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기나긴 겨울’ 신시내티 레즈

2016시즌 성적 :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5위 (68승 94패)

프롤로그

[야구공작소 박기태] 개막 이전에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컵스), 3루수 토드 프레이저(화이트삭스)를 트레이드했다. 1년 옵션(2017년 1300만$) 남은 외야수 제이 브루스(메츠)도 계속 시장에 내놓았지만, 일단 팀에 남은 채로 시작. 성적보다는 유망주들의 성장, 드래프트와 주축 선수들의 판매를 통한 팜 확충이 중요했던 1년이었다. 시즌 최종 성적은 <팬그래프>의 예상치(71.4승 90.6패 지구 4위)를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전력에서는 나름 선방한 타선과 달리, 재앙에 가까웠던 투수진이 문제였다(내셔널리그 득점 8위, 실점 13위). 특히 불펜진이 5회 이후를 상대 타자들의 스탯 관리 시간으로 만들었다(불펜 ERA 14위). 올해 팀 피홈런 258개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이다(2위 1996년 디트로이트 241개). 예상됐던 성적, 예상됐던 한 해였지만 무기력한 느낌은 벗어 던지기 어려웠다.

빅리그 단계의 수확이라면 일부 야수들과 투수들의 선전. 눈에 띌 정도로 두각을 드러낸 샛별은 없었지만 나름 쏠쏠한 활약을 해준 선수들이 있었다. 시즌 전 판매하지 못한 브루스를 여름에 트레이드하는 데도 성공. 대가로 받은 딜슨 에레라는 이제 특급 유망주는 아니지만, 저평가 받았던 채프먼 트레이드 때와 달리 신시내티가 제값은 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올해 가장 큰 성공은 팀의 하위 단계에서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신시내티는 얼마 전 <베이스볼 아메리카(Baseball America, 이하 BA)>에서 올해 최고의 드래프트를 한 팀으로 선정됐다. 또한 마침내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따낸 것도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 2~3년 뒤 자체 생산 유망주들을 주축으로 리빌딩이 끝난다면 다시 과감한 투자를 기대해볼 법 하다.

 

최고의 선수 – 조이 보토

시즌 성적: .326/.434/.550 29홈런 97타점 108볼넷 120삼진

2년 연속으로 불안한 전반기 – 격렬한(?) 후반기를 보냈다. 올해 전반기 성적은 .252/.386/.446 14홈런 42타점 61볼넷 88삼진, 후반기 성적은 .408/.490/.668 15홈런 55타점 47볼넷 32삼진. 후반기 wRC+는 201로 상대 투수들에게 악마 같은 장면을 선사했다.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던 트레이드 설은 결국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트레이드의 걸림돌은 천문학적인 잔여 연봉(2023년까지 7년간 총액 1억 7200만 달러, 2024년 팀 옵션 2000만 달러)과 그의 나이(1983년생)다.

그러나 시즌 중반 토론토와 진지한 대화가 오갈 정도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보토의 능력을 높게 사고 있다. 보토와 함께 잃을 입장권 수익과 연봉 보조 금액, 그리고 반대급부로 얻을 전력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다면, 2~3년 내에 보토는 정말로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가장 발전한 선수 – 빌리 해밀턴, 애덤 듀발

해밀턴: .260/.321/.343 58도루, 15DRS 13.3UZR
듀발: .241/.297/.498 33홈런 103타점, 14DRS 9.2UZR

전반기 출루율이 .283에 그치면서 해밀턴의 100도루 시나리오는 올해도 게임 속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후반기 대반전이 일어났다. 라식 수술이라도 받은 것처럼 선구안이 좋아지면서 출루율이 .369로 대폭 증가한 것이다(볼넷비율 전반기 5.7% → 후반기 10.7%). 1루에 나가는 횟수가 늘어나자 도루 숫자도 늘어났다(전반기 71경기 22도루, 후반기 45경기 36도루). 복사근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한 것이 아쉬웠을 정도.

해밀턴의 성공이 끙끙 앓던 이가 빠진 것이라면, 듀발의 등장은 백조가 된 오리의 이야기였다. 듀발은 지난해 마이크 리크 트레이드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수 유망주 큐리 멜라와 함께 넘어온 외야수. 장타력이 강점이었으나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AT&T파크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고, 원래 3루수였던 탓에 빅리그 로스터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듀발은 타자 친화적 홈구장(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을 만나 펄펄 날았다. 출루율은 .297로 낮았지만 한방을 과시하며 첫 풀타임 시즌에 33홈런을 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유망주 시절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수비 면에서도 최상급 활약을 펼쳤다(DRS 14, UZR 9.2).

#후보 – 댄 스트레일리, 라이셀 이글레시아스

 

가장 실망스러웠던 선수 – 데빈 메조라코, 호머 베일리

올스타 선정, 25홈런 포수, MVP 투표에 이름을 올리기까지(21위). 메조라코는 2014년 가슴 벅찬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작년 엉덩이 부상에 이어 올해는 왼쪽 어깨 관절 와순 파열로 5월부터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2년동안 소화한 타석은 겨우 106번에 불과하다. 이제는 포수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베일리는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결과는 6경기 23.0이닝과 6.65의 ERA. 세 경기는 잘 던졌고, 세 경기는 못 던졌다. 진짜 문제는 베일리가 8월 28일을 끝으로 다시 부상으로 몸져누웠다는 것이다. 베일리의 잔여 연봉은 4년간 8800만 달러에 달한다(2020년은 바이아웃 500만달러 상호 옵션). 건강하기라도 해야 트레이드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러다가 내년에도 앤서니 데스클라파니가 1선발을 맡게 생겼다.

# 후보 – 브랜든 필립스

 

주목할만한 선수 – 앤서니 데스클라파니, 라이셀 이글레시아스, 댄 스트레일리

데스클라파니: 20경기(20선발) 9승 5패 123.1이닝 3.28ERA 30볼넷 105삼진 .254AVG
이글레시아스: 37경기(5선발) 78.1이닝 2.58ERA 26볼넷 83삼진 .214AVG
댄스트레일리: 34경기(31선발) 14승 8패 191.1이닝 3.76ERA 73볼넷 162삼진 .218AVG

호머 베일리의 이탈로 선발진은 완전히 붕괴된 상황. 1선발의 중책을 맡은 선수는 데스클라파니였다. 올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점은 아쉬울 따름. 데스클라파니는 이제 갓 26세에 불과한데다(1990년생) 서비스 타임 2년을 겨우 넘긴 선수다. 즉 발전 가능성과 장기 보유 가능성을 모두 가진, 신시내티의 보물 같은 존재다. 포심-투심과 슬라이더 위주의 레퍼토리를 갖고 있어 좌타자 상대로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흠. 그러나 홈구장 효과를 보정할 수 있을만한 강팀에서 2~3선발 자원 정도로 탐낼 만하다.

이글레시아스는 채프먼의 뒤를 밟을 것처럼 보인다(물론 구위는 채프먼에 비할 바가 못된다). 지난해까지 선발 투수로 뛰었지만 올해는 완전히 불펜으로 전향했다. S급 마무리가 될만한 재목으로 보이진 않지만, 분명 초토화된 신시내티 불펜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스트레일리는 샌디에이고가 웨이버 공시한 것을 신시내티가 클레임해 데려온 선수. 그 정도로 원래 올해 기대치가 전혀 없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191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는 대반전을 일궈냈다. 다만 이런 활약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트레일리의 FIP는 4.88로 ERA와 FIP의 격차가 2번째로 낮은(마이너스 1.11) 선수였다. 재미있는(?) 건 1위가 팀 동료 브랜든 피네간이라는 사실. 신시내티 입장에선 두 선수의 ERA가 FIP를 따라가는 대참사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총평

오프시즌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A급 투수 매물의 숫자가 너무 적다. 선발 투수 최대어로 스캇 캐즈미어(옵트 아웃 조항 사용시)의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 결국 기댈 곳은 구단 팜 시스템 밖에 없다. 신시내티는 그동안 투수 유망주들을 빠르게 빅리그로 올리고, 시간을 들여 가다듬는 방법을 선호했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팀 내에 남은 장기 계약자는 보토, 베일리, 메조라코, 이글레시아스. 내년 계약이 종료되는 필립스까지 포함해도, 묶인 돈의 양은 많지 않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 때문에 올 겨울 크게 전력을 보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 운이 따른다면 5할 승률 팀으로는 업그레이드될 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 채프먼, 프레이저 때처럼 트레이드 시장의 ‘호구’가 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기록 출처 – 팬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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