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네 장갑, 우리가 뽑아주마

[야구공작소 도상현] 지난 12월 13일, 열 개의 황금장갑이 저마다의 주인을 찾아가면서 2017시즌의 굵직한 시상들도 대부분이 막을 내렸다. 수상자 모두가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었지만, 올해도 투표인단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야구공작소 구성원들이 예측했던 기자들의 ‘표심’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기 전, 야구공작소의 구성원 28명이 예측한 기자들의 ‘표심’은 8명의 실제 수상자를 예언하며 비교적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표심’과 자신에게 투표권이 있었을 때 뽑고 싶은 선수와는 차이가 있을 것. 그래서 준비했다.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여덟 공작원의 골든글러브 투표를.

 

▶투수: 헥터 3표 – 피어밴드 2표 – 양현종 1표 – 장원준 1표 – 켈리 1표

실제로는 유효표 357표 중 323표(90.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양현종이 영광을 안았지만, 공작원들의 의견은 제일 많이 갈린 포지션이었다. 헥터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지적받았지만 그럼에도 최다 이닝, 제일 높은 WAR, 20승이라는 상징성과 우승 프리미엄에 힘입어 실제 수상자인 양현종을 뛰어넘는다는 평을 얻었다.

기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던 피어밴드는 두 공작원의 선택을 받았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 아쉬웠던 수비와 득점지원, 최하위였던 순위와 팀 분위기 속에서도 리그 최고의 조정평균자책점(ERA+)를 기록한 점이 고려됐다.

헥터의 금지약물 복용 전적을 감안한 공작원들은 양현종과 켈리, 장원준에게도 각각 한 표씩을 선사했다. 장원준을 꼽은 공작원은 그가 다승, ERA 등 다른 지표를 보아도 두루 고른 활약을 펼쳤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WAR 역시 헥터에 이은 2위였다. 켈리는 높은 탈삼진률과 K/BB가 돋보였다.

 

▶포수: 강민호 몰표, 3루수: 최정 몰표

포수와 3루수 포지션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130경기를 출장한 강민호는 비율과 누적 스탯 모두를 챙겼다. 체력 소모가 심한 포지션에서 유일하게 수비 이닝이 1000이닝을 넘었다는 점을 고려한 공작원도 있었다. 포스트시즌의 맹활약(?) 때문에 한때 저평가되기도 한 수비력이지만, 사실 정규시즌에는 9이닝당 폭투, 포일 개수 역시 0.462로 적은 편이었다.

최정에 대해서라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자.

 

▶1루수: 로사리오 7표 – 스크럭스 1표

1루수 후보 중 유일하게 OPS 1.0 이상(1.074, 1위), 홈런 1위(37개), WAR 1위(5.25), wRC+ 1위(166.6). 한 공작원은 전반적인 기록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음에도 로사리오가 수상에 실패한 것은 아직까지 KBO리그에 외국인 수상 배제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뜻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적은 경기수가 흠이었지만,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 성적을 기록했다.

로사리오는 0.373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면서 클러치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WPA에 주목해 스크럭스에 한 표를 선사한 공작원도 있었다. 팀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순간에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스크럭스였다는 의견이었다(스크럭스 WPA 4.78 1루수 1위, 로사리오 WPA 3.91 1루수 4위).

 

▶2루수: 안치홍 4표 – 박민우 4표

2루수 골든글러브는 실제 투표에서도 6표라는 적은 차이로 수상이 갈렸다. 공작원들 역시 두 선수의 우열을 쉽사리 가려내지 못했다. 안치홍을 선정한 네 공작원은 성적에는 큰 간극이 없었지만 조금 더 많은 출장으로 팀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높게 샀다.

박민우에게 표를 던진 공작원은 과거의 골든글러브 수상 경향을 들기도 했다. 지난해 박경수가 20홈런, 정근우가 18홈런을 쳐냈지만 수상자는 비교적 고타율을 기록한 서건창이었던 것처럼, 2루수 골든글러브는 이전부터 고타율 선수를 보다 우대해왔다는 것이다. 규정타석을 간신히 넘긴 적은 타석수의 경우에도 2013년 이병규(9)의 전례가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규정타석을 달성한 이상 수상 자격은 달성했다고 본 공작원 역시 있었다.

 

▶유격수: 김선빈 6표 – 김하성 2표

유격수 ‘고타율’ 타격왕 타이틀이 크게 작용했다. 두 선수의 WAR이 동률이었고, 그 밖의 타격 성적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승팀 프리미엄이 적용되면서 표심이 다소 한 쪽으로 쏠린 모습이었다.

김하성에게 표를 던진 공작원은 4번이라는 중책을 맡아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타선을 이끌었다는 점을 높게 샀다. 유격수 자리에서는 흔하지 않게 빼어난 장타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어필 요인이었다.

 

▶ 외야수: 최형우 7표 – 박건우 7표 – 손아섭 5표 – 김재환 2표 – 나성범 2표 – 버나디나 1표

최형우와 박건우는 나란히 7표를 획득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뽐냈다. 최형우는 예년보다 적은 26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지만, 2루타 36개와 타율 0.342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수위권에 올랐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건우는 대부분의 공작원들에게 ‘역대급 중견수 시즌’으로 기억됐다. 잠실을 쓰면서도 20홈런을 넘겼으며, KBO리그의 중견수 역사에 남을 고타율(0.366)을 기록하며 김선빈(0.370)에 이은 타율 2위, OPS 5위(1.006), WAR 2위(7.03), wRC+ 4위(164.4) 등의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한 공작원은 박건우의 골든글러브 수상 실패야말로 올 시즌 최악의 사건 중 하나라며 분개했다.

손아섭은 전경기 출장을 달성하면서 최다 타석 1위를 차지했다는 꾸준함이 돋보였다. 이를 통해 비슷한 성적을 기록한 나성범보다 높은 득표를 얻었다.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끄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3-4-6의 배어난 슬래시 라인으로 리그 전체 1위의 WAR를 기록했으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35홈런을 때려낸 김재환은 약물 복용 전과에 발목을 잡혔다. 잠실의 파크 팩터가 과도하게 보정되고 있음을 지적한 공작원도 있었다. 버나디나는 3할, 20홈런, 30도루, 100득점, 100타점 등의 상징성 있는 타격 기록을 모두 달성한 우승팀의 주축 선수였지만, 여기서는 쟁쟁한 다른 경쟁자들에 밀려 한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지명타자: 박용택 6표 – 나지완 2표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박용택이 6명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올 시즌 성적은 지명타자 중 WAR, WPA, wRC+ 1위. 홈런을 비롯한 장타는 부족했지만, 정교함과 선구안을 앞세워 wRC+ 141의 생산력을 과시했다. 38세의 나이에도 138경기에 출장한 ‘노익장’ 또한 돋보였다.

그러나 박용택에게 표를 준 공작원들도 나지완과 박용택의 타격 성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3-4-5의 ‘아름다운’ 슬래시 라인과 커리어 하이인 27홈런을 기록한 장타력에 표를 던진 공작원도 있었다. 덧붙여 모든 포지션에서 우승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했지만, 유독 나지완에게는 박했던 실제 투표 결과에 주목하기도 했다.

 

◇ 이름(직책/실제 투표와의 일치율): 포지션별 수상자

◆ 오연우(야구공작소 대표 / 50%): 헥터 – 강민호 – 로사리오 – 안치홍 – 최정 – 김선빈 – 김재환 – 박건우 – 손아섭 – 나지완

◆ 박기태(리서치 팀장 / 60%): 피어밴드 – 강민호 – 로사리오 – 안치홍 – 최정 – 김하성 – 최형우 – 나성범 – 손아섭 – 박용택

◆ 오상진(MLB 팀장 / 60%): 장원준 – 강민호 – 로사리오 – 박민우 – 최정 – 김선빈 – 최형우 – 박건우 – 버나디나 – 박용택

◆ 오주승(KBO 필진 / 80%): 양현종 – 강민호 – 스크럭스 – 안치홍 – 최정 – 김선빈 – 최형우 – 박건우 – 손아섭 – 박용택

◆ 차승윤(KBO 필진 / 50%): 켈리 – 강민호 – 로사리오 – 박민우 – 최정 – 김선빈 – 최형우 – 박건우 – 손아섭 – 나지완

◆ 장원영(MLB 필진 / 50%): 헥터 – 강민호 – 로사리오 – 박민우 – 최정 – 김선빈 – 최형우 – 박건우 – 김재환 – 박용택

◆ 송준형(MLB 필진 / 60%): 피어밴드 – 강민호 – 로사리오 – 안치홍 – 최정 – 김하성 – 최형우 – 박건우 – 손아섭 – 박용택

◆ 이택근(에디터 팀원 / 50%): 헥터 – 강민호 – 로사리오 – 박민우 – 최정 – 김선빈 – 최형우 – 박건우 – 나성범 – 박용택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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