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박기태] 2017 메이저리그 개막 이후 2달 남짓, 언더독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콜로라도 로키스가 LA-샌프란시스코의 아성을 넘어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며 가장 놀라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반대편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미네소타 트윈스가 모두를 놀라게 하며 중부지구 1위를 지키고 있다.
미네소타는 사실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빈약한 투수진 탓에 득점보다 더 많은 실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타선의 힘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246득점은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중 11위에 그치지만, 많은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율 5위, OPS 6위에 올라있다. 팀 타석당 볼넷 비율(BB%)은 10.5%로 아메리칸리그 선두에 해당한다.
트윈스 타선의 원동력은 미겔 사노, 맥스 케플러, 로비 그로스만과 같은 젊은 선수들이다. 특히 사노는 벌써 14홈런에 1.017의 OPS를 기록하며 괴물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노가 5월에 아주 살짝 주춤했던 사이(OPS 4월 1.127, 5월 0.868), 오랫동안 잠자던 미네소타의 심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루수로 완전히 전향한 조 마우어 이야기다.
모두가 기대를 접어가던 마우어, 대반전의 5월
3번의 타격왕, 4번의 실버슬러거, 그리고 MVP까지 수상했던 마우어는 한때 ‘신이 설계한 포수’라는 극찬을 들었다. 투수 다음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는 포수 포지션에서 그가 선보이는 절정의 타격 능력은 8년 1억 8400만 달러짜리 계약으로 이어졌다(2011~2018년).
그러나 1루수로 완전 전향하며 수비 부담을 떨친 2014년부터 오히려 그의 타격 능력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13년 겪은 뇌진탕 부상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마우어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0.800 미만 OPS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10년간 기록한 성적은 0.323/0.405/0.873(타율/출루율/장타율)이었지만, 이후 3년간 기록한 성적은 0.267/0.353/0.380이었다. 장기 계약은 실패작이 되어가고 있었다.
올해 성적 예상은 낮아진 기대치를 그대로 보여줬다. 시즌 성적을 예상하는 ZiPS와 스티머 프로젝션 시스템은 마우어의 올해 성적을 각각 0.268/0.351/0.387, 0.278/0.365/0.410으로 예상했다. 4월까지는 이 예상이 맞아들었다. 마우어는 올해 4월까지 0.225/0.271/0.275를 기록하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지역 매체에서는 ‘마우어는 출루에만 집중하는 타자로 중심 타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러나 5월에 엄청난 반전이 시작됐다. 한 달 동안 22경기 95타석에 출장한 마우어가 기록한 성적은 0.346/0.442/0.531과 3홈런 11타점. 4년 전인 2013년 5월 0.371/0.455/0.571을 기록한 이래 가장 뛰어난 월간 성적이었다. 마우어는 6월에도 4경기에서 0.294/0.333/0.529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5월부터 달라진 마우어
(사진=Flickr. CC BY SA 2.0)
익숙한 ‘반짝’인가 지속가능한 ‘부활’인가
이렇게 기대감이 부풀어 오를만한 활약을 보임에도, 미네소타의 오랜 팬이라면 아직까지 완전히 믿음을 보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난해에도 마우어가 ‘반짝 활약’을 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막 전, 마우어는 뇌진탕으로 시력에 이상이 있었지만 이제 후유증을 벗어났다는 ‘고백’을 했다. 그렇게 시즌을 시작한 그는 4월까지 0.321의 타율과 0.893의 OPS를 기록해 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5월 들어 타율 0.253, OPS 0.741을 기록하며 다시 내리막을 걸었고, 결국 3년만의 3할 타율 대신 0.261/0.363/0.389를 기록하며 이전 2년과 대동소이한 결말을 맞이했다.
결국 내려갔’었’다
고점에서 시작했다는 것과 저점에서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지난해나 올해나 좋았던 한달과 나빴던 한달을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즌 중에 한달 반짝 성적을 내는 선수는 수도 없이 많다. 과연 한달의 고점이 3년간의 하락세를 덮을 수 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선 단순히 한달 성적이 좋았다는 것, 그 이상의 차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올해 마우어에게 그런 결정적 차이가 존재할까. 세부적인 성적을 뜯어본다면, 그렇게 볼만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본연의 타격으로 돌아가다
마우어의 타격을 정의하는 요소는 세가지였다. 밀어치기, 라인드라이브, 그리고 선구안이다. 전성기였던 2009년, 마우어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밀어치기에 능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또한 커리어 내내 뜬공보다 라인드라이브(직선타) 타구와 땅볼의 비중이 높은 ‘라인드라이브 타자’였다. 그리고 통산 12.0%의 BB%를 기록한 깐깐한 타자였다.
뇌진탕 후유증을 겪은 2014년과 2015년, 마우어는 전보다 더 자주 볼에 배트를 냈다. 땅볼 타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좋은 타구를 생산해내지도 못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장타 생산을 위해 공을 더 자주 잡아당겼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마우어는 짧은 기간이지만, 다시 세가지 면에서 이전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라인드라이브 타자로 돌아가고 있는 마우어
전성기였던 2009년, 마우어의 땅볼 타구 비중은 47.8%였다(팬그래프 기준). 50%가 넘는 타구가 땅이 아닌 하늘을 향했다. 부진했던 지난 3년간 50%가 넘었던 땅볼 타구 비중은 올해 다시 42.7%까지 낮아졌다. 스탯캐스트 데이터 기준으로도 44%로, 총알 같은 타구를 자주 만들어내던 과거 기준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라인드라이브, 제대로 맞았다
타구의 질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지난해 시속 94.9마일이었던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속도는 98.4마일까지 치솟았다. 25개 이상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낸 선수 중 14위에 해당한다. 그 위로는 폴 골드슈미트, 브라이스 하퍼, 미겔 카브레라가, 아래로는 지안카를로 스탠튼, 마이클 콘포토, 조지 스프링어 같은 A급 타자들이 즐비하다.
질과 양 측면에서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생산력이 높아졌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다. 지난해 6월 5일 시점까지와 비교해도 확실히 기록이 나아졌다.
타구 생산성 외에, 선구안 측면에서도 개선이 이뤄졌다.
볼은 안 친다
전성기 마우어가 많은 볼넷을 얻어낸 것은 나쁜 공에 스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마우어의 O-Swing%(볼에 스윙을 한 비율)는 20.3%였지만,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25.0%와 27.2%였다. 뇌진탕 후유증을 고백했던 지난해에는 23.2%로 조금 더 나아졌지만, 올해는 19.5%로 진짜 전성기에 근접했다. 동시에 스트라이크에 대한 스윙 빈도(Z-Swing%)가 줄지 않았다는 건, 단순히 조심성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을 골라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공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친 덕분일까. 과거처럼 마우어가 밀어치기를 하는 모습도 더 많아졌다.
밀어치기 귀신이 된 마우어
밀어친 타구가 많다는 것이 곧 좋은 성적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당겨친 타구가 밀어친 타구보다 좋은 질을 갖는다. 하지만 마우어는 커리어 내내 밀어서 쳤을 때 성적이 가장 좋았던, 밀어치기에 특화된 타자다.
올 시즌 기록 중인 42.5%의 밀어친 타구 비중은 커리어 하이에 해당한다. 5월까지의 기록만 봐도 고점에서 시작한 지난해보다 높다(2016년 34.0%). 시즌이 진행되면서 지금보다 밀어친 타구 비중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지만, 이 기록으로 마우어의 컨디션이 지난해보다도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기대를 걸 때?
밀어치기, 라인드라이브, 선구안.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자세히 봤을 때, 초반 상향세를 타고있는 마우어의 성적이 지난 3년보다 좋을 가능성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도 한층 높아 보인다.
팀 상황도 지난해보다 한층 나아졌다. 지난해 6월 5일, 미네소타는 16승 40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에 위치해 있었다. 미겔 사노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고 박병호는 5월부터 끝모를 부진을 시작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마우어의 어깨에 걸린 짐은 훨씬 가볍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층 더 나아진 마우어에게 ‘부활’을 기대할 때가 진짜로 온 것 같다.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Refeernce,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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