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이전 시리즈에서는 한국 독립야구의 현주소와 일본 독립야구가 실현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살펴봤다. 일본 독립야구는 단순히 선수들이 자신의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무대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일본 독립리그는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환경보호와 교육 지원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스포츠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칼럼에서는 독립구단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이하 인디고삭스)의 사례를 통해 독립 구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선수들
인디고삭스는 일본 독립야구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plus에 속해 있다. 이 팀은 12년 연속으로 NPB(일본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명문 독립 구단이다. 올해도 NPB 드래프트에서 육성선수를 포함해 총 4명의 선수가 지명을 받았다.
인디고삭스는 연간 150~200회의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며 지역 주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활동은 야구 교실을 통해 지역 어린이들을 지도하거나, 지역 축제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팀은 지역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고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인디고삭스의 연고지 도쿠시마는 세토내해와 태평양에 접한 지역으로 해양 쓰레기가 집중되는 곳이다. 특히 세토내해는 1960년대 일본 공업화의 중심지다.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으로 도쿠시마는 2003년 제로 웨이스트 선언, 2008년 ‘지구온난화 대책 추진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일본 최초로 지자체 주도의 환경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인디고삭스는 이러한 연고지의 배경에 착안하여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해변 환경 정화 활동을 하는 선수들 >
팀 모기업인 (주)핏의 주도로 인디고삭스 외에도 도쿠시마 다른 스포츠팀도 활동을 함께 했다. 환경친화적인 신발을 만드는 팀 스폰서 allbirds에 제공한 신발을 일부 선수가 착용하면서 홍보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을 4~5명씩 팀을 이루어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의견을 나눈 뒤 해변 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작은 담배꽁초, 불꽃놀이 잔해, 비닐봉지 등을 세심히 수거했으며, 활동 후에는 리그 스폰서인 마루가메 제면의 푸드트럭에서 제공한 우동을 먹으면서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SNS를 통해 널리 알림으로써 지역 내외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팀과 리그 스폰서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각 기업의 홍보 효과와 더불어 사회적 선행을 함께 이루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의 전 대표인 타니다 씨는 과거 선수 시절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50~200회의 사회 공헌 활동은 결코 특별한 숫자가 아닙니다. 시코쿠 리그의 모든 팀이 이 정도는 하고 있죠. 하지만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응원을 받으면서 저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인구 소멸 지역의 재정 확보 정책을 홍보하는 선수들
2021년부터 인디고삭스는 도쿠시마현의 아와시라는 지자체와 함께 고향납세사업을 시작했다. 고향납세사업은 납세자가 자신이 태어나거나 후원하고 싶은 지역의 지방공공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이다. 국내에서 202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바로 이 사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인디고삭스 선수들의 NPB 도전을 응원한다면 아와시에 납세하고 선수들이 홍보하는 지역의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인디고삭스는 독립구단 중에서 NPB(일본 프로야구)에 많은 선수를 배출한 팀으로서 도쿠시마 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응원 받고 있는 팀 중 하나다. 이 사업을 계기로 전국에서 많은 기부금을 통해 지자체의 재정에 힘을 보탰다.
고향납세사업의 콜라보레이션은 2018년에 체결된 지자체와 팀 간의 상호 협정이 배경에 있다. 아와시는 ‘야구’와 ‘야채’를 연계한 사업을 통해, 아와시산 야채의 인지도를 높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장려하고자 했다. 또한 야구팬들을 새롭게 확보하고 팬들에게 야구뿐만 아니라 아와시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NPB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강력한 응원을 보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답례품으로 나왔던 농산품은 벌꿀, 샤인머스캣, 배, 소고기(아와우시: 지역의 소고기) 등이 있다. 아와시의 농산품은 ‘아와베지(아와시에서 재배된 맛있는 채소)’라고 불리며 주로 교토, 오사카, 고베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에서 소비되고 있다.
< 농가 지원을 나온 선수들 >
이 사업은 단순히 홍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선수들이 농가 돕기 활동으로 묘목 심기나 배수로 청소 등을 돕는다. 또 농가가 정성껏 만든 사랑 가득한 채소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PR 영상을 제작하고 유튜브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도쿠시마에 NPB 도전을 위해 오는 선수들이 매년 30명 이상 있기 때문에 그들이 지역 주민들과 교류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
SSG와 두산에서 활동한 KBO 리그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 1호 선수인 시라카와 케이쇼는 본 활동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아와시에는 우리가 훈련 중에 입고 있는 공식 T셔츠나 포스터 등의 활동에 협력해 주시고, 인디고삭스는 아와시의 채소 홍보 활동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신세를 지고 있는 아와시를 더 응원하고 싶어서, 고향납세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쿠시마 출신으로서 아와시의 채소와 과일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습니다.”
< 2024년도 고향납세사업 답례품 홍보 포스터 >
이와 같이 인디고삭스의 사회 공헌 활동은 독립구단이 단순히 NPB에 도전하는 팀이 아니라, 스포츠와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중요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선수들은 지역 환경 문제에 직접 참여하고 고향납세 사업을 통해 지역 특산물과 문화를 널리 알린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서도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환경 문제 해결과 재정적 지원에 기여한다. 선수들은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연이어 발생한 야구선수의 음주운전 사건들이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러한 사건 속에서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어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다짐만으로는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스포츠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평소의 행동과 생각, 의식에서 우러나온다.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선수들에게 주어진다면,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참고 = 도쿠시마현, 아와시,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착한 자본의 탄생(김경식 저), Gratton, Chris; Preuss, Holger (2008). ISO26000(국제표준화기구 사회적 책임 표준), etc.
야구공작소 천태인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강상민,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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