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마무리 김윤동, 타이거즈의 수호신을 향하여

[야구공작소 이승찬] 투수의 보직이 세분화된 2000년대 이후, 강력한 마무리 투수는 강팀의 필수 요소다. 현대 왕조의 ‘조라이더’ 조용준, SK왕조의 ‘여왕벌’ 정대현, 삼성 왕조 시절 언제나 삼성의 마지막 투수였던 ‘끝판대장’ 오승환까지. 이를 지켜보는 타 팀들의 마무리에 대한 갈증은 깊어져 갔다. 마무리투수의 가치는 점점 올라갔고, 손승락, 정우람 등 전문 마무리투수들이 선발투수 이상의 FA대박을 터트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문’ 마무리 투수를 갖고자 노력했지만 유독 마무리와는 인연이 없었던 구단이 있다. 바로 기아 타이거즈다.

 

기나긴 마무리 잔혹사, 새로운 도전자를 맞이하다

<기아 타이거즈 역대 20세이브 이상 기록 투수들>

1999년 해태 타이거즈가 경영난으로 임창용을 트레이드한 이후, 타이거즈의 마무리 찾기는 오랜 시간 계속됐다. 오봉옥, 이대진 같은 기존 선수들을 기용해보기도 했고, 당시 최고의 마무리였던 진필중을 영입하기도 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 2007년 2년차 신인 한기주가 오랜 마무리 갈증을 풀어주는듯 했지만 2년뿐이였고, 2009시즌 우승을 견인한 유동훈 또한 한 시즌 활약에 그쳤다. 2000년대 타이거즈의 끝에 마무리투수는 없었다.

2010년대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깨 부상을 당한 한기주는 긴 기다림에도 돌아오지 못했고,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외국인 마무리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아쉬운 결과만 남았다. 결국 매 시즌 후반기엔 선발투수인 윤석민이 마무리로 등판했고, 불혹의 나이로 고향팀에 돌아온 임창용이 다시 마무리 자리를 맡기도 했다.

해태의 임창용이 기아의 임창용으로 다시 돌아온 17시즌 동안, 타이거즈에서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5명뿐이었다. 그리고 임창용의 부진으로 다시 마무리 자리가 공석이 된 2017시즌, 만 24세의 젊은 투수 김윤동이 새로운 도전자로 마운드에 서게 된다.

 

뜻밖의 마무리 발탁, 김윤동의 성장기

2017시즌 시작 전, 김윤동은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팀의 마무리는 지난 시즌에 이어 임창용이 맡을 예정이었고, 임창용이 무너질 경우 시범경기를 통해 기대감을 높인 한승혁이 그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윤동은 5선발, 혹은 롱릴리프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 시작과 함께 기아 투수진의 상황이 급변했다. 마무리를 맡은 임창용은 시즌 첫 등판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무너졌고, 새로운 마무리 후보로 거론된 한승혁은 고질적인 제구 불안 때문에 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다른 구원투수들 또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었고, 김윤동은 한 차례의 선발등판을 뒤로 하고 기아 타이거즈의 마무리를 맡게 됐다.

<2017시즌 김윤동 +세이브 TOP 4의 성적>

4월 13일 두산전 첫 세이브를 시작으로, 8월 21일 현재까지 김윤동은 49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10세이브 4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 개수에서 다른 마무리투수들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줌에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WAR 2.11을 기록, 리그 구원 투수 중 WAR수치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손승락, 김진성, 임창민 순) 시즌의 절반 이상을 마무리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내고 있는 김윤동, 과연 그는 타이거즈의 오랜 마무리 갈증을 풀어줄 적임자일까?

 

선발 체질? 마무리 체질!

2013년 외야수로 입단 이후 투수로 전향한 김윤동은 투수 전향 이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윤석민의 뒤를 이을 정통파 우완 선발자원으로 주목받았다. 입단 첫해인 2013년과 상무에서 보낸 2014, 2015시즌, 김윤동은 퓨처스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등판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1군에 합류한 2016시즌, 김윤동은 선발과 구원 기회를 골고루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7시즌에도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한 차례 등판 이후 구원투수로만 등판하고 있다. 그가 보여준 모습이 구원투수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2017시즌 김윤동 구종별 피안타율, 구사율>

김윤동이 구원투수에 더 적합한 첫번째 이유는 단조로운 구종이다. 김윤동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이다. 선발투수와 구원투수로 모두 기회를 얻은 2016시즌, 김윤동의 전체 투구 중 90.9%는 직구와 슬라이더로만 이루어졌다. 올시즌엔 세번째 구종의 필요성을 절감해 스플리터의 구사율을 8.4%까지 끌어 올렸지만, 아직까지는 본인이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2스트라이크 이후 구종 구사율에서 알 수 있다. 세번째 구종인 스플리터가 낮은 피안타율을 보임에도, 승부구로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선호하며 투 피치에 익숙함을 보여준다. KBO리그의 선발투수 다수가 세가지 이상의 구종을 익숙하게 구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투 피치에 익숙한 김윤동에겐 구원투수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2016시즌 김윤동 이닝별 피안타율, 피출루율, 피장타율>

두번째 이유는 짧은 이닝을 던질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윤동은 지난 시즌 5번의 선발 등판 기회에서 1회에는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평균 소화 이닝은 4.1이닝으로 길지 못했다. 1회를 깔끔하게 넘긴 투수들이 호투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이와 관련, 이대진 투수코치는 “이닝을 계속 소화하면 직구가 뜨는 약점이 있다.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밝힌 바 있다.

위의 두가지 이유로 김윤동은 2017시즌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서게 됐다. 올시즌 김윤동이 가장 많은 타자들을 상대한 9회의 성적은 피안타율 0.192, 피OPS 0.545로 매우 인상적이다. 선발투수로는 아쉬웠던 김윤동이지만, 마무리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초보 마무리’, 김윤동의 성장통

물론 마무리로서 성장통을 겪는 모습도 보인다. 2017시즌 현재까지 그의 세이브 성공률은 66.7%로, 성공률 80%를 상회하는 타 팀 마무리들에 비해 다소 불안하다. 블론세이브도 5개를 기록하며 손승락과 함께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완전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원인으로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2017시즌 김윤동+세이브 TOP4 K/9, K/BB, 피안타율, 피OPS>

첫번째는 제구력 불안이다. 타 마무리들에 비해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김윤동은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김윤동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5.57개로 비교대상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리그 평균인 3.23개보다도 높은 수치로,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출루를 억제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에게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2017시즌 등판 간격일에 따른 김윤동 성적변화>

두번째는 등판 간격에 따른 성적의 변화다. 풀타임 마무리로서 첫 시즌을 경험하고 있는 김윤동은 아이러니하게도 휴식 기간이 길수록 성적이 좋지 못했다. 올시즌 5번의 블론세이브 중 4번을 3일 이상 쉬고 나왔을 때 기록했다. 즉, 휴식일이 길수록 투구 밸런스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위 문제점들은 정상급 마무리가 되기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들이지만, 김윤동의 나이와 경험치 등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2017시즌 이후 김윤동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전직 구원왕들, 미래의 마무리를 지켜라 

2017시즌 현재까지 김윤동은 49경기 출장, 63이닝을 소화했다. 이는 선발 등판 3회 미만의 선수 중 5번째로 많은 이닝으로, 144경기로 환산 시 약 82.1이닝을 소화하게 된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시 되는 현재, 단기전의 특성과 허약한 기아의 구원투수진을 고려하면 올 한해 90이닝에 가까운 이닝을 소화할 것이 예상된다. 사실상 풀타임 첫해인 김윤동에겐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때문에 전반기 홀로 고군분투한 김윤동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전직 세이브 타이틀 홀더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윤동이 전반기 마무리 투수 중 두번째로 많은 15번의 멀티 이닝을 소화해야 했던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2015시즌 구원왕 임창용, 2016시즌 구원왕 김세현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팀이 남은 시즌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하며 김윤동의 부담이 조금은 줄어든 지금, 팀의 마무리 선배들이 팀의 승리만이 아니라, 팀의 미래 또한 지켜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타이거즈의 마무리 잔혹사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나긴 마무리 찾기의 끝을 알릴 수 있는 선수가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윤동은 인터뷰를 통해 2017시즌 한국시리즈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고 싶음을 밝혔다. 우승 도전을 넘어서 장기적인 수호신이 필요한 기아 타이거즈에게, 만 24세의 젊은 투수 김윤동은 그의 가능성을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

기록 출처: 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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