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피셜이 떴다. (사진제공=kt위즈)
[야구공작소 오정택] 11월 13일, kt위즈는 황재균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김진욱 감독과 팬들이 기다리던 ‘적극적인 투자’가 드디어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4년 88억의 거대한 계약 규모는 다소의 논란을 낳았지만, 황재균이 그 정도로 kt에 필요한 존재였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3루수 찾습니다
2016년 여름, 앤디 마르테가 시즌 아웃을 당한 이후의 kt 3루는 무주공산이었다. 확고한 주전이 떠나면서 남아있는 백업 자원들이 시즌을 마쳐야 했고, 신현철, 김연훈, 박용근이 기회를 얻었지만 누구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3루는 순식간에 kt의 대표적인 골칫거리가 되었다(2016 3루 WAR 1.97 / 리그 10위).
시즌을 앞두고 선임된 김진욱 감독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3루 자원의 보강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FA시장에 황재균과 이원석이라는 대형 FA와 실리적 카드 모두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예상외로 FA 시장의 누구와도 계약을 하지 않았고, 외인 타자도 1루 빅뱃 조니 모넬을 선택하며 다소 의외의 행보를 이어 나갔다.
김진욱 감독은 상무에서 3루수를 경험하고 제대한 정현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현은 노쇠화를 겪은 박기혁을 밀어내며 본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갔고, 3루는 내야유틸 심우준과 급히 트레이드해온 오태곤이 번갈아 맡으며 급한 불을 껐다.
정현, 심우준, 오태곤이 맡았던 kt의 3루는 팀 순위 8위를 기록하며 다소 낮은 수치지만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2017 3루 WAR 0.49). 마르테의 비중이 컸던 작년의 기록보다는 kt에게 있어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심우준은 성장한 타격에 비해 아쉬운 수비를(3루수 실책 1위 / 9개), 오태곤은 과거의 기대치(2015년 122경기 8홈런 / 2017년 135경기 9홈런)를 넘어서지 못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을 3루의 대안이라 부르기는 부족했다.
kt가 얻을 수 있는 것
마르테가 떠난 후 kt에겐 ‘전업 3루수’의 실종이 큰 문제였다. 3루 자원들 가운데 80경기 이상 3루를 소화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고, kt의 불안한 내야 사정에 맞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던 선수들은 수비에서 한층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 자체는 ‘마르테가 반년을 소화한’ 작년보다 떨어졌다. 실제로 올 시즌 kt의 3루진은 약 48점을 허용하며 리그 최악의 수비를 보였다. 9위인 넥센보다 20점 가량 차이가 나는 큰 수치다(kt 3루 조정 RAA -47.62 / 넥센 -25.65). 실책의 수는 말할 것도 없다(팀 3루수 최대 실책 1위).
90억 원을 넘나들 것으로 예측됐던 황재균의 계약 규모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있었지만, 사실 황재균의 진면목은 수비에 있다. 황재균의 수비는 KBO리그 3루수들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2년 간 황재균은 다른 3루수들에 비해 월등하고, 기복 없는 수비실력을 보여주었다. 3루에서 992경기를 소화한 그의 관록은 다른 kt선수들과의 차이를 보여줄 것이다.
표1. 2015~2016 3루 조정 RAA* TOP 3 / 70경기 이상 선발출장 기준
*RAA : 평균 대비 득점기여
더 나아가 3루가 아닌 타선 전체로 확대해보자. kt의 타선은 지금까지도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순수 20 홈런 타자가 없다. 윤석민이 20 홈런을 달성했지만, kt로 이적 전 7개와 이적 후 13개를 합친 반쪽자리 기록이다. 또한 득점과 홈런, 타점 등 기본적인 공격 수치에서도 모두 10위를 기록했다. 윤석민의 이적, 로하스의 합류로 공격이 변화했다 평가 받음에도 1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타선에 20홈런 이상, wRC+ 110이상을 기록해줄 중심 타자의 합류는 매우 좋은 소식이 아닐까. 또한 로하스-황재균-윤석민이란 확실한 클린업 트리오의 형성도 기대해 볼만 하다.
표2. 올 시즌 kt타자들의 타격 기록
긍정적인 신호탄
황재균의 영입으로 kt는 일단 불안했던 내야를 안정시키는 큰 효과를 얻었다. 이제 다음은 외야의 정비가 필요하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 중견수 로하스를 중심으로, 로하스의 양 파트너를 새로 확정 지어야 한다. 올 시즌 kt외야의 날개들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좌익수 오정복은 불안한 수비를 높은 타율(.355)로 만회해줬고, 우익수 유한준도 중심타선에서 팀을 지탱했다(.306 / 13홈런). 하지만 오정복은 작년에 비해 7푼 가량 상승한 BABIP의 덕을 본 결과였고(.322->.394), 유한준은 노쇠화가 우려되는 서른 후반의 나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kt는 내후년 김민혁, 배병옥 같은 주요 외야 유망주들이 제대를 앞두고 있다. 이때까지만 이들이 버텨줄 수 있다면, 외야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기대된다. 더하여 특급 신인 강백호의 외야 합류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즌 초 kt는 피어밴드, 고영표 등의 투수진을 앞세워 리그 상위권에 머무는 돌풍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그 돌풍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투수진을 야수들이 전혀 받쳐주지 못 했기 때문이다(2017년 4월 기준 투수 WAR 1위 / 야수 10위). 이번 겨울 kt의 우선과제는 투타 간의 그 불균형 조정이다. 물론 황재균의 영입이 모든 것을 바꾸진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황재균의 영입이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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