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부담감을 떨쳐라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야구공작소 박주현] 기나긴 겨울의 기다림을 끝내고 KBO 리그가 막을 올린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는 팀도 있지만 빽빽한 게임차로 매 경기 순위가 요동치는 중하위권 팀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NC 다이노스는 같은 기간 어느 팀보다도 눈에 띄는 순위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그 급격한 순위 변화의 중심에는 해줘야 할 선수인 박민우의 부진이 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NC는 개막 첫 10경기에서 8승 2패를 거두며 많은 이들이 보내던 해커, 이호준, 김태군 등이 ‘난 자리’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 듯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은 ‘역시 NC 외국인 스카우트’라는 말을 듣게 했고, ‘돼부지’ 최준석은 대타로 쏠쏠한 활약을 해주며 중요한 순간 활약했다.

(표1)  팀 타격 기록(5/4 기준)

하지만 NC가 1위에 머문 기간은 너무도 짧았다. 4월 5일부터 9연패에 빠지면서 순위는 8위까지 떨어졌다. 연패는 겨우겨우 끊어냈지만 그 기간 잃어버린 타격감은 돌아오지 못했다. 타율, 출루율, OPS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다. (표1 참고) 특히 팀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은 1.62로 10개 팀 중 가장 낮다. 타격의 팀SK(8.26)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표2)  박민우의 기간별 타격 기록

  팀의 추락과 더불어 박민우 역시 ‘천국에서 지옥으로’ 내려앉았다. (표2 참고) 박민우는 팀이 8승 2패를 기록하는 동안 테이블세터에서 밥상을 차려주며 활약했다. 그러나 NC가 연패를 시작한 이후부터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연패 기간 76번의 타석에서 박민우는 단 11개의 안타만을 기록했다. 그마저도 장타는 없었고 OPS는 0.326까지 떨어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주축 선수의 부진은 팀에게 너무나 큰 타격이 되었다.

 

매력적인 테이블 세터

<박민우는 전형적인 리드오프이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리드오프, 혹은 테이블 세터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발이 빠르며 선구안이 좋아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테이블 세터의 대명사로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지난 4년간 리그에서 가장 확실한 테이블 세터로 많은 팬들은 박민우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먼저 떠올릴 것이다.

테이블 세터로서 박민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4시즌(50개)과 2015시즌(46개) 연속으로 리그 도루 2위를 기록했다. 2016시즌부터는 전반적으로 도루를 많이 하지 않는 분위기, 그리고 박민우 본인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도루의 개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팀 타선 스타일이 예전과 같은 폭발력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진 현 상황에서 여전히 많은 팬들은 박민우의 도루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발이 빠른 것만이 박민우가 우수한 테이블 세터인 이유는 아니다. NC의 붙박이 2루수로 자리 잡은 이후로 꾸준한, 그리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선구안과 높은 출루율을 보면 왜 그가 수준급 테이블 세터인지를 알 수 있다.

(표3)  박민우의 선구 능력을 보여주는 기록 (괄호 안은 리그 평균)

* 2S이후 선구: 2스트라이크 이후 (볼)/(파울+타격+헛스윙+스트라이크+볼)

지난 3년간 박민우는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과 평균 이상의 순출루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5, 2016시즌에는 타석당 꾸준히 공 4개씩은 지켜봤다. (표3 참고) 2017시즌은 비록 타석당 투구수가 평균보다 적었지만 OPS가 0.9를 넘을 정도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오히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볼을 골라낸 비율은 앞선 2년보다 증가했다. 도루는 줄었지만 이외의 기록은 모두 박민우가 테이블 세터로 더욱 완벽하게 성장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득점권 악마

야구에서 클러치 상황은 주로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박민우는 이런 클러치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죽하면 팬들이 박민우에게 ‘득점권 악마’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표4)  주자 상황별 박민우의 타격 기록

박민우의 시즌별 기록을 주자가 없는 상황과 득점권으로 나눠서 보면 다른 선수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표4 참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수이던 박민우, 그러나 득점권의 상황에서는 리그의 강타자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선수가 된다. 물론 최근에는 클러치 히터가 존재하지 않고 결국 평균에 수렴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박민우 또한 2017시즌에는 득점권에서 대단히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진 못했다. 대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주며 완성형 타자로 발전하는 듯했다.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박민우

출루를 잘하고 발 빠르고 득점권에서 강해지는 선수. 작년까지의 박민우를 종합하면 이렇다. 이러한 활약 때문에 박민우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국가대표 2루수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의 박민우는 국가대표의 ‘국’자도 언급하기 민망한 성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표5 참고)

(표5)  2018시즌 박민우의 타격 기록

0.198/0.239/0.287의 타격 슬래시 라인. 국가대표 2루수에 가장 가까’웠던’ 선수의 성적치고는 초라한 숫자만이 나열되어 있다. 규정타석을 기록 중인 선수들 중에 타율은 3번째, OPS와 WAR은 2번째로 낮은 것이 개막 한 달이 지난 후 박민우의 현주소다. 박민우의 부진이 길어지자 NC는 높은 타율과 OPS를 기록 중인 나성범이 3번 타자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심각하게 낮아진 출루율이다. 2014시즌 이후로 박민우의 BB%(볼넷 비율)는 매년 10%를 넘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110타석이라는 적은 표본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비슷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팀 동료 스크럭스가 타율은 2할대 초반이지만 순출루율이 0.109로 매우 높은 것과 대비된다. 낮은 출루율로 인해 박민우는 장점인 빠른 발을 살릴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부담감을 떨쳐라

박민우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참가를 하며 쉬지 못했다. 그리고 겨울에 발목 수술을 하며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다. 필연적으로 1군 합류도 늦었다.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의 늦은 준비가 초반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안 늦었다. 5월부터 치기 시작해도 된다.”며 박민우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그러나 본인의 희망에 따라 결국 4월 29일 두산전을 앞두고 박민우를 1군에서 말소시켰다. 박민우는 팀에서도 밝은 모습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멤버였다. 하지만 최근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계에 잡히는 더그아웃에서 박민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중계에 비치는 모습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타격 성적이 좋을 때의 모습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은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시즌 전 박민우는 국가대표 2루수 후보로 가장 선두에 있었다. 예전부터 부진, 압박 등에 심하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박민우이기에 이러한 부담감이 지금의 성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슬럼프가 더 길어질지, 아니면 다시 1군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NC가 현재의 순위를 박차고 다시 올라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박민우의 부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록출처: STATIZ

에디터=야구공작소 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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