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MLB.com >
2024년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58명이다. 2014년과 비교했을 때 30명이 줄었다. 이처럼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는 점점 줄고 있다.
최근 야구 트렌드는 이닝이터보다 실점을 최소한으로 하는 선수를 요구한다. 투수들은 더 빠른 공, 더 각 큰 변화구를 던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매년 수많은 투수가 수술대에 눕는다. 이런 리그 상황 속 탬파베이 레이스는 다른 방식으로 선발 투수를 얻는다. 바로 불펜 투수의 선발 전향이다.
탬파베이가 영입한 불펜 투수 중 선발 투수로 전환한 선수는 드류 라스무센, 제프리 스프링스, 잭 리텔이 있다. 다음은 이 투수들이 탬파베이에서 처음 5이닝 이상을 소화한 이후의 성적이다.
세 투수는 모두 처음부터 선발 투수로 뛰지 않았음에도 여느 선발 투수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탬파베이는 이들을 선발 투수로 본 것일까?
선발 투수의 조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이노 새리스는 스터프와 커맨드가 평균자책점, 투구 이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계산에는 투수들의 Stuff+와 Command+를 사용했다.
스터프는 투구의 물리적 특징을 의미한다. Stuff+는 릴리스 포인트, 공의 회전, 구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수의 스터프를 평가한다.
커맨드는 투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Command+는 포수가 글러브를 둔 지점, 투수와 타자의 히트맵 등으로 투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두 수치 모두 100을 리그 평균으로 가정한다.
새리스에 따르면 평균자책점은 커맨드보다 스터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실점 억제를 위해서는 공의 위력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 메이저리거인 트레버 바우어는 “스터프가 뛰어나다면 공을 한가운데로 던져도 치기 쉽지 않다”며 스터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소화 이닝은 스터프보다 커맨드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선발 투수 중 평균 이하의 스터프를 가진 선수는 종종 있지만 평균 이하의 커맨드를 가진 선수는 드물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잭 휠러는 ‘메이저리그 타자를 속이기 위해서는 모든 공이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던져야 한다’며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 커맨드를 강조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는 Command+와 비슷한 Location+ 데이터를 제공한다. Location+ 역시 투구의 물리적 특성을 무시하고 볼 카운트와 구종에 기반해 투수가 적절한 곳에 투구했는지를 판단한다. 올해 규정 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발 투수들의 Location+와 Stuff+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 빨간색 점선은 Stuff+와 Location+의 리그 평균인 100을 표시한다 >
4사분면에 포함된 투수들 즉, 단순히 스터프만 좋은 선수들은 5명뿐이지만 커맨드만 좋은 선수들이 분포된 2사분면에는 22명의 투수가 포함됐다. 커맨드와 스터프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커맨드 능력이 평균 이상인 것이 긴 이닝을 소화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앞서 살펴본 세 투수는 리그 평균 이상의 제구력을 가졌다. 위 표는 세 선수가 탬파베이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한 이후의 9이닝당 볼넷 개수다. 2024년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89개다. 모두 평균보다 낮은 수치다.
투수들의 변화
탬파베이는 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그들의 투구에도 변화를 줬다. 세 선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 라스무센 커터 & 스위퍼 구사율 변화 >
불펜 투수 시절 라스무센은 96~98마일의 포심과. 수평 움직임이 적은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탬파베이에서 선발로 전환한 그는 기존 슬라이더에 수평 움직임을 극대화한 스위퍼를 완성했다. 기존 슬라이더는 움직임이 비슷한 커터로 대체했다.
< 스프링스 체인지업 & 슬라이더 수직 무브먼트 변화 >
스프링스는 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3피치 투수다. 그는 선발 전환 이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그립을 수정하며 수직 무브먼트에 변화를 줬다. 체인지업은 더 떨어졌고 슬라이더는 덜 떨어졌다.
또 좌우 타자에 따른 구종별 로케이션을 정립했다. 이는 그가 뛰어난 커맨드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스무센과 스프링스를 성공적으로 선발로 전환시킨 탬파베이의 다음 목표는 잭 리텔이었다. 그 역시 괜찮은 커맨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쉬운 스터프로 인해 불펜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 탬파베이에 영입됐다.
< 리텔의 구종 구사율 변화 >
리텔도 구종을 추가했다. 스위퍼와 싱커를 던지기 시작했다. 또한 기존에 던지던 구종들의 구사율에도 변화를 주며 타자가 구종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투구 시 투구판을 밟는 위치가 1루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 탬파베이 합류 후 리텔의 투구판 밟는 위치 변화. 2022(선발 전환 이전), 2023(선발 전환 이후) >
대부분의 투수가 그렇듯이, 세 선수는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며 Stuff+가 하락했다. 그러나 세 선수 모두 불펜 투수일 때보다 긴 이닝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불펜 투수 시절에 갖고 있던 제구의 강점도 유지하면서 말이다. 탬파베이가 바라던 변화다.
< 선발 전환 전/후 Stuff+ 변화 >
결론
탬파베이는 스터프에 주목하는 팀이다. 2021~2023년 팀 Stuff+ 가 4번째로 높다. 탬파베이는 스터프가 좋은 투수를 시장에서 사는 대신,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를 통해 커리어 초기에 영입해 육성한다. 스터프가 좋은 투수는 대체로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스몰마켓 팀 탬파베이가 선발 로테이션에 난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스터프가 좋지만 비싼 선수를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제구가 좋은 투수를 영입했다. 세 선수 모두 비교적 값이 싼 선수들이다. 라스무센과 스프링스는 트레이드로, 리텔은 웨이버 클레임으로 영입했다.
지금 탬파베이에 있는 투수들이 미래에도 탬파베이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지지는 않을 것이다. 탬파베이는 선수를 잘 파는 팀으로 유명하다. 혹은 부상이나 부진이 원인일 수도 있다.
탬파베이는 선발 로테이션에 생긴 빈자리를 채워야만 했고 준수한 커맨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불펜 투수들을 선발로 전환시켜 해결했다. 2022~2024년 3년간 탬파베이의 팀 선발 평균자책점(3.73)은 메이저리그 전체 3위다.
이것이 탬파배이 레이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법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이 팀이 미래에는 어떻게 팀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로스터를 관리할까? 지금과 비슷한 방식일 수도, 전혀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에 탬파배이는 그 위기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참조 = Baseball Savant, MLB.com, Fangraphs, The Athletic
야구공작소 최민석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당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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