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이해인]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적 후 3번째 등판에 나선 오승환(35)이 패전 위기에 몰렸다. 오승환은 토론토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2-2로 비기고 있던 7회말에 등판해 웰링턴 카스티요에게 1점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자 토론토 선수들이 ‘오승환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포수 러셀 마틴은 역전 2점 홈런을 쳤고, 라이언 테페라는 홀드를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부터 팀 동료였던 알레드미스 디아즈는 달아나는 1점 홈런을 보탰고,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는 삼자범퇴로 세이브를 거뒀다. 특히 인상에 남는 장면은 바로 테페라가 오승환을 상대로 홈런을 빼앗았던 카스티요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이었다. 홈런을 치고 기세등등하던 카스티요는 테페라의 커터에 헛스윙을 하고 물러났다. 카스티요는 배트를 중간에 멈추려고 했지만, 그의 배트는 이미 홈 플레이트를 지나가버린 후였다.
테페라의 주무기, 컷 패스트볼
영상1. 커터로 카스티요에게 삼진을 빼앗아내는 테페라
테페라의 주무기는 스스로가 ‘파워슬라이더라고 부르는 커터다(영상1). 이 구종은 아무에게도 주목 받지 않았던 테페라를 2017시즌 7승 1패 77.2이닝 평균자책 3.59을 기록하며, 팀의 8회 셋업맨으로 올라서도록 발판을 마련해줬다. 그의 커터는 훌륭한 좌우 움직임과 함께 가라앉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투구정보(pitch info)로도 확인할 수 있다. 테페라의 커터는 *H-Movement가 1.8인치에 달한다. 이는 50이닝 이상 던진 메이저리그 우투수 가운데 16위(불펜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Z-Movement는 2.9인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뒤에서 7위(불펜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두 가지 지표는 테페라의 커터가 다른 투수의 슬라이더와 흡사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커터가 슬라이더만큼 움직이니, 당연히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H-Movement 및 Z-Movement: 피치인포에서는 각 투구별로 홈플레이트에서 40피트 지점을 지날 때의 위치와 속도를 이용해 그린(공기저항 배제, 중력 고려) 가상의 궤도를 설정한다. 이 궤도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날 때의 위치와 실제 투구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날 때의 위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사이 수평 거리를 H-Movement라, 수직 거리를 Z-Movement라 부른다.
2017시즌 테페라의 커터 관련 주요 스탯(순위는 커터를 50구 이상 던진 선수들 대상)
*Whiff%: 40.9%(7위)
*SwStr%: 22.1%(8위)
피안타율: 0.159(10위)
*wOBA***: 0.232(20위)
* Whiff%=(상대 타자들이 커터에 헛스윙한 횟수)/(상대 타자들이 커터에 스윙한 횟수)
* SwStr%=(상대 타자들이 커터에 헛스윙한 횟수)/(테페라가 커터를 던진 총 횟수)
* wOBA(가중출루율)= 사건 별 득점 가치를 가공하여 타자의 생산력을 출루율 스케일에 맞춰 나타내주는 비율 통계 지표. 상황 별 기대득점과 한 시즌 동안 상황 별로 일어난 실제의 득점을 바탕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득점과의 상관관계가 현존하는 타격통계 중 가장 우수하며, 기존 타자통계자료들에서 출루율의 가치가 저평가 받는 문제점을 거의 완벽하게 개선해냈다.
그림1. 테페라의 커터 히트맵
[그림1]은 테페라의 로케이션(location, 투구위치)를 나타낸 자료다. 이를 통해 그가 얼마나 집요하게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을 공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로케이션은 커터의 뛰어난 움직임과 맞물려 테페라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
재밌는 점은 토론토에는 이와 비슷한 투구 내용을 보여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로베르토 오수나와 도미닉 리온 역시 뛰어난 움직임을 보이는 커터를 이용해 바깥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토론토의 불펜진은 이런 투구패턴을 통해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커터 수평 방향 H-Movement(2017시즌 50이닝 이상 투구한 우완투수 기준)
오수나: 2.5인치 (6위)
리온: 2.0인치 (12위)
테페라: 1.8인치 (16위)
그림2. 오수나와 리온의 커터 히트맵
또 다른 무기 투심 패스트볼
테페라는 커터 외에도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평균 구속 95마일, 최고 98마일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은 타자를 상대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구종이다. 하지만 커터에 이은 테페라의 또 다른 무기는 바로 투심 패스트볼이다.
영상2. 투심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아내는 테페라
[영상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테페라의 투심 패스트볼은 우타자 몸쪽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매우 심하다. 실제로 지난 시즌 테페라가 던진 투심 패스트볼의 H-Movement는 -9.5인치로 메이저리그에서 50이닝 이상 던진 우완 투수 가운데 27번째로 큰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이 투심 패스트볼의 도움으로 타자와의 수싸움을 하는데 있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특히 커터와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나가는 움직임 때문에 결정구로 사용하는 커터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었다. 테페라의 커터와 투심 패스트볼의 투구위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림3. 커터 히트맵(좌)와 싱커 히트맵의 비교
한편, 투심 패스트볼은 2015시즌부터 테페라가 매년 55% 이상의 비율로 땅볼을 유도할 수 있게 해줬다. 이런 높은 땅볼비율로 인해 테페라는 장타의 위험을 수반하는 우타자의 몸쪽 코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테페라의 미래
지난겨울 오승환을 영입하면서 토론토의 불펜 순서는 테페라가 7회, 오승환이 8회를 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됐다. 하지만 지난 2일과 3일 경기에서의 운영을 봤을 때는 예상과는 반대로 오승환이 7회, 테페라가 8회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테페라는 충분한 성장세를 보였다. 시즌 초반이지만, 테페라는 그 성장세를 2018시즌에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테페라는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겨울 팀이 하이메 가르시아를 영입하기 전까지 테페라는 5선발 자리를 자치하기 위해 자신이 스플릿-체인지업을 연마 중이라고 밝혔다.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선발로 뛰어본 적이 없는 선수의 당찬 포부였다. 비록 가르시아의 영입으로 비록 선발로 보직을 옮길 일은 없어졌지만, 테페라가 얼마나 향상심이 강한 선수인지 알려주는 에피소드다. 만 30세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테페라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앞으로 테페라가 어디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출처: MLB.com, Fangraphs, Baseball Savant, Brooks-baseball, Toronto Sun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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