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Adios Amigo’ 마이애미 말린스

시즌 전 팬그래프 예상 성적: 80.8승 81.2패
시즌 최종성적: 내셔널리그 동부 3위(79승 82패)

 

프롤로그

[야구공작소 김남우] 2015년 71승 91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마이애미의 첫번째 움직임은 코칭스태프를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사령탑으로는 돈 매팅리 감독을 영입했고 타격코치 자리에 배리 본즈를 앉혔다. 매팅리와 본즈는 선수 시절 타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로 마이애미의 젊은 타자들에게 좋은 멘토가 될 거란 기대를 모았다. 또한 좌중간 펜스를 앞으로 당기면서 스탠튼의 파워에도 힘을 실어줬다.

타선에선 지난해 타격왕인 디 고든과 크리스티안 옐리치, 마르셀 오주나, 지안카를로 스탠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외야진을 비롯해 마틴 프라도, 저스틴 보어, JT 리얼무토 등 근래 가장 좋은 전력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토미 존 수술을 받고서 풀타임 시즌을 치르게 될 호세 페르난데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2선발로 첸웨인을 5년간 8천만 달러의 거액에 영입하며 2016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마이애미에 찾아온 뉴스는 지난해 깜짝 활약을 펼친 카터 캡스의 부상 소식과 뒤이어 터진 디 고든의 금지약물 복용 소식이었다. 캡스는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이 됐고 고든은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마이애미의 시즌은 시작부터 꼬이는 듯 했다.

그나마 데릭 디트리히가 전반기 동안 .303/.396/.442의 타격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면서 고든의 공백을 지워버렸고, 캡스의 빈자리는 데이빗 펠프스와 카일 바라클로가 대신했다. 셋업맨으로 변신해 25개의 홀드를 기록한 펠프스와 2년차 시즌을 맞아 29개 홀드를 기록한 바라클로는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했다.

팀의 간판타자 스탠튼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옐리치와 오주나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오주나는 전반기에 .307/.360/.533의 타격 슬래시라인을 기록하고 17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생애 첫 올스타전에도 출장했다. 백전노장 스즈키 이치로의 활약도 팬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이치로는 만 42세의 나이에 백업과 대타로 얻은 기회에서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안타를 적립했고 결국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팀 분위기를 살렸다.

팀의 에이스 페르난데스의 활약상도 대단했다. 전반기 17경기에서 11승 4패. 무엇보다 107.1이닝 동안 154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무서운 피칭을 선보였다. 수술을 끝내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구속 저하 없이 노련함까지 보여주면서 타자들을 농락했다.

마이애미는 카터 캡스와 디 고든의 이탈, 스탠튼의 부진에도 전반기 동안 47승 41패의 좋은 모습으로 후반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후반기의 마이애미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했다.

첸웨인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앤드류 캐쉬너는 이적 후 총 12경기에 등판해 1승 4패 5.98의 평균자책점으로 최악의 성적을 남기며 실패한 영입이 되었다. 샌디에이고에서 평균자책점 0.31에 머물렀던 페르난도 로드니도 비슷한 시기에 마이애미에 합류한 뒤 평균자책점이 5.89로 치솟으며 후반기 팀 부진의 원인이 됐다.

갈길 바쁜 와중에 부상 소식도 하나 둘 들리기 시작했다. 주전 1루수 저스틴 보어가 60일 DL에 오른 것을 비롯해 첸웨인, 스탠튼, 아담 콘리 등이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했고 디트리히와 펠프스도 DL에 올랐다. 크고 작은 부상이 하필이면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지나서야 줄줄이 터지며 마이애미는 8월 한달간 10승 18패에 머물러야 했다. 사실상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멀어진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날아온 소식은 모든 야구팬들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다.

 

키 포인트 – RIP, 호세 페르난데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멀어진 이후, 매팅리 감독은 호세 페르난데스의 등판 일정을 하루 미뤘다. 원래 그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던 9월 25일(현지시각) 새벽, 마이애미의 바닷가에서 보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의 남성이 사망했다.

그 3명 중 한명이 바로 호세 페르난데스. 누구보다 밝게 빛나던 메이저리그의 별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최고의 선수이자 동료를 잃은 팬과 마이애미 선수들은 허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경기가 취소된 사망 당일 이후, 마이애미에서는 ‘호세 페르난데스 추모경기’가 열렸다. 디 고든은 첫 타석에 페르난데스의 헬멧을 쓰고 우타석에 들어섰다. 공 한 개를 상대한 후에 본인 타석인 좌타석에 들어선 고든은 그 타석에서 시즌 첫 홈런을 날리며 떠나간 친구를 추모했다. 베이스를 도는 순간에 눈물을 흘린 것은 고든만이 아니었다. 매팅리 감독은 이 경기에 선발투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투수를 등판시키며 선수들 모두에게 페르난데스를 추모할 기회를 줬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구단의 마지막 16번이 된 선수와 함께 2016 시즌의 막을 내렸다.

 

최고의 선수 – 호세 페르난데스, 크리스티안 옐리치

올해 마이애미 최고의 선수는 누가 뭐라해도 호세 페르난데스다. 총 29경기에 등판해 16승 8패 평균자책점 2.86, 182.1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은 무려 253개에 달한다. 9이닝당 삼진은 12.49개로 역대 5위의 기록이다. 역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 페르난데스보다 9이닝당 삼진이 많은 투수는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 케리 우드 3명에 불과하다.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후 돌아온 첫 풀타임 시즌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올해 페르난데스보다 fWAR이 높은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와 노아 신더가드 뿐이다. 만약 그가 살아있었다면 2번 정도의 선발 등판이 가능했고 어쩌면 사이영상 경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선수를 내년 시즌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슬픔이다.

타선에선 옐리치의 활약이 눈부셨다. 데뷔한 이래 한번도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옐리치는 올해 스탠튼을 대신해 3번 타자로 출장했다. 지난 3년간 20개의 홈런을 쳤던 옐리치는 올해에만 21개의 홈런을 치며 장타력까지 만개했다.

옐리치의 장타력이 살아난 것은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그의 타구 속도 덕분이었다(평균 타구 속도 시속 93.3마일, 300타구 이상 타자 중 전체 7위). 옐리치는 타격폼과 타격 어프로치에 약간의 수정을 주면서 장타력을 살렸는데, 이 과정에서 탁월한 타구 속도가 빛을 발한 것이다. 타율, BABIP, 삼진과 볼넷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도 장타력의 발전을 이뤄낸 것이기 때문에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옐리치의 활약은 앤드류 맥커친을 연상하게 한다. 옐리치는 비슷한 나이대의 맥커친과 흡사한 성적을 남기고 있다. 뛰어난 컨택 능력과 선구안, 그리고 빠른 다리까지 갖춘 점도 유사하다.

만 24세 시즌 비교

옐리치: .298/.376/.483 21홈런 9도루 wRC+ 130 fWAR 4.4
맥커친: .259/.364/.456 23홈런 23도루 wRC+ 130 fWAR 5.5

 

최악의 선수 – 디 고든, 첸 웨인

디 고든은 지난해 타격왕과 도루왕을 차지하면서 마이애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 했다. 이런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5년간 총액 5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는 행운까지 얻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적발되어 8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점은 1년새에 성적이 곤두박질 쳤다는 것이다. 고든은 출장 정지에 들어가기 전까지 .266/.289/.340의 타격 성적과 0홈런 6도루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출장 정지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타율은 .268에 머물면서 지난해 타격왕을 차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마이애미는 첸웨인을 영입하면서도 큰 돈을 투자했다. 5년간 8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며 영입한 첸웨인은 호세 페르난데스와 함께 마운드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타자 친화적인 지구와 구장에서 뛰다가 투수 친화적인 지구와 구장으로 넘어왔으니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첸웨인의 피홈런은 크게 증가했다. 9이닝 당 피홈런이 지난해 1.32개에서 1.61개로 증가하면서 구장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평균 시속 91마일대의 포심 패스트볼은 구속이 90마일대로 하락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당하며 2달 가까이 공백이 생겼다. 첸웨인의 부상은 마이애미가 무리하게 앤드류 캐쉬너를 영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장기계약을 맺은 두 선수는 첫해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향후 몇 년간 마이애미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마이애미가 두 선수에게 지불할 연봉은 4년간 총 1억 2,300만 달러에 달한다.

 

총평

마이애미 말린스는 처절한 2016년을 보냈다. 전반기에 보여줬던 성적을 끝까지 유지하진 못했지만 한때 와일드카드 경쟁까지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제는 당장 호세 페르난데스 없이 맞이하게 될 다음 시즌이다.

페르난데스의 공백은 어떤 투수로도 메울 수 없다. 첸웨인이 반등에 성공한다면 이후 로테이션은 그럭저럭 꾸려지겠지만 그래도 선발진의 두께가 너무 얇다. 선발진이 얇다는 것은 불펜에도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FA 시장에 괜찮은 선발 투수가 없다는 점과 팀의 팜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마이애미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타선은 올해 라인업이 그대로 갖춰질 전망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하위권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리빌딩 과정이 내년에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워싱턴 내셔널스와 뉴욕 메츠의 전력이 여전하며,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팀까지 있어 마이애미의 성적은 잘해야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애미의 2016년은 가혹했다. 디 고든의 약물복용,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부진, 그리고 호세 페르난데스의 죽음. 야구 역사상 이보다 혹독한 시즌을 보낸 팀이 있을까? 2017년의 마이애미는 호세 페르난데스의 미소처럼 밝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응원해본다.

 

기록 출처: 팬그래프, 베이스볼 레퍼런스, MLB.com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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