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의 숨은 성장통

박세웅(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야구공작소 이승호] 박세웅은 2017시즌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성장했다. 지난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올해는 경기당 평균 6.2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ERA 2위에 올라있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전체 선발투수 WAR 3위(토종투수 1위)를 기록하고 있으니 ‘리그 에이스급’피칭을 펼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스타 브레이크 즈음 체력의 한계를 겪는 듯했으나 8월 등판한 5경기 중 4경기에서 QS를 기록하며 우려를 불식했다.  그런 그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볼카운트 싸움이다.

 

박세웅이 최하위인 부분

볼카운트 싸움은 숫자로 나타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구종가치를 계산하는 방식대로 카운트의 변화에 따라 공에 점수를 매기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볼카운트 싸움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톰 탱고는 최근 본인의 사이트에 켄리 젠슨이 얼마나 볼카운트싸움에서 이득을 봤는지에 대해 게재했다. 그는 젠슨이 타자를 상대할 때 평균적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을 어떻게 가져가는지 계산한 후, 여기에 각각 스트라이크와 볼의 기대실점을 곱한 후 더했다. 평균적으로 타자를 상대할 때 얼마나 이득을 얻고 있는지 계산한 것이다. 이렇게 나온 값에 상대타자 수를 곱해주면 젠슨이 마운드에서 대략적으로 얼마나 볼카운트싸움을 잘했는지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해 국내 ERA 상위 20위 안의 투수들이 얼마나 볼카운트 싸움을 잘했는지 계산해 봤다.

박세웅의 경우를 계산해보자. 그의 평균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1.2:1.45였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에 0.07점, 볼 카운트 하나에 0.06점의 가중치를 둬 계산하면 그는 카운트 싸움에서 타석당 -0.00207점을 얻고 있다(1.2ⅹ0.07-1.45ⅹ0.06). 여기에 그가 상대한 604명의 타자를 곱해주면 대략 -1.25점의 손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래는 ERA 상위 20명의 기대실점 억제 순위이다.

 

ERA 상위 선발투수20인 기대실점 억제력 순위

(기대실점 억제력과 K/9의 상관관계는 0.55) *8월20일 기준

 

놀랍게도 20명의 투수 중 손실을 본 투수는 박세웅이 유일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5점 이상 기대실점을 방지했고, 헥터와 피어밴드가 각각 14점 정도의 기대실점을 막아낸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표이다. 평균적으로 다른 투수들은 볼카운트 싸움에서 타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박세웅은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서 타자를 상대해왔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그의 탈삼진 능력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위의 문제는 그의 존 점유율에서 비롯된다. 그의 Zone%(존에 투구한 비율)는 40.3%로 이번 시즌규정이닝을 채운 20명 중 18위,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57명 중 55위에 그친다. 물론 Zone%가 높다고 해서 좋은 투수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50% 이상 존을 점유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인식된다. 또한 어떤 특정한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본인의 피칭에 맞는 수준의 Zone%를 가져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박세웅은 볼 카운트 싸움에서 손실을 본 투수기에 현재의 Zone%가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켈리와 니퍼트는 Zone% 하위에 위치해 있지만 볼 카운트 싸움은 박세웅보다 효율적으로 해냈다. 이 두 명의 투수를 박세웅과 비교해보자.

켈리/니퍼트/박세웅Zone%, 초구스트라이크비율, O-swing% 비교

*8월20일 기준

켈리와 니퍼트는 각각 리그 탈삼진 1, 2위로, 낮은 Zone%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투수들이다. 존 바깥으로 던졌을 때 얼마나 많은 스윙을 끌어냈는지를 보여주는 O-swing을 보면이 점을 알 수 있다. 박세웅은 존 바깥으로 벗어나는 공을 던질 경우 26.5%의 스윙을 이끌어낸다(켈리 35.6%, 니퍼트 30.5%). 기본적으로 낮은 Zone%에서도 효과적인 피칭을 하기 위해서는 볼을 던졌을 때도 스트라이크를 얻어내야 하는데, 박세웅은 볼을 던지면 그대로 볼이 되는 경우가 두 투수들보다 더 많은 셈이다.

또한 0-0 카운트에서 승부가 난 경우를 제외하고 초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얻어낸 비율 역시 박세웅이 가장 낮다. 기본적으로 카운트 싸움을 불리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그가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린 주된 이유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 시즌 그는 평균적으로 매 타석 다른 투수들보다 많은 공을 뿌리고 있다(타석당 투구수 3.9개, 규정이닝 20명 중 16위). 현재 그의 Zone%는 효율적인 피칭을 보장해주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물론 볼 카운트의 열세 속에서도 그가 지금까지 충분히 실점을 억제해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그의 온전한 능력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활약이 이어질까? 아닐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뛰어난 성적에 드리워진 그림자

그가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리그에서 FIP와 ERA의 편차가 가장 큰 선수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뛰어난 실점억제력을 보여주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박세웅 ERA, FIP, kwERA, BABIP, 잔루율

*8월20일 기준

실제로 전반기 그는 겨우 7개의 피홈런을 허용했으나, 후반기에 벌써 6개를 허용하며 실점이 많아졌다. ERA 역시 6월 25일 2.08에서 수직 상승해 3.08까지 치솟았다. 최근 들어 실점이 많아졌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여러 지표는 말한다.

탈삼진과 볼넷 기록으로 투수의 미래 실점을 예측하는 kwERA 역시 ERA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볼넷과 삼진 비율을 기록할 경우 실점억제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BABIP 역시 리그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인데, 땅볼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잔루율(LOB%)은 80.5%로 리그 1위이다. 잔루율은 대부분의 경우 70%대로 회귀하는 경향성이 커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

그의 현재 성적은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의 고유한 능력이 실점을 억제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다수의 지표들이 더 많은 실점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 그는 탈삼진 능력을 개선하거나 존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탈삼진 능력 보다는 완급조절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기 때문에, 존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렇다면 어떤 구종에서 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까? 해법을 찾기 위해 박세웅을 비롯해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 ERA 5위권 투수들을 비교해봤다.

 

브레이킹볼의 존 점유율을 높여라

박세웅/장원준/차우찬/윤성환/양현종 구종별 존 점유율 비교

*8월20일 기준

박세웅의 주무기는 스플리터다. 올시즌 전체 피칭의 22%는 스플리터로 변화구 중 비중이 가장 높다. 또한 득점권에서 구사율이 크게 늘어나는 구종이기도 하다. 그에게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인 셈이다. 그러나 스플리터의 특성상 존 점유율을 높이기는 어렵다.당장 위의 표를 봐도 스플리터의 존 점유율은 모두 30% 정도로 유사하다. 때문에 다른 구종으로 존을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위의 표에 있는 투수들은 모두 박세웅보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존 점유율이 높다. 특히 커브의 점유율이 모두 40%를 넘으며 박세웅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투수들 역시 커브가 주무기는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볼카운트싸움에 커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박세웅은 김원형 코치에게 커브를 배웠다. 시즌 초에는 커브를 완급조절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효율적인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탓인지 존의 점유율에서 다른 투수들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패스트볼과 스플리터로 피칭의 70%를 채우는 그의 투구 특성상 커브와 슬라이더에서 효과적으로 존을 점유하지 못하면 자연히 존 점유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가 더 나은 투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커브와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개선해 존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답은 경험뿐이다

박세웅은 이제 갓 풀타임 2년째를 뛰고 있는 어린 선수다. 아직 다수의 선배투수들에 비해 경험이나 완숙함은 부족한 면이 있다. 이 부분은 그가 앞으로 경험을 통해 메워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5%를 기록했던 Zone%가 이번 시즌 40%대로 낮아졌지만, 이 또한 그가 자신의 피칭에 맞는 길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 속 과도기로 보인다.

데이터는 그가 조금 더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역시 마운드 위에서 싸우며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그에게 어떻게 던지라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해왔듯 앞으로도 그는 묵묵히 성장하며 순리대로 길을 찾아갈 테니.

 

기록 출처: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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