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타일러 윌슨, 우투우타, 1989년 9월 25일 생, 188cm, 84kg

 

[야구공작소 조영식] LG 트윈스는 지난 1년 반 동안 에이스 역할을 해준 데이비드 허프와 결별했다. 레다메스 리즈와의 재결합도 무산된 가운데 LG는 차차선책으로 우완 투수 타일러 윌슨과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로써 윌슨은 2016년부터 지난해 전반기까지 볼티모어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김현수와 타국에서 약 반 년만에 재회하게 됐다.

 

배경

 

타일러 윌슨은 만 20세였던 2011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305순위에 지명된 이름없는 투수였다. 그러나 프로 입단 첫 해부터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2012년부터 AAA에 오른 2014년까지 매년 최소 25번 이상 선발 등판하면서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맡아 줄 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받은 윌슨은 매년 한 단계씩 올라가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데뷔 첫 해에는 9경기(5선발)에 등판해 2승 2패 ERA 3.50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2016년 전반기 선발 투수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기 ERA 5.22를 기록하며 올스타전 이후 불펜 투수로 전환됐고 2017년에는 9경기(1선발)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2017시즌이 끝난 뒤 윌슨은 FA 자격을 얻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입지가 불안해진 상태였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하는 것과 아시아 진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윌슨은 결국 LG 트윈스와 계약을 맺었다.

 

타일러 윌슨 통산 성적

스카우팅

 

윌슨은 제구에 큰 강점을 가진 투수다. 프로 데뷔 초부터 뛰어난 커맨드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마이너리그 통산 BB/9은 2.2개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4개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이 메이저리그보다 약간 넓은 KBO리그에서는 그의 제구력이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준수한 제구력을 지녔음에도 윌슨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슬라이더 외에 딱히 효과적인 구종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일러 윌슨 구종별 통산 성적

 

*SwStr%: 헛스윙/전체스윙, 헛스윙 비율

GB: 땅볼개수/전체타구, 땅볼 비율

 

윌슨의 포심 패스트볼은 대체로 91-92마일(약 146.5-148.1km/h)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평균인 93.6마일(약 150.6km/h)에 조금 못 미쳤다. 그 결과 윌슨의 통산 포심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98, 헛스윙률은 11.8%로 위력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에서 뛴 선발투수 중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7km/h를 넘긴 선수는 메릴 켈리, 헨리 소사, 알렉시 오간도 세명 뿐이었다. 윌슨의 패스트볼은 미국에서는 평균 이하였지만 한국에서는 평균 이상의 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일러 윌슨 슬라이더 히트맵

 

아마추어 시절부터 윌슨의 세컨피치였던 슬라이더의 위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수준이었다. 슬라이더는 80마일 대 초반(약 130.3~135.2km/h)의 구속과 함께 날카로운 각을 자랑한다. 또한 슬라이더를 낮게 제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면서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27.7%의 뛰어난 헛스윙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를 보여준 윌슨의 슬라이더를 KBO리그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윌슨은 80마일대 초반의 체인지업과 91마일대의 싱커를 좌타자를 상대하는데 주로 사용했다. 이 구종들의 피안타율은 각각 0.333, 0.339로 높았지만 57.4%, 57.6%의 땅볼 비율을 기록하며 땅볼을 유도하는데 큰 효과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 이하의 스터프로 5선발 자리도 지키지 못한 윌슨이지만 한국의 기준으로는 큰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KBO리그 기준 뛰어난 구위와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췄으며 지난 2015년 베이스볼아메리카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강한 멘탈과 성실함도 갖췄다고 한다. 실력과 인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윌슨이 미국에서의 성향을 한국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2018년 LG의 에이스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망

 

KBO리그 기준 상위권의 패스트볼과 뛰어난 슬라이더,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체인지업을 가진 윌슨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관건은 LG의 수비다. 윌슨은 슬라이더를 제외하면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구종이 없어 삼진이 적은 스타일이다(통산 K/9 메이저리그 4.8개, AAA 6.5개). 이는 KBO리그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의 성적이 수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 내, 외야수의 수비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나마 한 가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LG로 오면서 피홈런에 대한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윌슨의 뜬공 대비 홈런 비율(HR/FB%)은 2015년 2.7%에서 2016년 13.9%, 2017년 17.6%로 매년 증가했다. 그러나 넓은 잠실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윌슨은 적어도 피홈런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 수 있게 되었다.

 

LG는 2011-13년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이후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꾸준히 활약한 시즌이 없다. 그러나 2018시즌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기준 강력한 구위와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윌슨의 전망은 밝다. 허프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된 윌슨이 7년차 베테랑이 된 소사와 함께 리즈-주키치 듀오를 재현해내기를 기대해본다.

 

기록 출처: Baseball America, Fangraphs, Brooks Baseball, Baseball-Refernce,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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