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배합 변화를 통해 성장한 김재열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

이번 시즌 NC 다이노스 불펜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기존 필승조였던 김영규와 류진욱이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시즌 초반부터 자리를 비웠다. 공백이 생긴 필승조는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김재열이 차지했다. 김재열은 시즌 초반 패전조로 시작했지만, 6월 현재는 셋업맨으로 등극했고 생애 첫 올스타 선정의 영광도 얻었다. 어떤 변화가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을 이끌어낸 것일까.

 

새로운 팀에서 만개한 성적

< 시즌별 성적 비교 >

시즌의 반환점을 돈 현재 김재열의 성적은 화려하다. 팀 내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리그 전체와 비교해도 최상위권 활약을 하고 있다. 6월 30일 기준 WHIP는 1.14, ERA는 2.01. 완벽한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K%와 BB%는 자신의 통산 기록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피OPS는 0.5대로 낮다. 특히 피장타율이 0.313으로 좋은 타구를 잘 억제하고 있다. 장타율 외에 뜬공 대비 홈런 비율이 이번 시즌 2.6%로 지난 4시즌 평균인 6.8%보다 절반 이하로 낮은 점, 내야 뜬공 비율이 12.1%로 지난 4시즌 평균 6.75%보다 높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좋은 성적을 기반으로 김재열은 현재 셋업맨으로서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감독 추천 선수로 이번 시즌 올스타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만개하지 못한 실력이 이번 시즌 꽃피운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볼 배합에 있다.

 

배합 변화를 통한 성장

< 시즌별 배합 >

김재열의 성장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변화구 구사율 증가다. 지난 시즌까지 주로 활용한 포심의 비율을 낮추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비율을 높였다. 김재열은 그동안 하이패스트볼과 커브를 주로 활용했다. 포심 구속은 평균 143km/h 정도로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상하 무브먼트가 32.5cm로 리그 상위 30%에 해당할 만큼 좋아 위력이 있다. 하지만 2023시즌 커브와 포심의 피OPS는 각각 1.214와 1.188로 좋지 않았다. 포심 위주의 볼 배합은 다소 맞지 않는 옷이었다.

해결책을 찾던 김재열의 선택은 슬라이더와 포크볼 비중을 늘리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피OPS는 각각 0.833, 0.633이다. 포크볼은 몰라도 슬라이더의 피OPS는 높은 감이 있기에 비율은 늘리는 것에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직구와 커브의 피OPS가 매우 높고 시즌 평균 역시 1.053으로 매우 높은 점과 포심(-3.9), 커브(-1.2)보다 슬라이더의 구종 가치(-0.2)가 더 높은 점을 고려해 비율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일하게 구종 가치가 0.3으로 양수였고, 피OPS가 가장 낮았던 포크볼을 주 구종으로 선택해 이번 시즌 결정구로 삼고 있다.

포크볼은 타자 입장에서 포심과 비슷하게 오다 떨어지기에 하이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는 김재열에게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포심이 원래 좋았고, 변화구에 대한 감각이 좋은 투수이기에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이 포심과 함께 쓰였을 때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김재열의 포크볼 상하 각도는 2023시즌 7.3도에서 2024시즌 20.6도로 크게 증가했다.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변화구는 그 각이 커질수록 급격하게 꺾이기에 자연스레 타자가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단순히 지난 시즌에 비해 많이 던질 뿐 아니라 더 좋은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는 것이다. 실제로 김재열의 이번 시즌 포크볼 구종 가치는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김원중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포크볼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연도별 2스트라이크 이후 포크볼 기록 >

그리고 이 좋은 포크볼은 확실히 결정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2스트라이크 이후 김재열의 포크볼은 상대를 압도했다. 이미 지난해 성적도 스윙 비율 66.7%에 피OPS 0.444로 좋은 수준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성적은 스윙 비율 75%에 피OPS는 0.180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포크볼을 던지면 상대 타자들은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이 손이 나가면서 더 적은 출루를 한 것이다. 이는 김재열의 포크볼이 그만큼 좋고, 결정구로 잘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높이 높이

김재열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겪었다. 팀이 바뀌었고, 볼 배합이 바뀌었다. 스스로 분석을 통해 좋은 공을 찾아냈고, 그 공을 많이 던졌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현재 리그 상위권 불펜이라는 타이틀까지 도달했다. 통산 한 시즌 최다 이닝 소화가 43이닝이고 이번 시즌 이닝 소화가 이미 이를 뛰어넘은 44.2이닝으로 남은 시즌을 지금 같은 성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는 남은 시즌을 걱정이 아닌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김재열의 도약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제 막 날아오른 그의 투구를 응원한다.

 

참조 = 스탯티즈, 투아이트래킹

야구공작소 문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익명,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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