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세일 사례로 본 조시 헤이더의 선발 성공 가능성

조시 헤이더 (사진= Flicker)

 

[야구공작소 권승환]  올해 메이저리그의 최약체 구단 가운데 한 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7년 전인 2011시즌까지만해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강팀이었다. 당시 화이트삭스는 마크 벌리를 주축으로 하는 강력한 선발 로테이션 덕분에 시즌 시작 전까지 AL 중부지구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기대와는 달리, 팀내 중심 타자였던 애덤 던과 알렉스 리오스가 부진했다. 투수진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목표에서 멀어진 화이트삭스는 결국 시즌 후반 주력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며 암울한 2012시즌을 예고했다.

그렇게 맞이한 2012 시즌 아지 기옌 감독이 물러나고, 로빈 벤추라 감독이 화이트 삭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벤추라는 부임 첫해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었던 유망주 크리스 세일을 선발로 전환했다. 당시 세일은 깡마른 체격과 독특한 릴리스 포인트 때문에 선발 투수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선발로 전환한 첫해 세일은 17승 8패 192.0이닝 192탈삼진 평균자책 3.05를 기록하며, 그해 AL 사이영상 투표에서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에는 세일이 2010, 2011시즌 불펜에서 보여줬던 성적을 능가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좌완 투수가 있다. 5월 1일(한국시간) 2.2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8타자 상대 전원 삼진 세이브라는 진기록을 세운 조시 헤이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밀워키는 올스타 마무리 투수 코리 크네이블이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크네이블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가 된 헤이더는 현재 어느 불펜 투수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3일 기준 11경기 4세이브 18이닝 평균 자책점 1.00, 9이닝당 삼진 비율 19.5개). 그런데 밀워키는 얼마전 2선발이었던 지미 넬슨 또한 어깨 수술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미 헤이더는 크네이블의 역할을 수행중이지만, 넬슨의 부재로 인해 그에게 선발로서의 시험무대가 주어질 지도 모른다. 과연 헤이더는 세일이 그랬던 것처럼 불펜 투수에서 선발로 전환해도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화이트삭스 시절 크리스 세일 (사진= Flicker)

 

체격

아마추어 시절 헤이더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한 콜린 영은 그의 체격에 대해 “키가 크고 마름, 팔다리가 긴 체구”라고 서술했다. 실제로 콜린 영이 스카우팅 리포트에 기록한 것처럼 헤이더는 190센티미터 83킬로의 깡마른 체구다

재밌게도 기옌 감독이 세일을 불펜으로만 기용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 역시 세일의 체격 때문이었다. 기옌은 세일의 깡마른 체구가 선발 투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벤추라 감독의 지휘 아래 세일은 보란 듯이 선발 전환에 성공했다. 비슷한 사례였던 세일을 봤을 때, 헤이더 역시 체격에 구애 받지 않고 선발로 전환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릴리스 포인트

한편, 세일이 현역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인 비결은 바로 그의 독특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찾을 수 있다. 쓰리 쿼터와 사이드 암의 중간 정도인 팔각도에서 던지는 공에 타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선발로서 타선을 여러 번 상대해야 될 때, 그의 릴리스 포인트는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투수들과는 다른 독특한 릴리스 포인트 덕분에 타자들은 두번째, 세번째 타석에서도 세일의 릴리스 포인트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2017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타선을 세번째 상대할 때 피안타율과 피OPS는 각각 .269, .801이었다. 하지만 세일의 기록은 .179 과 .672로 리그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크리스 세일과 조시 헤이더의 릴리스 포인트 비교 (출처 = 베이스볼서번트)

세일과 유사한 릴리스 포인트를 가진 헤이더 역시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릴리스 포인트는 크리스 세일과 거의 동일하다 봐도 무관할 정도로 유사하다. 독특한 릴리스 포인트가 한 타선을 여러 번 상대할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면, 헤이더의 릴리스 포인트 또한 그가 선발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슬라이더, 슬라이더, 슬라이더!

슬라이더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변화구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좌투수가 세일과 헤이더다.

 

크리스 세일과 조시 헤이더의 슬라이더 (출처 = 베이스볼서번트)

이번 시즌 헤이더의 호투의 비결은 슬라이더에서 찾을 수 있다. 데뷔 시즌  가운데로 몰리던 슬라이더의 비율이 올해 들어 비교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몰린 슬라이더가 줄어 들면서 삼진 비율 또한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7시즌 그의 슬라이더 삼진 비율은 38.1%였지만 이번 시즌 제구가 잡힌 슬라이더의 삼진 비율은 무려 58.8%에 달한다

 

2017(좌) vs. 2018(우) 조시 헤이더의 슬라이더 비교 (출처 = 팬그래프)

지난해 헤이더는 주로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했다. 한 타선을 여러 번 상대해야 하는 선발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투구 패턴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슬라이더의 위력이 늘어나면서 81.5%였던 헤이더의 패스트볼 비율은 68%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슬라이더의 비율은 11.3%에서 30.8%로 크게 증가했다.

 

서드피치, 체인지업

세일은 불펜에 있었을 당시, 체인지업을 단 7.4%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로 전환 후 그 수치가 꾸준히 상승했다(2011시즌 11.7%, 2012시즌 13.7%). 이는 선발 투수로서 타자를 더 자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변화였다. 세 번째 구종의 추가는 투구 레퍼토리의 다양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헤이더 또한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세일과 같은 이유로, 그의 체인지업 구사율 역시 선발 전환 후에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밀워키의 미래

올 시즌 헤이더는 마무리 투수로서 크네이블이 하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다. 그런데 크네이블의 복귀가 머지 않았다. 크네이블이 돌아오면 헤이더는 다시 셋업맨으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17년 2선발로 활약했던 넬슨의 복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어쩌면 헤이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2012년 화이트삭스가 세일을 선발로 기용했듯이, 헤이더를 넬슨이 이탈한 선발진에 합류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헤이더는 불펜 시절 세일과 여러 면에서 유사한 투수다. 헤이더가 2012년 세일이 그랬던 것처럼 선발로서 잠재력을 만개시킬 수 있다면 밀워키는 강력한 에이스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기록 출처 = Baseball Prospectus, Baseball-Reference.com, Baseball Savant,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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