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버츠’는 쿠퍼스타운에 갈 수 있을까

< 사진 출처 = The Ringer >

2024년 10월의 마지막 날, 뉴욕 브롱크스에서 펼쳐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LA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를 꺾으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번 우승은 다저스의 감독 데이브 로버츠의 커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돌버츠’라는 별명으로 비판받던 로버츠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로버츠는 다저스를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그는 중요한 순간 이해하기 어려운 투수 운용과 작전으로 가을야구에서 승리를 여러 차례 날려 팬들의 원성을 샀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높은 승률을 기록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다저스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 가을야구에서 로버츠는 선발투수들의 줄부상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에도 안정적인 선수단 운용 능력과 발전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그는 단순히 계약 연장 대상이 아니라 미래 명예의 전당 입성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시대의 ‘명장’들에게만 허락되는 쿠퍼스타운. 과연 로버츠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까?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길

명예의 전당은 야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그러나 선수와 달리 감독과 같은 비선수 자격자는 별도의 절차를 통해 헌액 여부가 결정된다.

로버츠의 경우,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가 아니라 과거에 베테랑 위원회(Veterans Committee)로 알려졌던 시대 위원회(Era Committee) 투표를 통해서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시대 위원회는 명예의 전당 헌액자와 야구 관계자들로 구성되며 2020년 개편 이후론 위원 16인 중 12인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이브 로버츠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이미 로버츠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위대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로버츠의 커리어 통산 성적은 개괄적으로 10시즌 간 1,358경기, 851승, 8번의 지구 우승, 2번의 WS 우승, 승률 .627이다. 이것만 봐도 이미 훌륭한 성적임은 자명하지만, 이를 뜯어보면 로버츠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로버츠는 다저스 감독 지휘봉을 잡은 9시즌 동안 페넌트레이스에서 5번의 100승, 평균 95승을 기록했으며 91승 미만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리고 로버츠는 다저스에서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 로버츠의 페넌트레이스 통산 승률 .627은 1,000경기 이상 지휘한 감독 기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감독 최고 승률이다. 이는 950경기, 900경기, 850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동일하다. 그리고 1903년 이후 감독 승률이 .580 이상인 메이저리그 감독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한 사례는 없다.
  •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8회 이상 출전한 감독은 15명이다. 그중 9명이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얻었으며 8명이 헌액됐다. 향후 입성 자격을 얻을 후보들은 더스티 베이커, 테리 프랑코나, 브루스 보치, 그리고 데이브 로버츠가 있다.
  • 메이저리그 페넌트 우승을 4회 이상 기록한 감독은 20명이다. 아직 입성 자격이 없는 보치와 로버츠를 제외했을 때 18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를 2회 이상 우승한 감독은 25명이다. 아직 입성 자격이 없는 보치, 프랑코나, 로버츠를 제외한 22명 중 15명이 이미 헌액되었다.
  • 로버츠의 4번의 페넌트 우승과 2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은 다저스의 전설, ‘푸른 피’ 토미 라소다 감독과 동률이다.

What if?

따라서 필자는 누군가가 로버츠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인가를 묻는다면 그는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로버츠가 정량적 업적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그의 명예의 전당 입성 논의는 시기상조라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모종의 이유로 만약 다저스가 앞으로 극도의 부진을 겪는다면 그의 커리어에 부정적인 평가가 더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가정을 통해 로버츠의 미래를 재단해 보자. (여기서는 가슴 아프게도 향후 포스트시즌 성과는 없는 것으로 가정한다)

로버츠가 만약에 향후 3시즌 간 5할 승률에 턱걸이한다면(이미 이건 그의 커리어로우다) 그는 12시즌 1,094승 750패에 통산 승률 .593을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2008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1940년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명장 빌리 사우스워스의 커리어 기록과 비슷한 수치다.

< 빌리 사우스워스 & 승률 .500을 3시즌 기록한 데이브 로버츠 비교 >

이번에는 로버츠가 자신의 커리어로우이자 데뷔 시즌인 2016시즌의 91승 71패(이 시즌에 로버츠는 NL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를 향후 10년간 기록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는 10년 뒤에 2,978경기 중 1,761승, 1,217패에 통산 승률 .591을 기록하게 된다. 이 기록은 2024년 기준 명예의 전당 감독 22명1 중 승리는 전체 13등, 승률은 전체 4등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22명의 평균을 놓고 봤을 때도 커리어로우를 10년간 기록한 로버츠의 성적은 기존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수치로 기록된다.

< 명예의 전당 헌액자 & 커리어로우를 10시즌 기록한 데이브 로버츠 비교2 >

마지막으로 15년간 본인의 평균 성적을 유지하는 로버츠를 상상해 보자. 로버츠는 다저스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9시즌 간 평균적으로 95승 67패를 기록했다. 이 기록을 15년 더 연장한다면 로버츠는 2,276승, 1,512패에 통산 승률 .601를 기록하게 된다. 이때는 이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봤을 때 승리는 전체 5등, 승률은 전체 2등으로 뛰어올라 명예의 전당 헌액자 중 로버츠가 상위권에 위치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 명예의 전당 헌액자 & 커리어 평균을 15시즌 기록한 데이브 로버츠 비교 >

비록 가정이지만, 결과적으로 로버츠는 지금까지 해온 것만큼만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유지해도 명예의 전당에서 높은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본인 커리어 평균 이상의 성적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가을에 올해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의 평가는 더욱 치솟을 것이다. 그리고 로버츠는 표면적인 성적 이상으로 향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가능성이 높은 감독이기도 하다.

< 데이브 로버츠, 프랭크 로빈슨과 더스티 베이커. 출처 = Washington Nationals >

 

데이브 로버츠의 가치

로버츠는 명예의 전당에서 보기 드문 유색 인종 감독이다. 물론 명예의 전당에는 위대한 유색 인종 인물들이 가치를 증명해 당당하게 자신의 동판을 걸어 놓고 있다. 2020년 니그로리그가 인정받고 2024년 5월 메이저리그와 기록 통합까지 이루어지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유색 인종 인물들을 쿠퍼스타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유색 인종 감독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감독인 프랭크 로빈슨은 기자협회 투표를 통해 선수로서 쿠퍼스타운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 흑인 감독인 래리 도비도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선수로서 입성했다. 루브 포스터는 뛰어난 감독이었지만, 그의 명예의 전당 헌액은 니그로리그 설립자와 경영자로서의 공로였다. 빅 해리스도 니그로리그의 훌륭한 감독으로 곧 쿠퍼스타운에 입성하겠지만,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시스템의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메이저리그 시스템 내에서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유색 인종 감독은 더스티 베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75년 로빈슨이 클리블랜드 감독으로 고용된 이래, 유색 인종 감독들은 긴 커리어를 이어 가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왔다. 베이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유색 인종 감독에게는 더 가혹한 기준이 제시된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그리고 로버츠는 1,358경기를 감독하며 현재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색 인종 감독 중 출장 경기 6위에 자리 잡고 있다. 베이커와 로버츠 사이에 있는 감독들의 명단3을 살펴보면 장기적으로 그는 유색 인종 감독 중 역대 출장 경기 3위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로버츠는 아직 52세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가 원한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커리어를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통산 3,000경기 클럽에도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역대 20명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유색 인종 감독 중에는 현재 더스티 베이커가 유일하다. 또한 로버츠는 아시아계 감독으로서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기록의 최초를 써 내려가고 있는 다양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는 최근 지속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시대정신과 이에 영향을 받는 명예의 전당 위원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가치로 작용할 것이다.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지대하다. 로버츠는 성적과 서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로버츠가 이미 달성한 기록을 감안하면 불명예스러운 구설에 휘말리지 않는 한 그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필자도 오랜 다저스 팬으로서, 로버츠의 명예의 전당 헌액을 논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경력과 업적에 비추어 볼 때, 이제 남은 건 그가 은퇴하고 첫 번째 입성 자격을 갖추게 되는 해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2024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순한 시즌의 끝이 아니라 비판받던 ‘돌버츠’가 야구 역사에 이름을 새길 가능성을 열어젖힌 순간이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심지어 끝의 시작도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시작의 끝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로버츠는 이 시대 최고의 지도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참조 = MLB, Baseball Reference, Baseball Almanac, Baseball Hall of Fame, ESPN, The Athletic, Fangraphs

야구공작소 김예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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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니 맥은 50년간 재임하며 7,755경기, 3,731승, 3,948패로 통계적 이상치기에 제외
  2. HOF = Hall of Fame
  3. 2위 프랭크 로빈슨 2,241경기, 3위 시토 개스턴 1,731경기, 4위 론 워싱턴 1,437경기, 5위 제리 마누엘 1,390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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