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은 얼마나 정확할까?

[야구공작소 서주오]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KBO 장윤호 사무총장과 심판원 전원은 4월 23일 전격 회동을 하고 스트라이크 존(S존)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 자리 후 장 총장은 “KBO 룰 북을 보면 홈플레이트 좌우 끝에 걸치는 공도 스트라이크다. 그러나 2018년 심판들의 S존을 집계한 결과, 전반적으로 (좌우 폭이) 좁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규정대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고, 앞으로는 규정대로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야구 규칙은 스트라이크 존을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으로 정의한다. 이때 공의 일부분이라도 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면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과연 KBO의 심판진들의 스트라이크 존은 규정과 얼마나 일치하고 있을까?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 정확해진 판정

 

지난 시즌 실제 스트라이크 존과 심판 판정의 정확도는 85.7%였다. 그리고 시즌이 한 달 조금 넘게 지난 올해 정확도는 87.1%를 기록하였다.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지난 시즌에 비교해 약 1.5%p 정확해진 것이다. 여기서 정확도란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받은 공 중 실제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이 스트라이크를 받고, 존을 벗어난 공이 볼 판정을 받은 비율을 뜻한다.

[2017시즌과 2018시즌의 스트라이크 존 비교]

 

스트라이크 존의 지역별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을 구해보면 대략적인 존의 모양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스트라이크 존의 정면을 가로세로 1인치 폭의 구획으로 나눠 각 구획에 들어온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비율을 구했다. 위 그림은 이렇게 구한 비율을 색으로 나타낸 것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비율이 높을수록 진한 빨간색으로, 반대로 볼 판정을 받은 비율이 높을수록 진한 파란색으로 표시하였다. 흰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비율이 거의 같은 지역으로, 실제 적용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로 볼 수 있다.

2017년의 스트라이크 존은 옆으로 누운 달걀 모양을 하고 있다. 검은색으로 그린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과 비교해보았을 때 아래쪽 경계선은 거의 일치하였지만 옆으로는 더 넓고 위로는 조금 좁은 모습이었다. 예로부터 KBO의 스트라이크존을 가로로 누운 담뱃갑 모양에 비유하곤 했는데 지난 시즌 적용된 스트라이크 존의 모양도 이처럼 가로가 더 긴 모양이었다.

[2017시즌과 2018시즌의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 차이. 18시즌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비율이 높으면 빨간색, 낮으면 파란색이다.]

 

2018시즌 스트라이크 존에는 2017시즌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었다. 여전히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보다 양옆은 넓고 위아래는 좁은 모습이었지만, 2017시즌과 비교해보았을 때 비교적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좌우 폭은 조금 줄어들었고 아래쪽 경계도 조금 더 줄어들었지만, 위쪽 경계는 조금 늘어나 전체적으로 규정에 더 가까운 모양으로 변화하였다.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이 50%가 넘는 구획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계산하였을 때 18시즌의 존 넓이는 17시즌의 존에 비교해 30제곱인치(가로세로 1인치 폭 구획 30칸) 줄어든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2018시즌 스트라이크 존은 장 총장이 심판원 회담 후 말한 대로 지난해보다 좌우 폭이 좁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넓었던 좌우의 폭이 어느 정도 줄어든 것일 뿐, 여전히 규정에 정해진 것보다 좌우로 넓게 스트라이크가 판정되고 있다. 심판의 판정이 규정과 가까워졌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규정과 일치하는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좌우 폭은 더 줄이고 상하 폭은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심판별 스트라이크 존 정확도

 

심판별로 스트라이크 존은 어땠을까? 2017시즌 심판별 스트라이크 판정과 규정상의 존과의 정확도를 살펴보면 문승훈 심판이 87.6%로 1위를 기록하였다. 그 뒤를 이용혁, 오훈규, 배병두, 송수근 심판이 따랐다. 반면 판정의 정확도가 가장 낮았던 심판의 정확도는 83.3%로 1등인 문승훈 심판의 기록과 약 4%p 정도 차이가 났다.

 

정확도가 가장 높았던 문승훈 심판과 가장 낮았던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 결과를 살펴보면 확연한 차이를 찾을 수 있다. 먼저 문승훈 심판의 판정 결과를 살펴보면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이 좁고, 그 모양이 사각형에 가까우며, 가장자리의 경계가 매끈한 편이다. 반면 정확도가 가장 낮았던 심판 A의 판정 결과는 좌우 폭이 넓고 존의 가장자리가 마치 아메바와 같이 중구난방으로 뻗어있다.

그림에서 흰색을 띠는 지역은 같은 공에 대해 스트라이크와 볼의 판정 비율이 비슷했던 곳이다. 흰색 지역이 많다는 것은 판정에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빨간 지역과 파란 지역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한 문승훈 심판의 존과는 달리 심판 A의 존에는 곳곳에 흰색 지역이 퍼져있다. 심판 A는 규정상의 존과 크게 다른 판정을 내렸을 뿐 아니라 같은 지역에 들어온 공에 대한 판정의 일관성 또한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올 시즌의 경우 문승훈 심판은 지난해보다 향상된 90.5%의 정확도로 올해 역시 1위에 올랐고, 심판 A는 작년보다도 떨어진 80.9%의 정확도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올 시즌은 아직 시즌이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심판별 판정의 정확도를 신뢰하기에 표본의 숫자가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별다른 개선이 없는 한 심판 A가 주심으로 나서는 경기에서 선수들과 팬들은 다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 존이 아닌 정확한 스트라이크존을 추구하여야 할 때

 

지금까지는 스트라이크 판정에 있어 규정과의 일치함 보다는 경기 내내 지속하는 일관성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아무리 일관성이 유지된다 해도 규정에 맞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달라지는 잣대 앞에서 오답을 반복할 뿐이다. 시즌 중에 심판진이 모두 모여 회동을 한 것은 KBO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자리에서 규정에 맞는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기로 합의를 한 만큼, 남은 시즌은 판정에 대한 논란이 없는 조용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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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먼저, 굉장히 전문적이고 깔끔한 비교정리자료 감사드립니다.
    출처를 밝힌후 야구블로그에 ‘야구공작소_서주오’님 존함과 URL주소와함께 자료를 공유하고자하여 상기내용 펌글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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