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KBO 비디오 판독센터 >
< 위 = KBO 카메라와, 아래 = KBSN스포츠 카메라의 해상도 차이>
서론 = 비디오 판독 시스템 10년, 보완점은 없는가?
KBO는 2014년 후반기 현재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심판 합의 판정제를 도입했다. 이후 경기 시간 연장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KBO 자체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하고, 야구회관 내에 비디오 판정 센터를 만드는 등의 보완을 거쳐 비디오 판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여러 사건과 변화를 겪어왔다. 판정 논란이나 비디오 판독 영상과 관련된 방송사와의 갈등 등 부침도 있었지만, 판독 대상을 확대하고 자체 카메라를 추가하는 등 보완 과정 또한 거쳤다. 그 결과, 현재 KBO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MLB보다 다양한 판독이 가능한 시스템이 됐고, 이에 힘입어 판정에 관련된 피로감 역시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보완할 점은 정말 없는 것일까? 이번 칼럼에서는 KBO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들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비디오 판독 카메라 시스템의 문제점: 방송사 카메라에 대한 과도한 의존
KBO는 구장별로 KBO가 자체적으로 설치한 카메라 3개와 방송사 카메라 7개를 활용해 판독을 진행한다. 방송사 카메라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계가 되지 않는 경기는 비디오 판독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일부 구장에는 KBO 카메라가 없어 더 적은 카메라로 판독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카메라 표준화로 인한 문제점 역시 발생한다. KBO는 1루와 3루 뒤, 그리고 홈플레이트 뒤에 총 3대의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 배치로는 모든 상황을 포착하기 어려워 중계 카메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양 역시 좋지 않다. 문제는 중계 카메라의 사양이 방송사마다 달라 일관된 판독이 어렵다는 점이다. 각 방송사의 카메라는 초당 프레임 수(fps)와 화질이 다르며, KBO 카메라도 별도의 사양을 가지고 있어 영상 기록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방송사 카메라에 판정을 과하게 의존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기존 타 스포츠에서 사용하던 비디오 판독 솔루션을 원활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KBO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활용해야 한다. 설사 개발을 완료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향후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할 때도 한계가 있다.
의존이 불러온 기술 격차
방송사 카메라에 대한 의존은 MLB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MLB는 한국이 심판 합의 판정을 도입한 시기와 비슷한 2014년에 현재 시스템의 기초가 되는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MLB도 구장별로 홈 플레이트 뒤에 설치한 카메라 한 개를 제외한 모든 카메라를 방송사 카메라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후 MLB는 비디오 판독과 트래킹 시스템에 호크아이(Hawk-Eye)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수와 질의 증가, 그리고 새로운 판정 보조 시스템 도입을 위해 노력했다. 마이너리그 구장에 카메라를 배치하여 자체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활용해 호크아이 시스템이 사용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고, 이는 비디오 판독 시간의 단축과 더 정확한 판정으로 이어졌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은 상대적으로 판독 시스템 발전에 투자를 소홀히 했고, 이는 기술 격차로 이어졌다. MLB의 성공 사례는 KBO에도 자체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이를 위한 카메라 표준화, 시점 추가 등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 2019-2024 MLB 판독 평균 시간 그래프. 2020년 호크아이 도입 이후 판정에 드는 시간은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90초 이하로 감소했다 >
비디오 판독 카메라 시스템의 발전 방향성 : MLB 시스템에 대한 벤치마킹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MLB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참고해 KBO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카메라의 해상도, 개수와 fps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MLB는 고배율 줌과 고속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발언을 토대로 한다면 홈 플레이트 뒤와 1루, 3루 뒤의 카메라를 초당 120프레임 이상의 초고속 카메라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각 베이스와 외야에 총 9대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추가 설치한다면 MLB와 유사한 수준의 판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과거 KBO는 1루와 2루에서 비디오 판독이 필요한 상황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 교체 후에도 현재와 동일하게 1루와 3루 뒤의 카메라가 1루를, 홈 플레이트 뒤의 카메라가 2루를 촬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AI 판정 보조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하여 퓨처스리그 경기 등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여 활용하는 것 역시 벤치마킹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 모델을 학습시켜 카메라의 트래킹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의 방식을 통해 판정 정확도 증진과 시간 단축을 도모할 수 있다.
< 고척돔의 KBO 카메라 위치. 1, 3루의 카메라는 1루 베이스를 촬영하게 되어있고, 홈 플레이트 뒤의 카메라는 2루 베이스를 촬영하게 되어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시 >
비디오 판독 카메라 시스템의 발전 방향성: 독자적인 각도와 시스템의 시도
추가로 KBO리그와 MLB의 비디오 판독 상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한국은 미국과 달리 파울 팁에 관련된 심판 판정에 대해 이의가 증가하자 2016년부터 파울 팁에 대한 심판 합의 판정이 가능하게 했다. KBO리그에서는 쓰리 피트 아웃 역시 판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MLB에서는 불가능하고 KBO리그에서 판독이 가능한 상황들을 판독하기 위해 KBO 비디오 판독실에서는 홈 플레이트 뒤에 있는 카메라를 MLB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 이 역시 KBO리그만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MLB의 시스템과 달리 홈 플레이트 관련 판독 카메라를 보완하고 해당 판정에도 AI 보조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홈 충돌과 관련된 판독을 위해 외야와 내야를 모두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활용해 볼 수 있다. 포수가 공을 받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시점을 정확히 확인한 다음 포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을 도입해 특정 카메라의 시점을 포수 위치에 고정되도록 한다. 이러면 홈 충돌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판정의 정확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또한 내야 비디오 판독 상황에서 각 베이스의 뒤에서 보는 것을 넘어 현재 MLB가 방송만을 위해 활용하는 스카이캠과 같은 장비를 도입하면 더욱 가까운 각도에서 정확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안을 바탕으로 고척돔에 표시한 카메라 위치. 저배율 고해상도 카메라를 활용해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고, 디테일한 판독을 고화질 카메라와 스카이캠에 맡겼다.>
마치며 : KBO 기술 발전의 가능성을 보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야구 주요 규칙 판정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AI 솔루션 개발 과제를 공모했다. 해당 과제에는 KBO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개발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해당 기술은 현재와 다른 개수의 카메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사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KBO가 AI 보조 기술을 비디오 판독에 활용하려 한 시도로서 KBO의 혁신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KBO가 이러한 혁신 의지를 잃지 않고 카메라 시스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와 독창적인 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이어간다면, 향후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 = KBO 비디오판독센터, Baseball Fangraph, NTIS, 서울시
야구공작소 표상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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