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정대성]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피안타율이 낮은 두 구종은 커브볼과 슬라이더였다. 각각 0.215와 0.216의 피안타율을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 기록하며 리그 평균인 0.255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 이런 변화구들은 타자를 요리하기에 좋은 가장 구종이었다.
<2008~2014시즌 메이저리그 투구 데이터. 스트라이크 존 하단 1/3에 해당하는 영역에 투수들이 더 많은 공을 던졌다(위쪽 그래프 2개). 낮은 공이 더 많이 스트라이크가 되자 커브 구사 빈도가 늘어났고 슬라이더 구사 빈도는 줄어들었다(아래 그래프 2개). [2]>
메이저리그는 2008년부터 투구 추적 데이터를 사용해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개선해왔다. 그 결과 존 하단부의 스트라이크 판정 확률이 늘어났고, 존의 전체 크기는 전체의 10%에 가까운 40제곱인치가 증가했다. 낮은 공이 스트라이크가 될 확률이 늘어나자 투수들도 낮은 공을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 수직으로 낮게 떨어지며 타자의 방망이를 유혹하는 커브의 사용 빈도도 늘어났다. 반면 가로 방향으로 더 휘어지는 슬라이더는 투수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KBO리그는 지난 시즌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메이저리그처럼 스트라이크 존이 아래로 넓어졌다면 낙차 큰 변화구의 성적이 좋아졌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구종은 커브볼과 포크볼이었다. 아래 방향으로 크게 떨어지는 두 구종을 사용했을 때의 성적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메이저리그와의 차이는 그곳에서 강력한 무기인 슬라이더의 자리를 포크볼이 대신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2017 KBO리그 구종별 성적>
구종 분류 기준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일돼 있지 않다.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마다 기준이 다르다. KBO리그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가령 슬라이더와 커터는 휘는 방향과 움직이는 정도가 비슷하니 간결하게 합쳐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는 포털 사이트의 문자 중계 자료를 활용하여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나온 약 21만 개의 투구를 분석했다. 해당 자료에 포함된 구종 중 싱커는 투심과 비슷한 구종이나 표본이 매우 적어 분석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너클볼은 표본이 매우 적어(200타석 미만) 분석의 안정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KBO리그 투수가 사용한 주요 변화구 중 가장 성적이 좋았던 것은 포크볼이었다. 커브볼, 체인지업, 슬라이더가 그 뒤를 이었다. 가장 결과가 좋았던 커브볼의 사용 빈도는 전체에서 9.2%였으며, 다음으로 좋았던 포크볼은 8.4%를 차지하고 있었다.
<2017시즌 KBO리그 월별 구종 구사율 변화>
다음으로는 월별로 구종 사용 빈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3월과 10월에 열린 경기는 표본 숫자가 안정성을 갖기 충분하지 않아 각각 4월, 9월에 합쳤다.
분석 결과 시즌 중에도 구종 구사 빈도에 변화가 있었음이 나타났다. 개막전부터 7월까지 슬라이더 비율이 감소한 한편 커브볼의 비율이 증가했고, 포크볼의 비율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특히 포크볼의 비율은 4월부터 9월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포크볼을 구사하는 선수가 늘어났거나, 다른 이유로 사용 빈도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외부 요인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다.
<2016시즌, 그리고 2017시즌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 [3]>
지난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 존은 모든 방향으로 과감히 넓어지며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존이 달라졌다. 이에 투수와 포수의 배터리, 현장의 코치진이 바뀐 존에 더 유리한 변화구의 비율을 높였다는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시즌의 스트라이크 존을 살펴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존의 좌우 경계가 조금 좁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슬라이더의 비율이 줄어들었다. 가로 방향으로 휘어 스트라이크를 얻기 쉬운 구종을 쓰기 불리해졌으니,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을 더 많이 써서 타자를 상대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변화하는 존에 맞춰 레퍼토리를 수정했다. KBO리그 투수들도 스트라이크 존 확장이라는 변화 속에서 커브의 비중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확장은 타고투저 현상 해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통해, 투수들이 바뀐 존을 활용해 타자들을 제압할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계속해서 바뀌는 스트라이크존과 변화구 구종의 증감이라는 함수 속에 가장 적절한 조화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투수들이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지켜보며 타고투저라는 문제를 어떻게 헤어나갈지 지켜보자.
- 참조
[1] [이현우의 MLB+] 커브볼 혁명에 동참한 류현진 – 이현우
http://www.mbcsportsplus.com/msp/?mode=view&cate=17&b_idx=99908141.000
[2] The Strike Zone Expansion is Out of Control – Jon Roegele
https://www.fangraphs.com/tht/the-strike-zone-expansion-is-out-of-control/
[3] 타고투저 현상, 범인은 스트라이크 존이 아니다 – 박기태
http://www.yagongso.com/?p=4116
자료 출처: 팬그래프
에디터 : 야구공작소 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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