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불펜 열풍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는 이도 세인트루이스 구원투수 오승환이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 특급 불펜 트리오를 앞세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뒤 선수 이적 시장에서 불펜 투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여름 트레이드 시장의 최대 화제도 아롤디스 채프먼, 앤드류 밀러 같은 구원 투수였다.
현대적 불펜 운용은 1988년에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전설적인 명감독 토니 라루사가 1이닝 마무리 투수 기용이라는 당대의 파격을 도입한 시점이다. 최초의 1이닝 전문 마무리 투수로 기억되는 이는 데니스 애커슬리다. 애커슬리는 라루사 감독이 지휘한 오클랜드에서 199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가 됐다. 2003년 에릭 가니에(LA 다저스) 이전 마지막으로 사이영상을 받은 마무리 투수기도 하다.
이후 20여 년에 걸쳐서 불펜 투수들을 1이닝씩 끊어서 기용하는 건 메이저리그의 대세가 됐다. 마무리 투수 뿐 아니라 셋업맨도 1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도 때도 없이 마운드에 호출되는 투수들도 사라져갔다.
라루사식 불펜 운용은 투수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피칭은 인체에 심각한 부하를 주는 동작이다. 많은 투구, 빈번한 등판은 선수 생명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라루사의 아이디어가 상식으로 자리잡고 의학적 토대를 갖추기까지 수십 년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숱한 불펜 투수들이 무리한 등판 일정을 감내하면서 선수 생명을 희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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