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붐비는 야구장 주변은 활기가 넘친다(사진=WikimediaCommons)
[야구공작소 김가영] 미국의 야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프로야구팀들은 이러한 인기에 보답하고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각 시에선 야구 인프라의 개선과 확장을 통해 지역사회와 프로구단의 공생적 관계가 지속할 수 있도록,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에 하나의 일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한 예가 야구장 건설이다. 야구장은 지역사회의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캠든야즈의 건립 배경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Oriole Park at Camden Yards)’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으로 줄여서 ‘캠든 야즈’라고 부른다. 원래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5km 떨어진 메모리얼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볼티모어시는 이런 기존의 경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 구장을 짓기로 했다. 그저 기존의 노후화된 구장을 대체하거나 지역 시민의 여가활동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야구장 건설을 통해 쇠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현재 캠든 야즈가 들어선 곳은 볼티모어의 항구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이다. 볼티모어는 미국의 동부 해안가에 인접하고 있는 도시다. 일찍이 항구로 들어오는 물품을 운송하기 위한 철로가 건설되면서 무역업과 운송업, 조선업이 발달했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시설의 노후화, 산업구조의 변화, 새로운 운송수단의 발달로 지역은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항구 주변은 급격히 슬럼화됐다.
시는 쇠퇴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항구 주변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54년, 지역을 재건하기 위한 위원회가 설립됐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찰스 센터의 건립을 시작으로 주변 지역을 단계적으로 개발했다. 그 중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와 미식축구 경기장을 건설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원래 B&O 철도 회사(Baltimore & Ohio Railroad Company)의 소유였던 땅을 메릴랜드 스포츠시설 관리 공단(필자역, 원명은 Maryland Stadium Authority)에서 매입했고 야구장의 디자인과 설계는 HOK(현재 Populous; 경기장 전문 건설회사)에서 맡았다. 시와 메릴랜드 스포츠시설 관리 공단에서 주도한 이 공사는 1988년에 시작돼 1992년에 완공됐다. 공사비는 모두 합해 약 111억 달러가 소요됐다. 이 중 96%는 공공자금으로, 4%는 민간투자로 이뤄졌다.
캠든 야즈의 예상 기대효과에 대한 다이아그램(사진=메릴랜드 도시개발국)
도심 속 시민들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으로
캠든 야즈가 지어지기 이전의 야구장은 대부분 주거지역 근처나 교외 지역에 지어졌다. 하지만 캠든 야즈는 도심과 이너 하버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이내에 있는, 말 그대로 도심근접형 야구장이다. 도심의 주요 상업오피스 시설, 이너 하버의 문화ㆍ여가활동시설과 가까워 주변 지역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캠든 야즈 주변엔 공원, 박물관, 컨벤션 센터, 레스토랑, 호텔, 상점, 오락 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제공할 수 있다. 야구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팬은 야구관람뿐 아니라 주변의 상업시설이나 문화시설에서 시간을 보낸다. 반대로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방문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야구장을 노출할 수 있다.
야구장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사진=WikimediaCommons)
도심의 또 다른 장점은 교통 시설이 발달한 것이다. 캠든 야즈 근처에서도 버스, 지하철, 기차역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1992년 캠든역을 증·개축하면서 경전철도 신설됐다. 이 노선은 볼티모어 워싱턴 서굿마셜 국제 공항까지 이어져 외부인의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주차장 부지를 확보해 자동차 이용자들의 편의도 증대시켰다.
캠든역에서 경전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사진=WikimediaCommons)
오래된 건물의 활용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하다
볼티모어의 팬이나 메이저리그의 야구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캠든 야즈의 명물이 있다. 바로 B&O 웨어하우스(B&O Warehouse)다. 구도심은 도시 초기 발전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역사적인 장소나 의미 있는 건축물이 많다. 사람들이 캠든 야즈를 끊임없이 방문하는 이유기도 한데, B&O 웨어하우스도 그 중 하나다.
B&O 웨어하우스는 B&O 철도 회사에서 창고로 쓰던 건물이다. 미국 동부에서 가장 긴 벽돌 건물로 알려졌지만, 지역 산업이 쇠퇴하면서 비워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시에선 지역을 개발하면서 이 건물도 같이 철거하려 했다. 이너 하버에서 야구장으로 오는 길목을 막고 있었고, 야구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든 야즈의 초기 설계를 구상한 에릭 모스(Eric Moss)와 HOK가 끈질기게 시를 설득했고, 건물을 보존할 수 있었다.
기다란 연갈색 벽돌 건물과 주얼 박스(1900년대에 지어진 야구장)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야구장은 서로 닮은 듯하면서 각각의 개성을 뽐내며 멋진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이 건물은 수리 후 구단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1층과 2층은 식당이나 오락시설 등 팬들을 위한 시설로 탈바꿈해 캠든 야즈 못지않은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캠든 야즈와 B&O 웨어하우스(사진=James G. Howes)
야구장 가까이 위치한 캠든역도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건물이다. 1856년에 지어진 이 역은 가장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는 역 중 하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홈구장의 명칭도 캠든역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옛날엔 이곳에 기차가 다녔지만, 지금은 경전철이 다니고 있다. 기차가 주요 이동 수단이었던 시절, 볼티모어는 미국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볼티모어 항구로 들어온 많은 물품이 볼티모어를 통해 미국 각지로 운송됐다. 서쪽으로는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까지, 동쪽으로는 뉴욕과 보스턴까지도 연결이 됐다.
볼티모어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로가 놓인 곳으로, 철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그 점을 고려했을 때, 두 건물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캠든역과 B&O 웨어하우스, 그리고 캠든 야즈의 전경(사진=Populous)
야구장, 지역사회의 활력소가 되었을까?
캠든 야즈는 도시계획가, 건축가, 부동산, 도시행정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위치 선정에서부터 주변지역과의 관계 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세웠졌다. 또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야구장 디자인과 전면 철거가 아닌 기존의 건물을 활용한 개발 방식은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후에 지어진 야구장들의 롤 모델이 됐다.
캠든 야즈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캠든 야즈가 건립되고 그 주변으로 관광객과 방문객이 늘었으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캠든 야즈를 중심으로 동북쪽과 서남쪽 지역 사이의 개발 격차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빈부 격차의 문제로 이어졌다. 또한 캠든 야즈를 건설하면서 기존의 메모리얼 스타디움 주변의 일자리가 감소한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점점 줄어들고 있는 관중수와 2021년이면 완료되는 구장임대권에 대한 방안도 마련하여야 한다.
시와 구단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5년 전, 그들이 희망을 품고 그려왔던 야구장인 캠든 야즈가 새로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게 될지 지켜보자.
https://explore.baltimoreheritage.org
에디터=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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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동대문야구장이 생각나는 글입니당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