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제외’ 나지완, 나비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당분간 1군에서 볼 수 없는 나지완의 환호/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야구공작소 이승찬] 2017시즌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하며 KIA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에 크게 기여했던 나지완. 2018시즌을 앞두고 나지완은 그동안 달성해보지 못한 30홈런 100타점 고지와 타격 부문 타이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타격 자세까지 수정하면서 의욕적으로 맞이한 올 시즌, 나지완은 팀 내 홈런 1위, 타점 3위, OPS 5위의 훌륭해 보이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WPA(승리 확률 기여도)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지완이 올 시즌 현재까지 기록 하고 있는 -0.63의 WPA는 팀 내에서도 단연 최하위이고, 리그 내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100명의 타자 중에서도 92위에 불과하다. 눈에 보여지는 성적과 WPA 간의 현격한 괴리. 나지완의 성적에는 분명 수상한 부분이 있다.

 

나지완의 수상한 성적표

 

<나지완 최근 3년간 주요 타격 지표>

올 시즌 나지완의 성적이 기대만 못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극악의 부진을 겪은 2015시즌 이후 3할의 타율과 빼어난 출루율을 바탕으로 높은 OPS를 유지하는 타자로 진화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3할 타율도 지난 2년만큼의 OPS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홈런과 타점은 이전과 유사한 페이스로 쌓고 있지만 대부분이 부담감이 덜한 상황에서 올린 기록들이다.

<2018시즌 나지완 레버리지 인덱스별 타격 성적>

*레버리지 인덱스: 점수 차, 이닝, 아웃카운트, 주자 상황에 따라 상황의 중요도를 나타낸 지표. 1보다 클수록 중요한 상황을, 1보다 낮을수록 중요도가 낮은 상황을 의미한다.

시즌의 1/3가량이 지난 현재, 나지완은 부담감이 덜한 상황에서는 지난 2시즌 못지않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중심타자다운 해결사 능력이 필요한 박빙 상황에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나지완이 지금까지 때려낸 11개의 홈런 중 7개는 4점차 이상의 상황에서 기록됐다. 타점 역시 절반가량이 승패와 큰 연관이 없는 상황에 집중됐으며, 득점권 타율은 0.214로 2015시즌 이래 가장 낮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준수한 타격 성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박빙 상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세부 지표가 제시하는 나지완의 향후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2016-2018시즌 나지완 타격 세부 지표>

올 시즌 나지완의 컨택%는 지난 2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공이 배트에 맞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삼진 비율은 증가했고 장기이던 선구안 또한 무너졌다. 순 출루율은 늘었지만(0.104 →0.112), 이는 지난 시즌보다 늘어난 몸에 맞는 공 덕분이며 볼넷을 얻어내는 비율 자체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타구의 질 또한 좋지 않다. 외야로 보낸 타구의 비율이 크게 줄었고, 뜬공보다 더 많은 땅볼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병살타는 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시즌이지만, 지금까지 나지완이 보여준 모습은 분명 기대 이하다. 부진의 원인은 물론 복합적이겠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올 시즌 나지완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그의 약점을 철저히 공략하고 있다.

 

몸쪽 공과 몸쪽 공, 그리고 바깥쪽 슬라이더

 

<2016-2018시즌 나지완 상대 투수들의 구종 구사율>

올 시즌 투수들은 나지완을 상대하면서 슬라이더의 구사율을 높였다. 사실 지난 2시즌 동안 나지완의 슬라이더 상대 OPS는 0.842, 0.838으로 그리 낮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나지완의 슬라이더 상대 OPS는 0.583으로 추락했다. 단순히 ‘더 많은’ 슬라이더를 던졌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 투수들이 슬라이더를 더 ‘효과적’으로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8시즌 나지완 상대 투수 로케이션별 구사율(투수 시점, 좌완 우완 통합)>

현재 나지완은 바깥쪽 슬라이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를 상대로 50%에 불과한 컨택%를 기록하며 극심한 약점을 노출해버린 상황이다. 상대 투수들은 이 약점을 결정구로 활용하기 위해 몸쪽 승부로 카운트를 쌓아 나가고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몸에 맞는 공 빈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사실(23.9타석 당 1개→15.07타석 당 1개), 그리고 13개의 몸의 맞는 공 중 9개가 2스트라이크 이전에 기록됐다는 사실이 그 방증이다.

몸쪽 직구로 카운트를 선점한 뒤 바깥쪽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지는 우완 투수들의 나지완 공략법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나지완의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상대 OPS는 0.252에 불과하다. 몸쪽 승부에 이은 바깥쪽 슬라이더라는 ‘공식’에 대응해내지 못한다면 나지완의 부진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KIA의 상위권 도약에는 나지완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KIA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 뒤에는 강력한 타선이 있었다. 역대 1위의 팀 타율을 기록했던 강력한 타선은 2018시즌에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올 시즌에도 KIA 타선은 팀 타율 1위, 팀 OPS 1위로 강력한 위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팀은 아쉬운 선발진과 타선 응집력 부족으로 인해 선두 두산 베어스에 8.5경기 뒤진 5위에 머무르고 있다(6월 5일 기준). KIA가 기대하는 투타에서의 전력 상승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돌아온 윤석민이 투수진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 그리고 나지완이 부활한 모습으로 타선을 이끌어주는 것이다.

부활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승부가 필요하다. 나지완은 올 시즌 투 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에 결론을 지은 81타석에서 66타수 27안타(0.409)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 스트라이크까지 공을 본 나머지 115타석에서는 98타수 14안타(0.142)의 낮은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상황에서의 리그 평균 타율이 각각 0.366, 0.206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나지완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 유난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결국 투수들이 바깥쪽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구사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승부에 임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해태 타이거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름을 바꾼 이후 KIA의 우승에는 언제나 나지완이 있었다. 2009년에는 한국시리즈 최초의 7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2017년에는 3차전 쐐기 홈런으로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이번 시즌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심 타자 나지완의 부활 없이는 KIA도 12번째 우승을 바라볼 수 없다. 시즌은 1/3가량 지났지만 아직도 남은 경기는 많다. 거듭되는 부진 끝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나지완, 구단과 팬들은 여전히 그를 믿고있다. 잠시 날개 꺾인 나비가 다시 돌아와 팀의 도약을 이끌어 줄 것임을.

 

기록 출처: Statiz

에디터=야구공작소 곽보성, 이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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