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옥석 가리기는 시작됐다

세대교체를 준비 중인 샌프란시스코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박주현)

 

[야구공작소 김동윤] 7월 첫째 주, 팀의 2, 3선발인 자니 쿠에토와 제프 사마자가 차례로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했다. 그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단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 6월 29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헨리 슐만 기자는 브루스 보치 감독과의 대화 후 신인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주전 선수의 복귀는 25인 로스터의 경계 선상에 있는 신인 선수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더욱이 샌프란시스코는 지난겨울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보단 베테랑들과 함께 우승을 노리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보는 꽤나 이채롭다.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에도 6월 한 달간 18승 10패의 호성적을 보여주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와 세 게임 반 차로 좁혀진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끝까지 믿었던 베테랑 타자들의 부진

 

오프시즌 샌프란시스코는 침체된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앤드류 맥커친, 에반 롱고리아, 오스틴 잭슨을 영입했고, 계약 기간 마지막 해에 접어든 헌터 펜스에게 믿음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이 선수들 중 아직까지 꾸준히 출장하며 밥값을 하는 선수는 맥커친이 유일하다. 사구로 인해 큰 부상을 당한 롱고리아는 뒤로 하더라도 6월 들어 부진한 베테랑들의 출전시간은 큰 부상이 없음에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부진한 베테랑들의 6월 성적 및 출전 경기 수(선발/교체)

헌터 펜스 : 20경기(8경기/12경기)  0홈런 6타점 .250/.333/.300/.633

오스틴 잭슨 : 14경기(6경기/8경기) 0홈런 1타점 .160/.192/.200/.392

에반 롱고리아 : 13경기(12경기/1경기) 0홈런 4타점 .174/.220/.174/.394

*롱고리아는 6월 14일 사구로 인한 부상 후 10일 DL 등록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샌프란시스코는 베테랑 타자들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운영은 포지션의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했다. 외야진은 뛰어난 대체자원이 있음에도 기회를 주지 못했고, 내야진은 대체자원이 없어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대책 없이 출전시켜야 했다. 그나마 내야진에선 올해 마이너 계약으로 팀에 합류한 알렌 핸슨의 합류가 위안이었다.

 

넘쳐나는 외야 자원과 부족한 내야 자원

외야수의 2018 시즌 성적(현지시간 7월 7일 기준)

헌터 펜스(35) : 42경기 0홈런 11타점 .208/.261/.245/.507

오스틴 잭슨(31) : .59경기 0홈런 13타점 .242/.309/.295/.604

앤드류 맥커친(31) : 87경기 9홈런 38타점 .258/.342/.420/.762

 

*고키스 에르난데스(30) : 79경기 11홈런 25타점 .275/.324/.458/.782

*맥 윌리엄슨(27) : 29경기 10홈런 27타점 .313/.437/.688/1.124 (minor)

*오스틴 슬래터(25) : 53경기 5홈런 32타점 .344/.417/.564/.981 (minor)

*크리스 쇼(24) : 65경기 18홈런 48타점 .259/.302/.537/.839 (minor)

 

내야수의 2018 시즌 성적 (현지시간 7월 7일 기준)

조 패닉(27) : .250/.325/.367/.692

에반 롱고리아(32) : 67경기 10홈런 34타점 .246/.278/.434/.711

파블로 산도발(31) : 76경기 7홈런 29타점 .247/.312/.392/.704

 

*알렌 핸슨(25) : 18경기 3홈런 9타점 6도루 .403/.479/.661/1.140 (minor)

*미구엘 고메즈(25) : 67경기 4홈런 30타점 .314/.331/.465/.796 (minor)

*켈비 톰린슨(28) : 24경기 0홈런 5타점 .261/.347/.273/.619 (minor)

 

위와 같이 대체할 수 있는 신인들이 있음에도 샌프란시스코가 부진한 베테랑 타자들을 쓴 원인은 구단의 아슬아슬한 2018년 사치세 한도에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몇 년간 우승을 노리고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사치세를 꾸준히 초과했다. 그렇지만 기대만큼 성적은 나오지 않고, 핵심 선수들의 부진이 길어졌다.

 

이에 구단 수뇌부는 바비 에반스 단장에게 사치세 초기화와 팀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사치세 초기화와 팀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베테랑 선수들의 트레이드였고, 그러기 위해서 구단은 정리 대상 선수들에게 꾸준한 출장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지만 맥커친을 제외한 베테랑 선수 대다수가 현재까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실패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의 고민도 깊어졌다.

 

기회를 받게 될 선수는 누가 있을까?

 

이제 팀의 인내심은 끝을 보이고 있다. 팀의 페이롤 상황, 그리고 잉여 전력을 트레이드 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샌프란시스코는 서서히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나온 이런 움직임은 후반기에 도움이 될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팀에 여유가 없기에 단순히 성적이 좋다거나 유망주 랭크가 높다는 이유로는 기회를 받지 못할 것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자신들이 오랜 기간 봐온 선수를 선호하는 편이고, 가능하면 40인 로스터 내의 선수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까다로운 조건을 뚫고 기회를 받게 될 선수는 누가 있을까?

 

(1) 고키스 에르난데스 & 오스틴 슬래터 & 알렌 핸슨

에르난데스와 슬래터, 핸슨은 이미 백업을 넘어 주전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전 이들은 각각 ‘수비만 잘하는 백업요원’, ‘트리플 A에서 풀 시즌을 뛸 유망주’, ‘피츠버그에서 주워온 복권’ 정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OPS 0.814에 10개의 홈런(팀내 2위)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향해가고 있다. 슬래터와 핸슨은 트리플A를 폭격한 뒤 그 활약을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어가는 중이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외야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에르난데스와 어느 무대에서건 기복 없는 활약과 함께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본 경험이 있는 슬래터는 후반기에 확고한 주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반면, 핸슨은 대체 자원이 부족한 팀 사정상 기회는 꾸준히 받겠지만 아쉬운 수비와 최근 식은 타격감이 걱정이다.

 

(2) 앤드류 수아레즈 & 데릭 로드리게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구질과 구위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팀의 4,5선발 역할은 해줄 수 있다.’

이것이 수아레즈와 로드리게스가 마이너리그 시절 외부 매체로부터 받은 평가다. 그리고 외부의 평가대로 쿠에토와 사마자의 공백을 잘 메워줬다. 메이저리그 콜업 후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당초 예상은 수아레즈와 로드리게스 모두 불펜으로 내려서라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쿠에토와 사마자가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선발 로테이션에 남아있다. 오히려 수아레즈와 로드리게스의 자리를 위해 팀은 크리스 스트라튼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고, 코리 기어린을 트레이드했다. 안정적인 제구력(BB/9 1.73)과 홈 성적(홈 ERA 3.13, 원정 ERA 4.65)이 매력인 수아레즈지만 이 기회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선 높은 피홈런율(HR/9 1.15)을 줄여나가야 한다. 반면, 수아레즈보다 제구력이나 탈삼진 능력이 떨어진다 평가받는 로드리게스에게서 샌프란시스코 코치들은 ‘워크호스’의 기질을 느꼈다고 한다.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지 이제 5년 차라 나온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은 아니라는 걸 로드리게스는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8경기 ERA 3.09 FIP 3.42)

*워크호스(Workhorse) : 매 경기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

 

(3) 레이 블랙 & 체이스 다노

지난 6월 마무리 헌터 스트릭랜드의 부상으로 불펜 과부하가, 3루수 롱고리아의 장기 부상으로 타선의 화력이 약해졌다. 두 포지션 모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 A 팀에선 두 명의 선수가 해당 포지션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최고 103마일, 평균 100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우완투수 레이 블랙과 최근 장타력을 뽐내고 있는 내야 유틸리티 체이스 다노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30경기 ERA 2.43, 53개의 삼진을 기록 중인 블랙과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데다 OPS 0.938을 기록 중인 다노는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력한 후보다. 두 선수 모두 40인 로스터 외 선수라는 것이 승격의 걸림돌이었으나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는 결단을 내렸다. 기존 40인 로스터에 있던 오스틴 잭슨과 기어린을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하며 이들의 자리를 마련했다. 블랙은 높은 탈삼진 능력이 돋보이지만 건강과 꾸준한 제구력이 관건이다. 다노는 본인의 물오른 타격감을 한정적인 기회에서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데릭 로 & 맥 윌리엄슨

데릭 로와 맥 윌리엄슨은 소위 ‘긁어본 복권’이다. 로는 2016년 데뷔해 61경기 ERA 2.13을 기록하며, 차세대 불펜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난 해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고, 올해까지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현재는 트리플 A에 내려갔다. 윌리엄슨은 2015년 데뷔해 파워는 인정받았지만 부상과 기복 있는 컨택 능력으로 인해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바뀐 타격폼으로 OPS 1.061을 기록하고, 4월에 메이저리그로 승격돼 5경기 3홈런 OPS 1.105로 화끈한 일주일을 보냈다. 하지만 외야 펜스 수비 중 뇌진탕 부상으로 한 달을 쉬어야 했고 뜨겁던 타격감은 돌아오지 않아 결국 트리플 A로 강등됐다.

이들이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40인 로스터에 속해있으면서 잠깐이지만 확실한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로처럼 꾸준한 성적(최근 10경기 ERA 1.50)을 보여준다면 이들에게도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트레이드 마감 기한까지의 전략은?

 

올해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기한은 3주 뒤 7월 31일(현지시간 기준)이다. 앞으로 보치 감독은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주축이 돼줄 어린 선수와 트레이드를 해야 할 베테랑 선수들의 출장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며 전반기를 마칠 것이다. 비록 구단 담당 기자 등 외부에서는 트레이드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지만 그래도 팀으로서는 트레이드를 포기할 수 없다.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 이뤄진 잭슨과 기어린을 텍사스로 보낸 트레이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하지만 최근 결정적인 활약을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펜스와 맥커친처럼 베테랑의 역할 또한 아직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의 2010년대 짝수 해 기적은 적절한 신구조화가 이뤄졌을 때 나타난 만큼 베테랑 선수를 안고 갈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힘겨웠던 6월을 애리조나 전 3연승으로 기분 좋게 마친 샌프란시스코. 거기에 천군만마같은 쿠에토와 사마자까지 합류했다. 이제야 온전한 전력으로 지구 우승 레이스에 합류할 수 있게 된 샌프란시스코는 후반기 질주를 위해 마지막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출처 : mlb.com, milb.com, san francisco chronicle

에디터=야구공작소 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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