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사회적역할⑤: 국내야구의 사회공헌활동 우수사례 下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앞선 시리즈(링크)에서는 프로야구팀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 마케팅 및 교육청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단일 프로야구단의 활동이 아니라, 리그와 관련된 단체들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리그와 단체가 추진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야구인들이 야구를 통해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중시한다.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적 측면보다는 야구가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메시지를 강조한다.

 

KBO 재능기부위원회, 사회를 향한 야구인의 희망 발걸음 선보여

< 사진 = KBO >

2023년 KBO에서 재능기부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이는 은퇴 선수들이 선수 시절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구성한 위원회다. 주로 유소년 선수를 지도하는 봉사활동을 수행한다. 이 위원회에는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류지현 전 LG 트윈스 감독을 비롯해 타격의 달인인 김용달·김종모 전 코치, ‘홈런왕’ 장종훈 전 코치, 프로야구 최다승 투수 송진우 전 코치 등 KBO 리그에 큰 발자국을 남긴 야구인 17명이 몸담고 있다.

재능기부위원회는 야구 저변 확대뿐만 아니라 유소년 야구 실력 향상을 위한 포지션별 캠프를 통해 야구 후배들에게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티볼 강습, 가족 티볼 캠프, 동호인 야구대회 및 전국 교대 티볼대회, 원포인트 레슨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은퇴 야구인들이 보유한 뛰어난 기술과 경험을 재능기부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다만 그들의 능력이 단순 재능기부에 그치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들이 가진 콘텐츠로서의 가능성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만수 전 감독의 경우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야구 보급 활동에 힘써왔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드시 야구가 아니라도 다문화 가정 문제에 대한 사회에 메세지를 던질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할 수 있다. 또한, 윤학길 전 감독의 경우 자녀인 윤지수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펜싱 동메달리스트다. 운동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가 갖는 청렴 문제, 학생 선수 인권, 멘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할 수 있다. 

만약 재능기부위원회가 아닌 사회공헌위원회라고 명명하고, 은퇴 선수뿐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의 전문가도 함께 위원회를 구성했다면 더 다양하고 파급력 있는 활동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공헌활동 전문가들의 참여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KBO 재능기부위원회가 더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 은퇴 선수들의 재능이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유의미하게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재능기부를 넘어 사회공헌으로의 확장은 은퇴 선수들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 선수 권익 보호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 필요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회(KPBPA, 이하 선수협)는 한국 스포츠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선수협의 시작은 전설의 ‘무쇠팔’ 故 최동원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최동원은 생전 선수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습생 선수들의 열악한 최저 생계비나 선수들의 경조사비, 연금 같은 최소한의 복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동원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의 문제의식은 선수협 설립의 기초가 되었다. 

그럼에도 선수협은 한때 귀족 선수들의 이익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수협회장과 사무총장의 판공비 논란 등으로 인해 배드 거버넌스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월에 개최된 ‘제1회 선수 보호 포럼’은 야구의 굿거버넌스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였다.

해당 포럼에서는 선수들의 정신 건강, 경력 개발 및 전환 지원, 법률 및 재정 자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동시에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향상을 결의했다. 선수들이 자신들이 선수 인권과 은퇴 후 진로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대중에게 직접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단순한 ‘소신 발언’을 넘어서, 선수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포럼은 시작에 불과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수 인권 유린, 승부조작, 도핑, 성폭력, 마약 등의 사건이 스포츠 조직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활동이 아닌 진정성 담긴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협의 포럼은 진정한 굿거버넌스를 구현할 기회 앞에 서 있다. 故최동원이 꿈꾸던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향상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선수 및 은퇴 선수들의 목소리를 모아 지속 가능한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사진 = 스포츠 선수 보호 연구소 최익성 인스타그램>

두 사례는 야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베드 거버넌스의 상징이었던 한국식 선후배 문화와 공동체 의식을 긍정적인 형태로 바꾸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앞으로도 모두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야구가 사회에 더 많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참고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KBO, 착한 자본의 탄생(김경식 저), Gratton, Chris; Preuss, Holger (2008). ISO26000(국제표준화기구 사회적책임 표준), etc.

야구공작소 천태인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훈희,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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