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위에 대처하는 법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옛 구장 코미스키 파크에는 더위에 지친 야구팬들을 위한 샤워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사진=시카고 화이트삭스 제공)

 

[야구공작소 김가영] 올 여름도 지긋지긋했다. 1994년 이후, 24년만에 수은주가 최고를 찍었고 심지어는 대프리카에 이어 서울을 아프리카에 빗댄 서프리카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야외스포츠’인 야구는 미세먼지에는 취소된 적은 있어도 더위 때문에 취소된 경기는 없었다. 어쩌면 더위가 심해질수록 우리가 이겨내야 했던 적수는 상대팀이 아니라 ‘더위’였는지도 모른다.

 

#1

사실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스스로 부채를 부치거나, 휴대용 선풍기를 소지하거나,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등이 전부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그렇게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만약 돔구장에서 야구를 본다면 이와 같은 걱정을 안해도 되지만 돔구장까지 갈 수는 없고, 야구는 보고 싶은데 더위가 싫다면 집에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구단들은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무더위를 잊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워터 페스티벌이다. 해외 뉴스에도 보도가 될 만큼 화제가 됐던 워터 페스티벌은 2014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후 KT, SK, 롯데 구단에서도 이와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연례행사처럼 되어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경우 구장 실내 복도의 천장에 노즐을 설치하여 안개를 분사하고 있다. 안개를 맞을 때 휴대용 선풍기와 함께 사용한다면 주변 온도를 보다 빠르게 낮출 수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약 40년이 앞선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옛 구장인 코미스키 파크에는 외야석 중앙에 샤워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샤워부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구단주인 빌 빅(Bill Veeck)이 제안한 것으로 이를 통해 무더운 여름에도 관중들이 계속 야구장을 찾아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신구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샤워부스는 옛구장의 철거와 함께 없어졌다. 대신 그 전통을 이어받는 의미로 현재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의 1층에 샤워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샤워부스 말고도 레인룸이라고 하여 천장에서 물로 된 안개가 뿌려지는데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줄을 서서 경험해 볼 정도로 나름 구장의 명물이다.

 

(사진=시카고 화이트삭스 제공)

 

더위는 심판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정확한 볼 판정을 위해 구심의 체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포수 못지 않게 두꺼운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매번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 사인을 위해 수백 번의 몸을 움직여야 하는 구심의 체력 소모는 다른 누심들보다도 크다. 선수들은 이닝이 끝나면 선풍기와 이동식 에어컨이 있는 덕아웃으로 들어가 쉴 수 있지만 심판들은 계속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 그나마 메이저리그의 경우 심판들의 처우는 조금 낫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복장에 냉매제를 부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심은 쿨링팩이 앞뒤로 부착돼 있는 조끼를 입고 경기에 참여하며 누심들은 쿨링캡이라든지 셔츠 안쪽에 있는 포켓에 휴대용 쿨링패드를 넣어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판정에 임한다.

 

(사진=Durango Herald 제공)

 

간혹 선수들은 예상치 못했던 모습으로 더위에 대응하기도 한다. 2005년, 당시 두산의 투수 박명환은 한화와의 경기에서 공을 던지다 모자가 벗겨지면서 안에 들어있던 양배추가 떨어진 적이 있다.  갑상선항진증을 앓고 있던 박명환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양배추를 머리 위에 얹었다고 했다. 자칫 야구규칙 투수 금지사항에 해당하는 ‘투수가 이물질을 신체에 붙이 거나 지니고 있는 것(야구규칙 8.02(b))’에 따라 퇴장당할 수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더웠던 폭염과 투수의 건강상태를 알기에 모두 가벼운 해프닝으로 웃고 넘겼다. 작년 밀워키 브루어스의 올랜도 아르시아는 마이매이 말린스와 경기 도중 뜬공을 처리하기 위해 외야 관중석으로 달려갔지만 공을 잡을 수 없게 되자 아웃카운트 대신 앞에 있던 관중의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잡혔다. 이 아이스크림 덕분인지 이날 올랜도 아르시아는 홈런을 쳤다.

 

(사진=MLB.com 제공)

 

#2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모두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돔구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모든 구장을 돔구장으로 개조할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 2000년대 들어 야구장들은 무더위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친환경적 방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당장의 기온 하락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기온 상승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감축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기온 상승의 경각심을 알릴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태양광 에너지의 사용이다. 태양광 발전 장치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는 구장 내 조명시설, 배수시설, 전기장비, 냉난방시설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8개 구단이 태양광 발전 장치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구장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AT&T 파크와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펫코 파크이다.

AT&T파크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이후 다른 구장들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초가 됐다. 2007년 517개의 태양광 전지판을 넓은 옥외공간에서부터 구장의 차양 창문, 난간 등 일조를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설치를 하여 공간의 활용도도 함께 높이고 시민들에게 야구장도 친환경적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펫코 파크는 올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태양광 발전 장치를 완비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에서는 8번째로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는 구장이 됐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대규모의 태양광 에너지 시설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앞으로 25년 동안 1200만kwh를 생산해 낼 예정이다. 현재는 구장의 일부 시설로의 공급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의 운영 및 구장 시설관리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SMA 제공)

 

이외에도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방법도 있다. 야구장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장소이다. 야구장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양 못지 않게 야구장으로 오기 위해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도 그 양이 적지 않다.

자전거는 많은 구단들이 홍보하고 있는 교통 수단이다. ‘야구장에는 자전거로(Bike to Ballpark)’라는 구호를 앞세워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전거 이용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홍보하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관중 200명을 대상으로 경기 입장권과 자전거 야간 조명을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마이너리그 구단인 인디애나폴리스의 인디언스는 자전거를 가지고 온 시민들에게 무료로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전거 주차구역에는 구단 직원을 배치하여 자전거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MiLB 제공)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우, 몇몇 경기에 한정하여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경전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경기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경기 시간 3시간 전부터 당일 운영이 끝나기까지 특정 구간에 한해 경전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구단 측은 타운 밖의 먼 지역에서 오는 야구팬들을 위해 무료 운임 구간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단에서는 시애틀 대중교통 운영회사인 사운즈 트래짓과 정식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체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상호 협력 하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제공)

 

KBO에도 친환경 구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구단이 있다. SK와 KIA이다.  SK 와이번스는 2009년 인천시・에너지관리공단과 공동으로 ‘그린스포츠 구현을 위한 협약(MOU)’ 을 체결했다. 그리고 탄소중립프로그램에 가입하여 야구장에서 배출된 배출량만큼 상쇄금을 납부하는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례로 문학구장은 외야석 뒤쪽 데크에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비하여 구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자전거를 이용하여 야구장에 오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입장권과 구장 내 편의시설 이용 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2014년에 개장한 광주KIA챔피언스필드는 설계 초기단계에서부터 친환경 구장을 주요 컨셉으로 두었다. 야구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설비와 지중열을 이용한 지열 설비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로 온수와 전기장비에 사용하고 이를 통해 연간 7000만 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인체 감지센터 작용을 통한 자동 점・소등이 가능하게 하여 불필요한 에너지의 사용을 줄었으며 화장실, 샤워실에는 절수형 위생기구를 적용하여 수자원의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었다. 이 외에도 전기자동차 충전시설과 자전거 도로를 정비하여 친환경적 교통 수단의 시설을 확충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4년 KBO구장 최초로 녹색건축인증을 획득했다.

 

(사진=구민지)

 

#3

몸이 녹아내릴 듯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하기 위해 우리 각자가 무더위에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우리는 내년에도, 내후년의 여름에도 계속 야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팬들,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과 심판들, 치어리더들과 안전요원들, 야구장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야구장.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출처: 경인일보, 광주일보, 인천일보, ESPN.com, MiLB.com, MLB.com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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