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빈타, kt의 저득점 행진

[야구공작소 김경현] 찌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장마가 찾아왔다. 올해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날이 가물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은 만큼 여느 때보다 장맛비가 절실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장마 또한 필요한 곳에 적당량만 내리는 법이 없다. 아직도 해갈을 기다리는 지역이 있는 반면 물 폭탄이 떨어져 수해를 겪는 곳 또한 존재한다.

2017년 KBO리그에서도 점수가 폭우처럼 내리고 있다. 시즌 초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투고타저 양상을 보이던 때는 언제고 어느새 국지성 호우같이 득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와 중에 유독 득점에 목마른 팀이 하나 있다. 바로 kt wiz다.

창단 3년차를 맞는 kt는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손에 꼽을 수 있는 타고투저가 진행 중인 리그에서, kt 역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저조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 2017 KBO리그의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지금까지 있었던 36번의 시즌 중 3번째로 높다. 홈런 비율 또한 6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그에 비해 17 kt의 조정 득점 창조력은 75.2로 KBO리그에 존재했던 역대 283개의 팀 중 2번째로 낮다. 역대 1위는 조정 득점 창조력 71.9의 99 쌍방울로, 당시 쌍방울은 해체 전 마지막 시즌이었으며 또한 역대 최다패를 당한 팀이다. 타고투저 리그에서 홀로 역행하고 있는 kt,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빠른공에 휘둘리는 kt

흔히 빠른공이라고 말하는 포심 패스트볼은 피칭의 시작이며 마지막이다. 반대로 말하면 빠른공 타격은 투수를 무너뜨리기 위한 기초이다. kt 타자들은 기초가 되어야 할 빠른공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17 kt의 포심 패스트볼 구종 가치는 -39.1이다. 이는 스탯티즈에 구종가치 결과가 수집된 14년부터 지금까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다. 첫 번째는 -39.7의 16 kt. 구종 가치는 해당 구종이 만들어낸 볼카운트, 인플레이 타구, 볼넷, 삼진의 득점가치를 누적시킨 결과이다. kt 타자들은 빠른공을 상대로 -39.1의 득점을 잃어버린 꼴이다.

유독 kt가 더 빠른 패스트볼을 만났던 것일까? 17 kt가 상대한 평균 빠른공 구속은 141.1km/h로 10개 팀 중 가장 느렸다. 평균 구속 145km/h 이상 기록하는 강속구 투수들을 많이 만났을까?(25이닝 이상 투구 기준) 이들이 kt를 상대로 던진 이닝은 80이닝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던진 빠른공은 655구이며 이는 kt가 상대한 전체 투구의 5.2%에 불과하다.

16-17시즌 2년에 걸쳐 빠른공 구종가치에서 음수(-)를 기록한 팀은 kt가 유일하다. 17년 투수들은 46.6%의 비율로 빠른공을 뿌렸다. kt를 상대해서는 48.4%의 빠른공 비율을 보였다. 모든 빠른공은 변화구를 위한 것이고, 변화구 또한 빠른공을 돋보이게 하려고 던진다. 빠른공 공략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kt 타선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테이블세터

득점을 올리기 위해선 출루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출루를 전담하는 1, 2번 타자를 우리는 테이블세터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kt 테이블세터의 성적은 어땠을까.

2017년 팀별 테이블세터 성적

kt 테이블세터는 리그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8위, 출루율 10위, 장타율 9위, OPS 10위로 전 부문 최하위권을 달린다. 도루 18개를 기록한 이대형 덕분에 도루만 2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오정복의 활약으로 통합 꼴찌라는 불명예는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테이블세터 출장 시 .394/.418/.500). 그러나 그가 부상으로 빠진 6월 19일부터 kt의 테이블세터진은 .271/.311/.329의 성적표를 남겼다. 타고투저가 진행 중이지만 kt 테이블세터 OPS는 .600이 겨우 넘는다. 이는 해당 기간 KIA(.641)와 한화(.617)의 테이블세터가 기록한 장타율과 비슷한 수치다. 팬들은 풍족한 밥상을 꿈꾸지만 kt의 상차림은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팀에 마찬가지이지만 kt에게 테이블세터는 더욱 중요하다. 선수층의 질과 양이 모두 부족한 kt의 특성 상 하위 타선에서 득점을 기대하긴 힘들다. 15년부터 지금까지 kt는 상위 타선에 강타자를 모조리 배치하고 득점을 쥐어짜냈다. 이것이 지뢰밭 타선을 형성할 수 없는 kt 타격 전략의 기본 골자였다. kt 타자들은 한 번의 기회라도 더 만들고 그 소중한 기회를 살려야 하지만, 현재 테이블세터들의 출루 자체가 어려우니 득점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베테랑 듀오의 부진

박경수, 유한준, 이진영의 성적 변화

16년 kt의 타선의 중심축은 박경수, 유한준, 이진영이었다. 이 3인방은 중심타선으로 주로 출장하며 총 44홈런, 216타점을 합작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은 올해 본인의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박경수만이 리그 평균에 가까운 성적을 올리고 있을 뿐 나머지 두 베테랑은 영 힘을 쓰지 못한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컨택트 히터 둘이 3할 과잉의 시대에 2할대에 머무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단순히 타율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작년과 비교해서 이들의 순장타율(ISO)은 뚝 떨어졌다(유한준 20.4%p, 이진영 27%p 감소). 가뜩이나 장타력이 부족한 팀에서 셋밖에 없던 토종 중장거리 타자 중 둘이 똑딱이가 되어버렸다.

유한준, 이진영 세부 스탯 변화

문제는 장타력의 감소만이 아니다. 유한준과 이진영은 16년 볼넷 대비 삼진 비율 1.18과 1.02라는, 훌륭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는 리그에서 각각 3위와 8위(이진영 규정타석 미달 장외 순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올해 이들의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은 유한준 0.67, 이진영 0.55에 불과하다. 스트라이크 존 확장의 영향으로 비율이 나빠졌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리그 평균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은 16년에 비해 14.5%p 감소했지만, 이들은 각각 43.2%p와 46.1%p가 감소했다.

특히 유한준은 삼진 비율이 크게 증가(3.6%p)했고, 이진영은 볼넷 비율에서 큰 폭의 감소세(4.9%p)를 보였다. 두 선수 모두 컨택트 비율은 작년과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2스트라이크 상태에서 대처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유한준은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 비율이 6.1%p 감소했으며 이진영은 2스트라이크 이후 선구 비율이 9.1%p 나빠졌다. 이들은 확고한 자신만의 존이 있고, 그 존에 공이 오면 볼카운트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타격한다. 그런데 삼진 증가, 볼넷 비율 하락과 동시에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 실력의 변화가 생기지 않았나 의문이 든다. 둘의 나이는 만 36세, 37세로 언제 노쇠화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

 

득점을 위한 kt의 노력

윤석민은 kt의 득점 가뭄을 해결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kt wiz)

kt는 모넬을 방출하고 대체 용병으로 멜 로하스 주니어를 영입했다. 로하스는 모넬과 다르게 코치의 타격폼 수정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 변화는 즉각 성적으로 나타났다(이전 13경기 0홈런 .229/.309/.292, 이후 13경기 4홈런 .328/.350/.586).

계속 빈타에 시달리던 kt는 정대현과 서의태를 주고 넥센에서 윤석민을 데려왔다. 당장 투수력보다는 타력 확충을 시급하게 여긴 것. 윤석민이 수원 위즈파크에서 강했던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윤석민 수원 성적 .556/.579/.944). 그는 kt에 오자마자 4할 이상의 타율과 더불어 7경기에서 11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kt에는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인 피어밴드와 드디어 꽃피기 시작하는 고영표가 선발로 버티고 있다. 불펜 또한 김재윤을 중심으로 심재민과 엄상백, 이상화가 수준급 필승조를 구축하고 있다. 타선의 뒷받침만 있다면 분명 반등할 수 있다. 로하스와 윤석민의 합류로 타선의 양적,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 잔을 넘치게 하는 건 언제나 마지막 한 방울이다. 이들이 kt 타선의 마지막 물방울이길, 넘친 물길로 득점 가뭄이 해갈되길 기원한다.

기록 출처 :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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