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KBO 스트라이크존 중간점검

[야구공작소 박기태] KBO 심판위원회는 2017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천명했다. 2014시즌부터 시작된 타고투저 현상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잠시 동안 타고투저 현상은 해소되는듯했다.

그러나 6월부터 다시 타고의 바람이 돌아왔다. 5월까지 경기당 득점은 4.89점이었지만, 6월부터 7월 20일까지 5.97점으로 1점 이상 치솟았다. 5.97점은 종전 3년의 평균 경기당 득점을 모두 웃도는 기록이다(2014년 5.61점, 2015년 5.28점, 2016년 5.61점).  이러자 팬들과 미디어는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가 원래대로 회귀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는 투구 추적 시스템을 구심의 고과 산정에 활용하고 있다. Pitch f/x가 공식 투구 추적 시스템으로 도입된 2006년 이후,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은 규정과 상당히 비슷해졌다. 그러나 KBO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 존 데이터를 집약해 분석한 자료가 공개되는 일이 드물었다.

여기서는 포털 사이트의 문자 중계에서 제공되는 자료를 활용, 스트라이크 존의 모양과 그 변화를 추적해본다. 7월 20일까지 KBO리그에서 나온 공 중 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내린 60,000여 구를 대상으로 한다.

포수들이 4달 가까이 봐온 올해의 스트라이크 존은 어떤 모양이었을까(사진=롯데 자이언츠)

 

2017년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의 모양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선은 규정상 좌우로는 홈플레이트의 양 끝을, 상하로는 유니폼 바지 벨트 선과 어깨의 중간 지점부터 타자의 무릎 아랫부분으로 되어 있다. 규정상 좌우를 제외하면 상하 경계선은 타자 별로 다르도록 되어 있으며, 타격 자세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최근 좌우 폭은 홈플레이트 폭을 거의 준수하고 있다. 상하 높이는 타자 전체 평균 기준으로 미달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존 아래쪽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 빈도가 늘어나며 위아래로도 꽉 찬 존에 가까워졌다.

2009년과 2012년 메이저리그 좌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을 비교한 그림. 아래쪽으로 존 경계선이 조금 늘어났다. (사진=Baseball Prospectus)

이와 달리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좌우로 넓고, 상하로 좁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시되어왔다. 과연 정말로 그랬을까. 올해 스트라이크 존을 보면 그런 풍문이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2017년 스트라이크존 히트맵(포수 시점). 붉은색일 수록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이 높고, 파란색일 수록 낮다. 가로세로 축의 단위는 피트.

보통 생각하는 대로의 스트라이크 존이지만, 상하좌우를 가로지르는 검은색 경계선 근처를 보면 좌우로 벗어나는 영역이 더 많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상하좌우로 그은 경계선은 좌우 -1~+1피트의 2피트(24인치), 상하 +1.5~+3.5의 2피트(24인치) 구역을 표시한 것이다. 좌우 경계 폭 2피트는 홈플레이트의 좌우 폭인 17인치에 야구공 하나의 지름(약 2.86~2.94인치)을 더한 23인치에 근접한 것이다. 상하 경계선은 선수들의 스트라이크존 상하 경계 평균(아래쪽 경계선 약 1.6피트, 위쪽 경계선 약 3.6피트)과 가까운 곳을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 나오는 경계선은 모두 이 기준을 사용한다.

좌우 경계선은 홈플레이트 양 끝에서 공 하나만큼 더 먼 곳이다. 규정에 의한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심판들의 말대로 홈플레이트에 걸쳐서 들어가는 공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좌타자, 우타자에 따른 차이는 어땠을까. 타석별로 나눠 봐도 모두 좌우로 길쭉한 모양에 가깝다는 게 드러났다.

 

넓다,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

모양은 알아냈다. 그렇다면 넓이는 어땠을까. 스트라이크 존의 ‘넓이’를 측정하기 위해선 어디까지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포함해야 할지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을 연구한 존 로겔(Jon Roegele)의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로겔은 공이 들어온 위치를 상하좌우로 1인치 간격을 갖는 정사각형 구역으로 나눈 다음, 해당 구역 안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이 50% 이상일 때 그 구역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앞서 맨 처음 사용한 2009년과 2012년의 스트라이크 존 넓이 비교도 이런 식으로 계산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로겔의 방식대로 계산했을 때, 최근 4년간 스트라이크 존의 넓이가 470제곱 인치(square inch)를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O리그의 경우는  어땠을까. 올해 존 넓이는 메이저리그의 그것을 훨씬 웃돌았다.

상하좌우 2피트 간격의 사각형을 모두 채웠을 때 스트라이크 존의 넓이는 576제곱 인치가 된다. 올해 스트라이크 존 넓이는 그보다도 넓은 586제곱 인치로 나타났다. 확실히 국내 스트라이크 존이 미국보다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좌우 타석의 차이

좌타자와 우타자로 나눠서 봤을 때는 차이가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좌타자의 존이 더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KBO리그의 경우, 우타자의 존이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좌타자, 우타자를 막론하고 공통점은 바깥쪽 존이 더 넓다는 것이었다. 좌우 경계선에서 안팎으로 3인치에 해당하는 구역에만 한정했을 때, 몸쪽보다는 바깥쪽의 존이 더 넓었다.

 

2016년 vs 2017년, 정말 넓어졌을까

이제 문제의 핵심으로 접근해보자. 올해 스트라이크 존은 정말 작년보다 넓어졌을까?

데이터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 2016년 투구 자료는 6월 중순 이후부터 제공되었다.

올해 스트라이크 존은 지난해보다 100제곱 인치 정도 더 넓어졌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스트라이크 존이 커졌는데, 그 폭은 넓이로 약 40제곱 인치 수준이었다. 100 제곱 인치가 얼마나 큰 차이인지 실감이 갈 것이다. 단순히 그림만 봐도 지난해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편입된 영역이 훨씬 많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 점은 좌우 경계도 넓어졌지만, 상하 경계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스트라이크 존이 옆으로만 넓어지고 위아래 폭은 그대로인 것 같다는 의견들이 나올 때가 많았는데(필자 역시 그랬다), 이는 데이터로 봤을 때 사실과 다른 이야기였다.

좌타자와 우타자로 나눠서 봐도 스트라이크 존 확대 추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우타자의 경우 몸쪽 코스가 조금 좁아지는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위아래와 바깥쪽으로 존이 넓어지면서 전체 추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6월의 타고 귀환, 좁아진 존 때문일까?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는 데이터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어째서 6월부터 급격한 타고투저 귀환이 일어났는가’라는 것이다. 혹시 6월부터 스트라이크 존이 다시 좁아진 건 아닐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스트라이크 존을 5월까지와 6월부터 두 가지 구간으로 나눠서 살펴봤다.

5월까지는 598제곱 인치였던 스트라이크 존의 넓이가 6월부터는 590제곱 인치로 줄어들었다. 8 제곱 인치면 작지 않은, 그렇다고 크다고 할 수도 없는 변화다. 과연 이 정도의 변화가 평균 1점 이상의 경기당 득점 차이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이 40제곱 인치 늘어나는 동안(2009년~2014년) 경기당 득점이 4.61점에서 4.07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KBO리그에서 5월까지와 이후의 경기당 득점은 4.89점에서 5.97점으로 변화했다. 넓이 변화량은 1/5 수준인 데 비해 득점 증가량은 2배 가까이 된다. 적은 표본 숫자로 인한 왜곡의 가능성이 있지만, 스트라이크 존 변화만 두고 득점 폭발 현상을 설명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따로 있다. 두 구간의 스트라이크 존 넓이가 모두 시즌 평균인 586제곱 인치보다 넓다는 것이다. 이는 5월 31일을 기점으로 했을 때, 스트라이크 존이었다가 아니게 된 구역,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이 아니었다가 편입된 구역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선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보이듯이 스트라이크 존은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다. 급격히 넓어진 존에 심판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고, 시즌이 지나면서 판정의 기준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메이저리그와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의 시즌 중 변동이 심각한 것인지, 비슷한 수준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계선이 출렁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스트라이크 존이 2016년보다 넓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두 기간에 동일하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판정된 영역의 전체 넓이는 555 제곱 인치에 달했다. 이 정도도 2016년의 489제곱 인치에 비하면 훨씬 넓은 수준이다. 6월부터 스트라이크 존이 원래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주장은 틀린 것으로 봐야 한다.

좌타자와 우타자로 나눠 봤을 때도 스트라이크 존의 변동은 그대로였다. 타석 방향을 막론하고 앞의 두 달, 뒤의 두 달 동안 판정의 일관성은 유지되지 못했다.

좌우로 타석을 나눴을 때도 마찬가지로 시즌 평균 존 넓이가 5월까지와 5월 이후의 넓이보다 작았다. 좌타자와 우타자를 막론하고, 몸쪽 바깥쪽 가릴 것 없이 존의 변동이 있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좌타자의 경우 몸쪽 존이 조금 더 줄어들긴 했지만, 볼 영역과 스트라이크 영역이 섞여 있는 탓에 확실하게 존 경계선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스트라이크 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여기까지 분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좌우로 넓은 모양이다.
  2. 메이저리그보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이 넓다.
  3. 좌타자보다 우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이 좀 더 넓다.
  4. 올해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지난해보다 넓어졌다.
  5. 5월까지, 그리고 6월부터의 스트라이크 존 차이는 크지 않다.

처음 관심사로 제기한 것은 ‘6월부터 일어난 타고투저 현상이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 있는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당 득점과 스트라이크 존 넓이 간의 상관관계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메이저리그의 사례로 봤을 때, 그리고 경기당 득점의 변화 수준을 봤을 때,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는 결코 득점력 변화를 100%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는 타고투저 현상을 바로잡을 해결사처럼 여겨졌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대와 다른 현실을 보고 있다. 결국, 타고투저 현상에 대한 의문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 참조

[신동윤의 스탯토리] ‘타고’가 돌아오고 있다
“The Living Strike Zone”, Jon Roegele, Baseball Prospectus, 2013.07.24
“The Strike Zone During the PITCHf/x Era”, Jon Roegele, The Hardball Times, 2014.01.30
“The Expanded Strike Zone: It’s Baaaack…”, Jon Roegele, The Hardball Times, 2015.05.29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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