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가윤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4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78승 64패 2무(최종 2위)
서론: 리빌딩 시즌, 뜻밖의 성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팀이 여기까지 올라가리라고. 올 시즌 삼성은 시즌 시작 전, 분명 누구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던 팀이었다. 시즌 전 5강 예측에서 삼성은 딱 한 번, 그것도 5위 경쟁권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한국시리즈 예상 매치업에서 실제로 붙었던 KIA와 달리 삼성은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다. 24시즌의 삼성은 23시즌 최악의 부진을 딛고, 사자 군단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의 삼성은 일견 2021년의 삼성, 그리고 먼 과거를 내다보면 1997년의 삼성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세 시즌은 모두 이전까지의 암흑기를 딛고 올라선 시즌이었는데, 내외야에 걸쳐 타격 유망주가 약진하며 성과를 내었단 점은 97시즌, 그리고 우수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21시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97 vs 24: 야수진의 약진
올 시즌 삼성의 야수진은 홈런 공장이었다. 삼성은 세 명의 외국인 타자-데이비드 맥키넌, 루벤 카데나스, 에드윈 디아즈-가 데뷔할 정도로 극심한 외국인 타자 흉작에 시달렸다. 외국인 타자가 총 13홈런으로 부진했는데도 팀 홈런이 183개로 리그 1위였다.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무려 6명, 20홈런 이상 친 타자만으로 좁혀도 4명이 나왔다. 올해 삼성은 모든 타순에서 홈런이 나올 수 있는 강타선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성규는 22홈런을 쏘아 올려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씻어냈다. 김헌곤 역시 패넌트레이스에서는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지만, 구자욱이 부상으로 중도 이탈한 포스트시즌에는 선발로 무려 4개의 홈런을 때렸다.
삼성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파크, 제 2구장인 포항 야구장, 그리고 8번의 우승을 함께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까지 역사상 단 한 번도 투수 친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 파크는 올 시즌 사용된 모든 구장을 통틀어 가장 파크팩터가 높았으며 2구장인 포항 야구장 역시 타자 친화 구장이었다. 올 시즌 삼성은 라이온즈 파크에서 총 119홈런을 쳤다. 라이온즈 파크 역대 세 번째로 홈런마진에서 흑자를 기록했고 동시에 팀 홈런 순위 역시 1위를 기록했다.
97년 양준혁과 이승엽이 있었다면, 24년에는 구자욱과 김영웅이 있었다. 두 파트너는 각각 60홈런 이상을 합작하며 삼성의 타선을 이끌었다. 김영웅이 이승엽과 달리 사실상 주전 첫 시즌을 보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발전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97년과 24년 삼성 타자진 홈런 개수 Top 4 >
수비 역시 막강했다. 타자 친화 구장을 쓰는 팀에 있어 수비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삼성의 우승마다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수비력이었다. 올 시즌 삼성은 라이온즈 파크 개장 이래 처음으로 최소 실책 팀으로 역사에 남았다. 수비에서의 약진은 박진만 감독과 손주인 수비코치의 합작의 공이 컸다.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과 지속적인 코칭이 효과를 보면서, 삼성의 야수진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김지찬의 포지션 변경은 올 시즌 삼성 수비 안정화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전 시즌 타격에서의 성장과 수비에서의 성공적이지 못한 모습에 주목한 삼성은 올 시즌 김지찬을 중견수로 전향하게 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 개인의 노력 아래 김지찬은 리그 도루 5위(42개)를, 성공률도 2위(91.3%, 20도루 이상 기준)를 기록했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올 시즌 박해민(4.18)보다 넓은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도(Range RAA) 4.85를 보여주는 등 리그 상위권의 리드오프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 11-24시즌 삼성 라이온즈 최소 실책 순위 >
21 vs 24: 선발야구
선발진 역시 큰 역할을 했다. 21년의 뷰캐넌-원태인-백정현처럼 압도적인 3선발은 아니었지만, 21년과 달리 다양한 투수들이 4-5선발 역할을 해주면서 5선발 체제가 온전하게 굴러간 많지 않은 팀 중 하나였다. 삼성의 올해 선발진은 코너-원태인-레예스로 이어진 3선발 체제에 이승현(좌완), 황동재, 백정현, 이호성 등이 4-5선발을 맡아 이뤄졌다. 특히 이승현(좌완)과 황동재는 각각 2020년과 2021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올 시즌 드디어 1군 무대에서 팀이 걸었던 기대에 맞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 뜻깊다.
가을야구 들어서는 김윤수가 가능성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에서 김윤수는 3번의 등판 모두 LG 오스틴을 상대하기 위해 주자 2명 이상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구원 등판했다. 그는 세 번 모두 오스틴을 잡아내며 시리즈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처리했다.
세 개의 다른 시즌이 말하는 내년 시즌 삼성의 우려: 낮은 뎁스로 인한 불안정성
그렇다면 앞서 언급된 세 시즌에서 삼성은 어째서 우승에 실패했는가? 그 답은 뎁스에 있다. 97년 삼성은 훌륭한 타선 뎁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투수진에서 전반적으로 약한 뎁스로 인해 포스트시즌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결국 이것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으로 이어졌다. 21년 삼성은 훌륭한 선발 뎁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불펜에서 부족함이 노출됐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타이브레이크로 끌려갔고, 단기전 운용에서 실패해 결국 최종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4년 삼성은 앞선 두 시즌과 비교해 봤을 때 그리 뒤지지 않는 선수단을 보여주었으나, 부상으로 전반적인 뎁스가 부족해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은 이러한 뎁스 불안정성을 선발투수 추가 영입을 통해 극복하려고 했다. 이것이 어떻게 작용할지에 따라 내년 삼성의 성적이 결정될 것이다.
더욱이 올 시즌 예상보다 좋은 활약을 보였던 김헌곤과 이성규의 내년 시즌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우려할 점이다. 김헌곤의 24년 BABIP은 0.340으로 2년 전 22시즌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이성규 역시 2024년 BABIP이 0.293으로, 전 시즌 0.221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리그가 전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던 시즌이다. 두 사람의 성적이 운이 아닌지 보려면 다음 시즌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표에서 볼 수 있듯 삼성의 올 시즌이 플루크 시즌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며: 다시 한 번의 웅비(힘차고 용기 있는 비상)를 위해
21년 삼성은 막강한 선발투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내야와 중계진이 약했다. 그러나 프런트는 지난 5년의 암흑기를 통해 리빌딩이 끝났다고 판단, 원나우 기조로 팀을 전환했다. 이로 인해 팀은 상위권 페이롤, 하위권 성적이라는 모순을 2년간 견뎌야 했다. 올해 새로 부임한 이종열 단장은 리빌딩을 천명했고, 올 시즌 삼성은 내야진을 홈런 군단으로 재편하는 것에 성공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4년 삼성은 홈런 군단 야수진과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시즌 막판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겹친 부상 악재 끝에 KIA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25년 삼성은 아리엘 후라도와 최원태를 영입하며 더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삼성에 남은 것은 뎁스 보강, 그리고 부상 문제 개선이다. 과연 사자군단의 내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거의 리빌딩 시즌을 교훈 삼아 삼성은 25년 시즌 역시 리빌딩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삼성은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차승준, 함수호 등 컨택 문제로 지명이 밀린 거포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 역시 홈구장의 타자 친화적 특징에 맞는 결정이었다.
삼성은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주전 선수 세대 교체와 투타에 걸친 뎁스를 보강해 암흑기에 발생한 문제를 천천히 해결하는 기조로 시즌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영원한 왕조를 위한 잠깐의 죽음을 각오하고 시작한 시즌은 또 다른 삶으로 이어졌다. 이 기억은 삼성 팬들에게 리빌딩에 대한 인내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사 내년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팬들이 사자 군단에 대한 기대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참고 = 스탯티즈, KBReport
야구공작소 표상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송동욱,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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