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8시즌 리뷰] 뉴욕 메츠 2018시즌 리뷰 – 잘한 놈, 아픈 놈, 괘씸한 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선영)

팬그래프 시즌 예상: 84승 78패 (NL 동부 2위)
시즌 최종 성적: 77승 85패 (NL 동부 4위)

[야구공작소 송준형]

‘어메이징’.

뉴욕 메츠의 정체성을 너무나도 잘 설명하는 이 단어는 올해에도 유효했다. 2018시즌도 메츠는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어메이징’했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암울했던 2017년 시즌이 끝난 후, 그 해 겨울 메츠는 잠재력만큼은 리그 최고인  젊은 선발 투수진과 주포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의 건강에 모든 것을 걸고 다시 한 번 달려보기로 했다. 메츠는 지난겨울 제이 브루스(3년/3,900만$), 제이슨 바르가스(2년/1,600만$), 토드 프레이저(2년/1,700만$), 앤서니 스와잭(2년/1,400만$)같은 즉시전력감 베테랑들과 비교적 짧은 연수의 계약을 맺었다. 이것만 봐도 올해 메츠의 목표는 명확했다. 그리고 이들을 이끌어 갈 새 얼굴로 前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투수 코치 미키 캘러웨이를 감독에 선임함으로써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렇듯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시작했던 시즌이었기에, 초반의 엄청난 호성적은 메츠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첫 12경기에서 11승 1패. 구단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초반 스퍼트에 뉴욕 언론은 드디어 올해가 메츠의 ‘그 시즌’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설레발을 쏟아냈다. 그러나 ‘어메이징’한 기운이 다시 한 번 팀을 감싸기 시작하며, 선수들은 하나씩 쓰러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쓰러져나가는 선수들과 함께 18’ 메츠의 시즌 역시 급속도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6월 전적 5승 21패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끝으로, 메츠는 결국 올해에도 내년을 기약한 채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후반기에 뜬금없이 전력이 안정화되며 38승 30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5월과 6월의 대폭락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즌 최종 성적은 77승 85패. 메츠는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데 또 실패했다. 최근 30년을 통틀어 25번째 가을야구 탈락. 퀸즈를 뒤덮는 어두운 구름은 쉐이 스타디움에서 시티 필드로 옮겨온 지 근 10년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

 

▶ 잘한 놈

정상적인 ‘프로 스포츠’ 구단이라면, 아무리 망한 시즌이라 해도 적어도 한 가지는 정신승리를 할 수 있는 위안 거리가 있어야만 한다. 정상적인 구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도 올해도 메츠는 언제나 그랬듯  내년을 기대하게 할만한 요소들이 몇 있었다. 타선에서 갑작스레 두각을 드러낸 브랜든 니모와 시즌 막판에 뜬금없이 무주공산이었던 2루 자리에 안착한 제프 맥닐도 여기에 포함된다.

브랜든 니모, 제프 맥닐 2018시즌 성적
브랜든 니모: 140경기 535타수 17홈런 .263/.404/.483(타/출/장) bWAR 4.4
제프 맥닐: 63경기 248타수 .329/.381/.471(타/출/장) bWAR 2.4

물론 시즌 내내 든든하게 팀을 떠받쳐준 선발진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판타스틱 5는 아니었지만, ‘그레잇 4’ 정도라고 부를 정도는 됐다.

주요 선발 투수들의 2018시즌 성적
제이콥 디그롬: 32경기 217.0이닝 1.70ERA 269K/46BB 10승 9패
노아 신더가드: 25경기 154.1이닝 3.03ERA 155K/39BB 13승 4패
잭 휠러: 29경기 182.1이닝(2014년 이후 최다) 3.31 179K/55BB 12승 7패
스티븐 마츠: 30경기 154.0이닝 3.97ERA 152K/58BB 5승 11패

이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선수는 바로 제이콥 디그롬과 잭 휠러였다. 우선 휠러의 경우 거의 4년 넘게 그를 괴롭혀온 부상의 마수로부터 드디어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동안 휠러를 지켜보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메츠는 드디어 그 달콤한 기다림의 결실을 맛볼 수 있었다. 통증에서 드디어 벗어난 휠러는 작년에 비해 1.3마일 빨라진 패스트볼(94.6 → 95.9mph)과 무려 3마일이나 빨라진 슬라이더(87.9 → 90.9mph) 투피치를 앞세워 타자들을 추풍낙엽처럼 날려버렸다. 여기에 타자들의 중심을 빼앗기 위해 간간히 던진 커브 역시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성적만 좋아진 게 아니라, 전반적인 투구의 질 자체가 뛰어났다.

 

 

하지만 올해 뉴욕 메츠의 진(眞) 주인공을 고르라면 당연히 제이콥 디그롬이다. 그런데그 ‘주인공’이라는 의미는 보편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쓰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성적만 보면 악당들을 기관총으로 무자비하게 박살내는 <람보> 같은 액션물을 연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디그롬의 시즌을 자세히 뜯어보면 차라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물, 휴먼드라마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운수 좋은 날> 김첨지마냥 ‘무실점을 했는데 승리를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시즌 최종전까지 200이닝+ 250K+ 2.00ERA↓를 기록하고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지 못하는 역사적인 노디시전과 패전의 행진을 보였던 건 덤이다. (다행히도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9/26일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10K의 괴력투를 펼치며 눈물의 10승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디그롬의 역투, 그리고 불운이야말로 2018시즌의 메츠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었을까? ‘잘한 놈’조차도 온전하게 축하받지 못하는 우울한 곳, 그곳이 올해의 메츠였다.

 

▶ 아픈 놈

메츠가 우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아직도 퀸즈와 시티필드를 떠나지 않고 배회하는 부상의 망령때문이다. 오랜 기간 팀을 맡아 이끌어오던 단장마저도 암이라는 중병에 걸려 중도퇴진해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메츠의 부상 이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길게 말로 하는 것보다 아래의 표로 설명이 가능하다.

 

 

* 심지어 세스페데스의 경우 발 뒷꿈치 석회화로 인해 수술을 받은 후 내년 시즌 개막전 출전마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상기된 표는 최소 40일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주전급 위상을 가진 선수들만 골라서 기재한 일지다. 날짜를 조금 줄일 경우 제이콥 디그롬(에이스, 10일), 마이클 콘포토(클린업, 7일), 스티븐 마츠(3선발, 15일), 브랜든 니모(주전 외야수, 11일), 윌머 플로레스(핵심 유틸리티, 18일)같은 선수들도 모두 한 번씩 DL에 이름을 올린 후 돌아왔다. 실제로 RosterResource라는 사이트에서 올 시즌 DL이 각 팀의 로스터에 미친 영향을 다양한 수치를 통해 분석한 결과, 메츠는 30개의 팀 중에서 당당히 2위에 자리잡는 위용(?)을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부상 악령’이 일시적인 불운의 산물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만성적인 현상, 일종의 ‘팀 컬러’로 자리잡아버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기된 표의 2017년 버전을 확인해보면 이는 명백해진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 괘씸한 놈

물론 여느 문제가 그렇듯,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수많은 복합적인 요인이 어우러져 어떤 쪽으로든 시너지를 냈기에, 지금과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메츠는 미국 현지에서 야구계에 투신하고자 하는 젊은 인재들이 외면하는 구단 중 하나로 공공연하게 알려져있으며, 여기에 기여한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구단주인 윌폰 일가의 애매한 구단 운영 방식과 불투명한 방향성때문이다. 물론 뉴욕 메츠가 연고지 내 경쟁팀인 양키스에 비해 성적과 관중 동원 등 모든 면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나, 어쨌든 뉴욕이라는 최고 수준의 시장 크기를 가진 도시를 연고지로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고 있다. 그 증거는 2018년 4월에 포브스가 발표한 MLB 구단 가치다. 이에 따르면 뉴욕 메츠는 21억 달러에 달하는 구단 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MLB 전체 구단 중 6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후 뉴욕 메츠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의 영입을 제외하면 마땅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 연봉총액 순위 역시 매년 리그 중위권을 맴도는 모습을 보여 많은 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부족한 투자로 인해 이미 많은 불만을 사고 있는 와중에, 최근에는 인간적으로도 추한 모습을 보이며 많은 이들의 조롱거리가 되기까지 했다. 현지 시간 기준 9월 31일날 현재 구단의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제프 윌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탑급 FA 영입이 없었던 것, 그리고 데이터 분석 팀이 전 MLB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작았던 것(풀타임 데이터 분석관이 겨우 3명에 불과하다)은 과거 현장 담당자의 운영 방침 때문이었다’라는 발언을 했다. 쉽게 말해, 현재 암으로 투병중인 샌디 앨더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가 포함된 발언이었다. 문제는 과거에 앨더슨 단장이 지금은 세상을 떠난 당시 구단주 프레드 윌폰에게 ‘데이터 분석관을 늘려달라’라는 요청을 했을 때, 구단 운영진이 이를 거절하고 인턴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을 했던 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봤을 때 이 사태는 메츠의 현재 운영 상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계획하기보다, 필요한 곳에 써야 할 비용을 최소화하고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는 애매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구단. 그리고 그 결과는 좋은 재능들을 데리고도 부진을 거듭했던 17-18 시즌의 성적으로 증명이 되고 말았다.

10월 29일(현지 기준) 뉴욕 메츠는 슈퍼에이전트 브로디 반 와게넨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에이전트가 단장이 된 역사상 2번째 사례이기에 많은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조명을 했다. 심지어 와게넨이 뉴욕 메츠의 투타 핵인 디그롬과 세스페데스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더 큰 파장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MLBPA(메이저리그 선수협회)에서도 이후 와게넨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할 것이라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일단 구단 운영진은 ‘와게넨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을 통해 이후 구단의 운영 방향 역시 와게넨의 의사에 따를 것이다’라는 의사를 천명했으며, 반 와게넨은 11월 1일에 공식 석상을 통해 ‘리빌딩이 아닌 윈 나우가 목표다’라고 밝히며 이후 메츠의 방향은 대권 도전으로 방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만큼, 시간을 주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구단이 보여준 ‘괘씸한’ 행보 탓에, 팬들이 인내해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결단과 실천이 필요한 상황이다.

 

▶ 그리고… 그리울 분

 

2000년 이후 뉴욕 메츠의 상징, 데이빗 라이트

(사진=Wikimedia Commons, Alex Kim, CC-BY-SA 2.0)

통산 성적 1585경기 출전 6872타수 1777안타 242홈런 .296/.376/.491(타/출/장)

올스타 7회, 3루 골든글러브 2회, 3루 실버슬러거 2회. 통산 50.4WAR(구단 통산 2위)

2004/7/21 데뷔 ~ 2018년 9월 29일 은퇴

 

기록출처: MLB.com, Fangraphs, Baseball-Reference, Rosterresources.com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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