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정대성] 지난 23일 롯데-KIA전에서 1사 주자 1루, 신종길의 타구가 병살타로 처리된다. 김기태 감독의 어필을 받아들인 구심은 선수의 팔에 맞은 자국을 보고 스윙에 의한 타구가 아닌 몸 맞는 공으로 번복한다. 이후 조원우 감독이 나와 비디오 판독을 신청을 해보지만 몸에 맞는 공 그대로 원심이 유지된다.
<사진=KBSN SPORTS방송화면 캡처>
방송의 영상에선 공이 몸에 맞긴 했지만 방망이가 반 이상 돈 것이 확인돼 오심이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판독 대상이 두 종류로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신청하는지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판독 대상 중에 ‘⑤몸 맞는 공인지의 여부’와 ‘⑥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몸 맞는 공 포함)의 여부’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전자를 신청했다면 투구가 신종길의 몸에 맞았는지 혹은 맞지 않았는지 여부만 판정 할 수 있었고, 후자는 헛스윙에 관한 여부를 볼 수 있었다. 이날 KBO에서 제공하는 문자중계에는 몸 맞는 공 여부에 대해 판정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때문에 비디오 화면에서 정확하게 스윙하는 장면이 포착됐더라도 번복이 불가능한 셈이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디오 판독의 규정 때문이다. 리그 규정 28조 10장에 있는 ‘감독의 신청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판정에 대해서는 판독 센터에서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정에 없는 예외가 있었다.
<사진=MBC SPORTS+ 방송화면 캡처>
2016년 8월 2일 잠실에서 열린 LG-두산전. 홈에서 LG 야수가 태그를 시도했지만 세이프, 양상문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통해 아웃/세이프 여부를 판독 요청했다. 판독 결과 히메네스의 태그가 더 빨랐지만 최종 판결은 원심인 세이프가 유지됐다. 이유는 ‘홈 플레이트 충돌 방지 규정’에 따라 포수가 주자를 살짝 부딪힌 게 방해가 됐다는 것.
2016시즌 KBO 리그 규정에는 ‘감독의 신청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판정에 대해서는 합의판정을 실시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라고 나와있는데, 심판진은 개막 이전 감독자 회의에서 심판위원장이 홈 플레이트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는 2가지 판정을 모두 할 수 있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규정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업데이트된 2017 리그 규정에서 예외적인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앞서의 경우에서처럼 심판진의 판단이 때에 따라 달리 내려지면 어디까지가 판독 대상인지, 대상이 불분명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지난 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넥센과 KIA의 경기를 보자. 3회말 주자 1,2루 상황, KIA 김민식의 번트 타구가 타자석 안에서 배트에 한번 더 맞았다고 판단한 구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장정석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확인 결과 배트에 2번 맞지 않아 판정이 번복됐다. 2루 주자는 아웃됐고 1루 주자는 2루로, 타자 주자는 1루에 배치됐다.
기아는 해당 상황이 비디오 판독 대상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곧이어 KBO측은 비디오판독 규정 3항 ⑥호를 꺼내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여부에서 배트가 두 번에 맞는 상황 또한 몸에 맞는 경우이니 가능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사진=2017 리그 규정 28조 비디오 판독>
그러나 문제는 ⑥호 자체에 있다.
‘타자의 파울/헛스윙’에서 슬래쉬(/)가 혼동을 주기 때문이다. 규정 내 다른 문항들 중 슬래쉬(/)가 붙어있는 항목에서는 전자와 후자의 상황으로 나뉠 때만 판독 대상이 가능하다는 것처럼 기술돼있다. 즉 ②호와 ③호처럼 ⑥호도 해당 상황이 파울이냐 헛스윙이냐를 판단하는 경우에 대한 것이지, ‘파울’과 ‘헛스윙’ 등 개별사안으로 판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외 나머지 항목들에서도 볼 수 있듯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은 따로 구분이 되어 있다. 신체의 닿는 타구가 파울이냐 아니냐(페어 혹은 방해), 배트에 스쳤냐 아니냐(볼, 스트라이크, 인플레이 여부)도 가능하게 하려면 ‘⑥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파울, ⑦타자의 배트에 닿음’으로 나눴어야 했다.
정리해보면 ⑥항을 통해 본 문제점은 아래 중에 하나다.
- 슬래쉬(/) 앞뒤의 개별적인 사항은 애초에 판독 대상이 아니다.
- 본래 의도를 잘못 기술한 단순 오류이다.
- 1과 2를 포괄한 종합적 오류다.
<2017시즌 타격 한 뒤 다시 몸(배트 포함)에 닿은 건 6건과 배트의 스침 여부 1건이 있다. 모두 ⑥호 타자의 파울/헛스윙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어쩌면 모두 판독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사진=MBC SPORTS+ 방송화면 캡처>
올 시즌 6월 6일 롯데-NC전 1회초 정훈 타석. 배터스 박스 안에서 타구가 방망이에 다시 닿았으나 주심은 페어를 선언한다. 이후 4심 합의에 의해 정심인 파울로 번복된다. 만약 판독 대상이 아니라면 이처럼 어필플레이로 이뤄져야 한다.
비디오 판독은 정정당당히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에 오심이 찬물을 끼얹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경기 시간이 늘어난다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긴 하다. 하지만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제는 비디오 판독이 프로야구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레 자리잡은 모습이다. 외려 야구 외 축구나 기타 다른 프로스포츠에도 도입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앞서 짚은 바와 같이 비디오 판독 규정 자체가 아직 손댈 곳이 많다는 점이다. 비디오를 돌려봐서라도 판정을 정확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기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이 규정 자체를 ‘비디오 판독’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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