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승격을 맛 본 선수들
지난 수요일 보스턴 레드삭스의 1루 유망주 샘 트래비스가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었다. 그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지명된 선수로, 지명된 이래 팀 내 10위권 유망주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인디애나 대학교 시절 파워와 정확도를 겸비한 타자로 명성을 날렸고, 동료인 카일 슈워버(시카고 컵스)와 함께 팀의 타선을 이끌며 팀의 대학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프로에 입단한 이후에도 명성에 걸맞은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너리그 278경기에서 기록한 기록은 .301/.362/.453 26홈런. 장타력에 있어서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정확도와 출루 능력에 있어서 합격점을 받았다.
사실 이런 그의 콜업은 예상보다는 조금 늦은 것이었다. 16년 트리플 A 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며 시즌 아웃되는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 내심 데이빗 오티즈와 핸리 라미레즈의 후계자로 그를 점찍었던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은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미치 모어랜드(1년간 550만달러)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었지만 트래비스의 입지가 탄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교’ 역할로 데려온 미치 모어랜드가 .274/.369/.458이라는 기대 이상의 타격 성적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좌투수를 상대로 한 플래툰 요원으로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생애 첫 메이저리그 등판경기를 치른 샌디에이고의 선발 투수 디넬슨 라멧 역시 주목해볼 만한 선수다. 도미니카 출신으로는 다소 늦은 21살에 프로 무대에 입성한 그는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싱글A에서 트리플 A까지 3단계의 마이너를 고속 승격하는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 내 유망주 10위권에 포진했다.
항상 본인보다 어린 타자를 상대해왔기에 그 의미는 떨어지지만, 마이너 성적은 언제나 꾸준했다. 통산 298이닝 동안 2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으며, 9이닝당 삼진 수는 10.14개였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는 39이닝 동안 50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더더욱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메츠전에서도 그는 상당한 구위를 보여주었다. 최고 98마일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 90마일 중반대를 형성하는 싱커를 선보였다. 여기에 80마일대 후반의 백도어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5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현재 샌디에이고의 팀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 특히 샤신-리차드-페르도모-코자트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로테이션에 거론되어도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 메츠전에서의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팀 내에서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무대의 팬들에게는 또하나 주목할 이름이 있다. 뉴욕 메츠의 우완 투수 타일러 필이다. 바로 기아 타이거스의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동생이다. 일단 데뷔전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다가오는 주에 있을 첫 선발 등판 기회에서 첫 경기의 아쉬움을 떨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좋은 활약을 펼친 마이너리거
몇 년 전 메이저리그에는 쿠바 출신 타자들의 열풍이 불었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야시엘 푸이그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해 최상급 쿠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들 다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호세 어브레유(, 야스마니 토마스, 헥터 올리베이라 등은 그런 분위기의 수혜를 크게 입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 당시 S급 쿠바 선수들 모두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던 것은 아니었다. BA의 ‘쿠바 유망주 TOP 10’에서 어브레유와 토마스 등은 3위권 아래의 선수에 불과했다. 1위 선수는 국제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던 율리에스키 구리엘이었고, 2위로 평가 받던 선수는 2루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였다. (BA의 3회 WBC 유망주 순위에서도 다나카-구리엘-페르난데스-어브레유 순)
하지만 남들보다 쿠바 탈출이 늦어지면서 페르난데스의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첫 탈출 시도 후 2년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메이저리그팀인 LA 다저스와 계약에 성공했고, 계약금은 겨우 20만 달러에 불과했다. 엇비슷한 평가를 받던 선수들이 수천만 달러의 금액을 만진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적은 액수였다.
더블 A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과거 자신의 실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주 .444/.524/.889의 뛰어난 슬래쉬 라인을 선보였다. 시즌초 실망스러웠던 모습을 딛고 일어서 시즌 타율은 3할에 도달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점은 삼진율이다. 138타석에서 단 15개의 삼진만을 당해, 10% 정도의 K%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그가 쿠바 시절 주목받았던 것도 경이로운 수준의 볼삼비 때문이었다. 13~14시즌 당시 그는 리그에서 3%의 K%를 기록했으며, .482의 출루율을 기록했었다. 과거 좋았던 시절의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드 이후 큰 부진에 빠졌던 루카스 지올리토는 드디어 기대치에 걸맞은 피칭을 선보였다. 트리플 A경기에서 7이닝 노히트 경기를 선보였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던 지난해 1라운드 1픽 미키 모니악도 지난 한주 1.300이 넘는 OPS를 기록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메이저리그 스타 단테 비셋의 아들인 보 비셋은 시즌 성적은 .377/.453/.603까지 끌어올리며, 또다른 ‘금수저 유망주’ 블라드미르 게레로 주니어(.324/.427/.500)과 함께 팀을 이끌고 있다.
한편 고환암 판정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던 제임스 타이욘은 기대보다 훨씬 빠른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싱글 A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의 깔끔한 피칭을 선보이며 다음주 혹은 다다음주의 메이저리그 복귀를 예고했다. 1경기를 던진후 부상자 명단에 올라 개점휴업상태였던 메츠의 스티븐 마츠 역시 리햅 경기에서 5이닝 8K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복귀 준비를 끝냈다.
무너진 휴스턴 마운드가 건진 뜻밖의 수확
브래드 피콕은 마이너리그 시절 꽤나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특히 2011년 더블 A무대에서 10승 2패 평균 자책점 2.01, K/9 11.77을 기록하면서 일약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선수로 떠올랐다. 당시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를 전미 36위의 유망주로 선정했었다. 하지만 11년 지오 곤잘레스 트레이드, 13년 크리스 카터 트레이드 등 2번의 트레이드를 거치면서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14년 ‘탱킹’에 가까운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4승 9패 4.7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것이 커리어 최고의 기록. 하지만 이후 부상에 신음하며 마이너를 떠돌았다. 마이너 옵션이 모두 소진된 올시즌을 앞두고는 아시아권의 팀들이 외국인 투수로 영입을 노린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끝에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합류한 그는 올 시즌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0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결국 2번째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아 내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 등판하게 되었다. 현재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며 질주하고 있지만, 선발 투수진에 골칫거리다. 여기에 1선발 댈러스 카이클과 3선발 찰리 모튼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감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브래드 피콕이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린다면 선발 로테이션 입성은 꿈 같은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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