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텍사스의 가을야구,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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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의 2016 시즌이 끝났다. 텍사스는 95승으로 정규시즌 아메리칸 리그 전체 1위 승률을 차지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도 꼽히던 그들의 상대는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라는 절벽에서 살아남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그러나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5차전까지 끌고 갔던 상대와 재차 만나 벌인 승부는 허무하게도 단 세 합만에 끝이 났다.

사실 95승이라는 정규시즌 전적과는 달리 텍사스의 전력은 압도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득점과 실점을 기반으로 한 예상 승률(피타고리안 승률) 수치는 상대인 토론토보다 더 낮았다. 그만큼 텍사스에게는 적지 않은 불안 요소들이 존재했다.

이에 더해 단기전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운적인 요소도 텍사스보다는 토론토의 손을 많이 들어줬다. 결국 운과 실력 양면의 악재가 동시에 터져나오며 텍사스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은 또다시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정규시즌 득실점과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
토론토: 759득점 666실점 0.562(91승 71패)
텍사스: 765득점 757실점 0.506(82승 80패)

텍사스의 패배는 단순히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분명 그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약점이 있었지만, 3대 0이라는 결과는 실력 뿐만 아니라 운까지 따르지 않아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마지막 3차전에서는 시리즈가 더 길어졌더라도 불안 요소가 됐을 벤치의 아쉬운 선택까지 나타났다.

 

예상됐던 불안 요소, 현실이 되다

시리즈 시작 전, 양 팀의 타선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주루 수치 정도를 빼면 기본적인 타격 능력은 양 팀 모두 상대에 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투수진이었다. 양 팀은 선발과 불펜, 서로 다른 곳에서 강점을 내보이고 있었다. 텍사스의 강점은 불펜에 있었다. 텍사스는 맷 부시, 토니 바넷, 샘 다이슨 등 평균자책점 2점대의 승리조를 갖고 있었다.

반면 토론토는 텍사스보다 두터운 선발진을 갖고 있었다. 토론토의 올해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64로 아메리칸 리그 1위였다. 텍사스는 콜 해멀스, 다르빗슈 유 등 이름값이 뛰어난 원투펀치를 보유했지만 전체적인 선발 평균자책점은 4.38로 평범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멀스와 다르빗슈, 이름난 두 원투펀치 에이스는 텍사스의 강점이 아닌 약점에 가까웠다. 해멀스는 올해 데뷔 이후 가장 높은 볼넷 허용률을 기록했다. 거기다 최근에는 9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86을 기록하며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다르빗슈 역시 9월 성적이 좋지 않았다. 9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4.40에 달헀다. 또한 8월부터 근 2달간 11경기에서 홈런을 9개나 허용한 점도 나쁜 징조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비전 시리즈에서 텍사스는 강한 불펜진이 투입되기 전까지 리드 혹은 동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불안감을 자아내던 2명의 에이스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3차전까지 모든 경기에서 텍사스의 불펜이 투입됐을 때 승기는 토론토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생각치 못했던 타격 부진, 팀의 맥을 끊다

1차전에서 텍사스의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에이스 해멀스를 일찌감치 강판시켰다. 점수 차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탓도 있었지만(해멀스 3.1이닝 7실점) 든든한 불펜으로 불을 꺼 추격의 여지를 남기려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강수는 팀 타선의 총체적 난국으로 무위에 그쳤다. 3차전까지 배니스터 감독은 팀의 1번부터 6번까지 이어지는 타순을 고정했다. 정규시즌 성적을 근거로 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막상 가을 야구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악수였다. 1~6번에 기용된 타자들은 3경기에서 71타수 12안타, 0.169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야구의 신이라 해도 손을 쓸 수 없는 성적이었다.

1차전에서 참패한 텍사스는 2차전에선 다시 힘을 냈다. J.A. 햅을 상대로 한 이날 경기에서 텍사스는 장단 13안타를 때려내며 1차전의 빈공을 만회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무려 25개의 잔루를 남기는 지독한 ‘영양가’ 부재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아쉬움

마지막 경기였던 3차전은 텍사스에게 가장 큰 기회였다. 3회말 2대 5로 리드가 벌어지며 허무하게 판을 내주나 싶었지만, 곧바로 4회초 2점을 더 내며 1점차 경기로 따라붙었다. 6회에는 곧바로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역전을 해내며 분위기를 자신들 쪽으로 가져왔다.

연장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교체 카드의 활용이었다. 6회초 역전에 성공한 뒤 텍사스는 왼손 투수 제이크 디크먼 카드를 꺼내들었다.

디크먼은 볼넷 허용률이 높지만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불펜 투수다. 그러나 디크먼은 등판 직후 대타 멜빈 업튼 주니어에게 초구 2루타를 맞은 뒤 고의4구를 내주고 곧바로 교체됐다.

뒤를 이은 켈라는 올시즌 성적을 볼때 디크만보다 전혀 나을게 없는 투수였다. 평균자책점만 봐도 디크먼이 3.40인데 반해 켈라는 6.09로 ‘클래스’ 차이가 났다. 그러나 오른손 타자 다윈 바니가 나온다는 이유로 디크먼 카드가 너무 쉽게 소진됐다.

또 하나 아쉬웠던 장면은 10회초 첫 타석에 외야수 재러드 호잉이 타자로 들어선 것이다. 텍사스의 벤치에는 통산 출루율이 0.381에 달하는 추신수가 있었다. 반면 호잉은 올해 39경기 49타석에서 타율 0.217과 출루율 0.265를 기록한 것이 메이저리그 경력의 전부인 선수였다.

오랜 부상을 겪은 추신수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추신수는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그러나 컨디션 난조라는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호잉과 추신수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정도였다.

비록 3차전의 결과가 디크먼과 추신수의 부재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배니스터 감독의 결정은 기록 상 합리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쓸 수 있는 카드를 온전히 소진하지 못한 채 올해의 야구를 마쳐야 했다는 점에서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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