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SG 랜더스 드류 버하겐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드류 버하겐 (Drew Edward VerHagen)

1990년 10월 22일생 (만 35세)

우투우타 / 198cm, 104kg

2025시즌 닛폰햄 파이터스(NPB) 6경기(6선발) 3승 3패 26.2이닝 22K 6BB ERA 6.08

계약 총액 90만 달러 (연봉 75만 달러, 계약금 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12월 6일 SSG 랜더스가 새 외국인 투수로 드류 버하겐을 영입했다. 지난 2년 동안 KBO 최고 수준의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며 에이스로 군림했던 드류 앤더슨이 떠나간 선발진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올해 앤더슨의 활약은 매우 빼어났다. MVP 코디 폰세에게 밀려 주요 타이틀을 얻지는 못했지만 171.2이닝 245삼진 ERA 2.25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앤더슨의 강력한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의 위력을 알아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그와 계약을 맺으며 SSG는 대안을 찾아야 했다. 구단은 앤더슨의 성공 사례를 이어가고자 그와 같이 이전에 NPB 경험이 있는 장신의 우완투수 버하겐을 영입했다.

 

배경

버하겐은 2010년 오클라호마 대학에 입학한 뒤 이듬해 나바로 칼리지로 편입했다. 그곳에서 NJCAA1 우승을 차지했지만, 더 높은 수준의 야구를 경험하고 싶었고 밴더빌트 대학으로 다시 편입했다. 그리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7경기에 등판해 69.1이닝 동안 37삼진을 잡고 ERA 3.50을 기록했다.

대학 시절 버하겐은 가라앉는 움직임을 동반한 최고 95마일의 패스트볼로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것이 강점인 투수였다. 투수로서 이상에 가까운 체격(198cm 104kg)과 변화구의 발전 가능성을 호평받은 그는 2012년 MLB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디트로이트에 지명되어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해 버하겐은 루키 리그부터 A+ 레벨까지 빠르게 승격했다. A+와 AA 레벨에서 뛰었던 2013년에는 24경기에 등판해 127.1이닝을 던지며 70탈삼진 ERA 2.90을 기록했다. 커브의 성능이 좋아져 선발투수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4년 파이프라인 기준 팀 최고 유망주 13위에 올랐다. 버하겐이 빅리그 데뷔를 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 구단은 2014년에 그를 데뷔시켰다.

그러나 팀과 선수의 기대와 달리 버하겐의 커리어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이 커브뿐이었기에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버티는 데 한계를 보였다. 결국 2015년부터 불펜으로 전환돼 주로 롱릴리프로 활동했지만 저조한 탈삼진 능력과 많은 피홈런으로 인해 2018년 DFA됐다. 팀에 남아 빅리그 승격을 위해 도전을 이어갔으나 2019년 다시 DFA되어 일본행을 택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닛폰햄 파이터스와 계약한 그는 2년 동안 207.2이닝 215삼진 ERA 3.51을 기록했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202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해 MLB 복귀를 이뤘으나 과거처럼 피홈런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그리고 2024년 다시 닛폰햄에 복귀했다. 안타깝게도 30대 중반에 접어든 버하겐의 구위는 예전 같지 않았다. 올해는 일본에서도 입지를 잃었고 마지막 도전이 될지 모를 무대로 한국을 선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 표1 = 2025시즌 버하겐의 구종 구사 비율 및 구종별 성적 ]

버하겐은 세 종류의 패스트볼(포심, 투심, 커터)과 세 가지의 변화구를 구사한다. 땅볼 유도를 주로 노리는 투수답게 투심의 비율을 높게 가져가며 타이밍을 빼앗는 피칭을 위해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버하겐의 구종 중 핵심은 스위퍼다. MLB에서 늘 피홈런으로 고심했던 그는 2023년부터 우타자 상대로 스위퍼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스위퍼는 NPB 타자들을 상대로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구사 비율이 38.2%에 달했음에도 올해 15.7%의 높은 SwStr%(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률)를 기록했다. 올해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이토 히로미의 스위퍼 SwStr%가 14.1%임을 고려하면 매우 좋은 기록이다. 큰 낙폭과 좋은 수평적 움직임을 겸비한 이 구종은 KBO리그의 타자들을 상대로 결정구로서 손색이 없다.

버하겐이 두 번째로 많이 구사하는 구종인 투심은 포심과 함께 리그 평균을 웃도는 빠른 구속을 보인다. 평균 구속 148.1km로 올 시즌 투심을 구사한 NPB 투수 144명 중 26번째로 빨랐다.

그러나 일본의 우타자들은 투심-스위퍼 위주의 단조로운 레퍼토리와 코스 선택에 당해주지 않았다. 그의 투심은 빅리그 시절 비슷한 투구폼을 가진 투수들에 비해 종적 움직임은 1.3인치, 횡적 움직임은 2.4인치나 덜했다. 무브먼트가 적은 투심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집중된 탓에 투구 패턴을 읽히며 쉽게 맞아나갔다. 더구나 닛폰햄의 주전 1·3루수는 운동능력과 수비범위가 떨어지는 이들이었다. 땅볼 유도형 투수임에도 투심의 피안타율이 좋지 않은 것은 이렇듯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 표2 = 버하겐의 2025시즌 좌우 타자 상대 시 구종 구사 비율 차이 ]

반면 좌타자를 상대로 주로 구사한 체인지업으로는 양호한 결과를 만들었다. 좌타자 상대 피장타를 경계한 그는 우타자를 상대할 때보다 더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했다. 바깥쪽 높은 코스에 패스트볼을, 몸쪽 낮은 코스에 스위퍼를, 바깥쪽 낮은 코스에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했다. 구종별 투구 비율을 균등하게 가져가고 높낮이를 확실히 구분한 피칭을 한 덕에 좌타자를 상대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 표3 = 버하겐의 2025시즌 좌우 타자 상대 스플릿 ]

버하겐의 커터는 우타자 상대 부진을 해소할 키가 될 구종이다. 평균 구속 140km/h 초반대로 140km/h 후반인 패스트볼·싱커와 130km 초반인 스위퍼 사이에 절묘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타자 상대로 몸쪽 패스트볼 승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은 커터로 공략하면 시각적 효과와 타이밍 싸움 양쪽에서 이득을 보며 성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버하겐은 커터를 주로 카운트를 잡는 공으로 쓰임새를 제한했다. 그런데 커터를 결정구로 삼았던 10번의 승부에서 플라이 아웃은 단 1번, 땅볼 아웃은 무려 6번을 기록했다. 오랜 고민이었던 피홈런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커터에서 찾을 수도 있다. 올해 그의 커터 헛스윙률은 10%였다. 커터가 일관성 있게 낮은 코스로 구사된다면, 헛스윙 유도 능력이 떨어져 피홈런에 취약한 포심과 투심을 보호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그림 = 버하겐의 2025시즌 좌우 타자 상대 히트맵 ]

버하겐은 내년 10월에 만 36세가 되는 베테랑이다. 2016년 흉곽출구증후군 수술과 2022년 엉덩이 수술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 뒤로 크게 건강 문제없이 시즌을 치러 왔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구속이 감소하지 않고 평균 150km/h에 가까운 포심을 던지고 있는 점도 건강함을 증명해 준다.

 

전망

로테이션 전임자인 앤더슨과 달리 버하겐은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의 투수다. 위기 상황에서 탈삼진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하지 않는 능력과 홈런을 억제하는 능력 모두 앤더슨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질 것이다. 더구나 그는 앤더슨보다 4살이 많다. 현재진행형인 노화까지 감안하면 그가 리그를 압도하는 슈퍼 에이스로 군림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대적 열위를 감안하더라도 버하겐은 매력이 있는 선수다. 그는 2025시즌 평균 149.6km/h의 포심을 구사했다. 이는 올해 1구라도 던진 NPB 투수 361명 중 95위(상위 26%)에 해당한다. NPB 평균을 웃도는 스피드는 KBO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NPB 타자들도 꼼짝없이 당한 그의 변화무쌍한 스위퍼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구종이다. SSG 구단 측에서도 그에 대해 큰 키를 살린 빠른 공과 안정적인 변화구 구사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닛폰햄의 홈구장인 에스콘 필드는 홈에서 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110m에 불과하다. 좌중간 펜스까지 거리는 114m로 조금 더 멀지만 좌측 폴대까지 거리가 97m에 불과하다. 이곳을 경험한 그는 홈런이 잘 나오는 랜더스 필드의 환경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올해의 부진을 양식으로 삼아 레퍼토리 등의 세부 조정을 통해 인천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SSG 랜더스는 2025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드류 앤더슨과 미치 화이트라는 든든한 외국인 1~2선발의 활약이 있었기에 팀이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새해를 앞두고 팀은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NPB 출신 타케다 쇼타를 영입한 데 이어, 일본 경험이 있는 버하겐과 계약해 선발진 재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 외국인 멤버가 전임자의 빈자리를 잘 채워준다면 SSG는 다시 한번 가을야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원포인트제로투, SPAIA, 조선일보, MLB.com, SSG 랜더스 구단 홈페이지

야구공작소 강상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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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ational Junior College Athletes Association(전미 전문 대학 체육협회)의 줄임말. 전미 커뮤니티 칼리지, 주립 칼리지 등이 모여 야구, 농구, 축구 등의 스포츠 리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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