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당시 소속팀은 없는 상태였다. 이 사건으로 이학주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형사 처벌을 받았다. 면허취소 및 벌금 처분이었다.
– 출처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그렇다면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나 삼성 라이온즈는 과거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이학주에게 징계나 조치를 할 수 있을까?
KBO는 ‘KBO 규약’을 통해 KBO리그와 퓨처스리그(이하 리그)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 KBO 규약 제151조엔 선수, 감독, 코치, 구단 임직원 또는 심판위원이 일정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할 경우, 총재가 제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총재는 실격처분, 직무 정지, 참가활동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을 할 수 있다. 각 구단도 자체규정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조처를 할 수 있다.
– 출처 : KBO 홈페이지 –
이학주가 KBO 규약 제151조에서 정한 ‘선수’에 해당한다면 총재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음주운전을 저지를 당시 KBO리그에 소속돼있지 않았다. 결국 이학주가 제재대상이 되는지는 제151조의 적용대상자에 대한 해석 문제가 된다.
KBO의 회원(이하 구단), 구단 소속의 임직원·감독·코치·선수, 심판위원, 기록위원 등 리그에 참가하는 모든 단체 및 개인(이하 총칭하여 ‘리그 관계자’라 한다)은 KBO 규약 제2조에 따라 규약이 보호하는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또한 규약과 이에 부속하는 제반 규정 및 이에 따른 총재의 결정을 성실히 준수할 의무도 있다.
리그 관계자의 권리와 의무를 정한 조항을 역으로 생각하면, KBO 규약은 규약의 적용대상자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리그 관계자’로 한정했다. 이 조항을 고려하면, KBO 규약 제151조에서 정한 ‘선수’는 품위손상행위 당시 구단에 소속된 선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KBO 규약 제151조는 행위 당시 구단에 소속된 선수를 제재한다고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 제151조는 선수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라고 정했다. 규약의 적용을 받기 전에 한 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과거의 사건을 제재 범위에 포함하고 싶었다면 품위손상행위를 ‘했던 경우’라고 규정했어야 했다.
또한 KBO규약 제151조가 대상자에게 제재라는 불이익을 주는 만큼 명확하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소급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 형사소송에서도 형벌 불소급을 대원칙으로 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다.
나아가 이것은 구단이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구단의 소속이 되기 전에 저지른 행위에 대해 징계하는 것은 행위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피해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학주의 범법 행위에 대한 리그 차원의 제재는 불가능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안우진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올해 신인인 안우진은 휘문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야구부 후배를 폭행했다. 당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A)는 그에게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고등학생 선수 신분으로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KBO는 안우진이 학교폭력 사건 당시 KBO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넥센 히어로즈는 안우진에게 2018년 정규시즌 50경기 출장 정지란 자체징계를 내렸다. 그렇지만 사건의 엄중함과 행위 당시의 징계권자를 고려했을 때, 휘문고와 교육청에서 정확히 조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확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때
최근 음주운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법률이 발의되는 등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공분도 매우 높다. 음주운전의 불법성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엄정한 판단과 처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행위 당시 예상하지 못한 제재 등 불이익을 근거 없이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비단 법률뿐 아니라 KBO 규약이나 구단의 자체규정도 마찬가지다.
기사 출처=[단독] 현역 프로야구 선수, 음주운전 혐의로 警 적발
에디터=야구공작소 박기태,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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