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사는 두산 선수, 민병헌은?

민병헌은 유치원도, 암소갈비집도 아닌 사무실에서 발견되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야구공작소 양정웅] 세간의 예상은 정확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달 28일 자유계약선수(FA) 외야수 민병헌과 4년 80억원에 계약했다. 부동산 계약설부터 해운대 암소갈비집 출현설까지 ‘썰’만 무성했던 민병헌의 부산행은 구단 사무실에서 서명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오피셜화’되었다.

민병헌의 몸값이 합리적이었는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말로 롯데가 필요한 선수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시각이 많다. 그렇지만 롯데 구단은 “FA 시장 개장 초기부터 관심을 가진 선수였다.”며 강민호의 이적과는 별개로 민병헌이 정말로 필요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민병헌을 영입했을까?

 

‘나좌수’ 이제는 종영할 때

김주찬이 떠난 이후 롯데의 좌익수 자리에 가장 많이 선 선수는 김문호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2012년이 끝나고 김주찬이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이후 롯데는 매년 ‘나는 좌익수다’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단 1이닝이라도 좌익수 수비에 들어갔던 선수는 무려 24명이나 된다. 2016년엔 김문호의 각성으로 드디어 좌익수에 대한 고민을 지우는가 했다. 그러나 2017년 후반기 김문호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금 좌익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7년 롯데 좌익수와 민병헌의 주요 스탯 비교

결국 롯데는 외야 한 자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A급 외야수로 평가받는 민병헌을 영입했다. 민병헌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2012년 이후 좌익수 수비를 본 적은 없다. 기존 전준우와 손아섭이 좌익수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좌익수 자리는 민병헌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여의치 않다면 부상으로 수비범위가 줄어든 전준우를 좌익수로 밀어내고 중견수를 볼 수도 있다.(전준우 2014년 좌익수 67이닝 / 민병헌 2016년 중견수 476.2이닝)

 

“내가 강민호를 대체할 관상이냐”

롯데 이적 후 구단 납회식에 참석한 민병헌.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과거 인터넷 상에서는 강민호와 민병헌이 비슷하게 생겼다는 얘기가 돈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이후 롯데가 강민호에게 제시한 금액과 같은 액수로 민병헌이 롯데로 이적했다. 이제 민병헌은 강민호가 떠난 롯데 타선의 공백을 채워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사실 드넓은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민병헌의 공격력은 강민호에 비하면 열세에 가깝다. 최근 세 시즌 동안의 OPS는 강민호가 0.955, 민병헌이 0.842였다. 구장까지 보정한 wRC+는 강민호가 139.9를 기록해 역시 민병헌(122)을 압도한다.(주요 스탯 아래 표 참조)

2015~2017년의 강민호와 민병헌의 주요 스탯 비교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병헌의 계약발표 당시 남은 FA 매물 중 메이저리거 김현수를 제외하곤 강민호를 완벽하게 대체할 선수는 없었다. 11월 28일 기준으로 남아있던 FA 미계약자 중 최근 3년 동안의 성적이 민병헌보다 확연히 좋았다고 할 수 있는 선수는 김주찬 한 명 뿐이었다(OPS 0.917 / wRC+ 129.8). 김주찬이 내년이면 만 37세 시즌을 맞이하고 3년간 꾸준히 성적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롯데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 그런 팀이 생겼어~”

2017년 롯데의 1번타자는 처음도 끝도 전준우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올 시즌 롯데는 1번 타자의 타율이 가장 높은 팀이었다(0.321). 여기엔 1번타자로 250타석에 들어와 0.353 8홈런 47득점 9도루를 기록한 손아섭이 한 몫했다. 그러나 손아섭은 1번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롯데에는 1번 타자로 가장 많이 나왔으며(304타석), 성적도 괜찮았고(0.318 11홈런 42타점 50득점), 1번을 가장 선호하는 전준우가 있다. 하지만 초구 승부를 좋아하고 도루능력이 감쇄된 전준우는 전형적인 1번타자로 보기는 어렵다.

민병헌은 롯데의 상위타선 조합을 더욱 다양하게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최근 4년간 민병헌이 가장 많이 나온 타순은 1번(1,186타석)과 3번(809타석)이었다. 하체 쪽 부상으로 인해 2015년부터 적극적인 도루 시도는 하지 않고 있지만 건강한 민병헌이라면 언제든지 도루가 가능하다. 또한 매년 3할8푼대 이상의 출루율이 보장된 선수인데다가 장타력까지 겸비해 홈과 가까운 베이스로의 출루가 가능한 선수다. 추가 선수 영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민병헌의 역할은 톱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병헌은 ‘민잘샀’ 소리를 들을까?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의 FA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홍성흔. 과연 민병헌은 홍성흔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정수근의 길을 걸을 것인가.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두산 출신, 우타자, 많은 병살타, 롯데로 FA 이적. 한 선수가 생각나지 않는가? 지금은 은퇴한 홍성흔은 2009년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당시 홍성흔의 이적에는 많은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지명타자로 전향 후 좋은 성적을 내긴 했지만 이른바 특급 FA라고 보긴 어려웠고 또 포수 이외에는 수비가 어렵다는 약점도 있었다. 롯데의 타선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홍성흔의 이적에 대해 걱정을 내비친 팬들이 많았다.

홍성흔은 그런 팬들의 걱정을 1년 만에 불식시켰다. 첫 해부터 0.371 12홈런 64타점으로 타격왕 경쟁에 뛰어들더니 이듬해에는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무서운 활약을 보여주며 0.350 26홈런 116타점을 기록했다. 홍성흔은 아직도 외부 FA 성공사례를 언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례다.

이제 민병헌이 홍성흔의 뒤를 이을 차례다. 롯데는 포지션의 혼선과 세간에서 나온 오버페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병헌을 개장 초기부터 지켜보며 결국 영입에 성공했다. 민병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 아니면 홍성흔에 이어 이른바 ‘탈잠실’의 성공사례로 남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과연 2021년 11월에 민병헌은 ‘민잘샀(민병헌 잘 샀다)’이란 평가를 들을 수 있을까?

 

기록 출처 : STATIZ.co.kr, KBO 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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