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야구용품 매장, 롤링스 익스피리언스

< 사진 출처 = Explore St. Louis >

세인트루이스는 19세기 미국에서는 손꼽히는 대도시였다. 미국 개발사를 돌아보면 미시시피강 서쪽에 처음으로 철도역이 생긴 도시가 세인트루이스였고, 넓은 강을 따라 이뤄진 내륙 수운 덕분에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많은 사람이 모였던 장소였다. 제법 도시에 힘이 있었기에 스스로 숙명의 라이벌이라 불렀던 시카고로부터 올림픽 개최권을 빼앗아 1904 3 올림픽을 개최하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자연스럽게 19세기 미국 동부에서 대세 스포츠로 떠오르던 야구와 연결되었다. 동부에서 건너온 많은 이주민이 야구를 가져왔고, 1875 미국 최초의 프로 야구 리그인 미국 프로야구 선수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Professional Base Ball Players) 설립되었을 당시엔 팀이 리그에 참여했다. 20세기 전반기까지 세인트루이스에는 MLB 팀이 개나 있었다. 지금도 남아있는 카디널스(Cardinals) 밀워키에서 이주해 터를 잡았다가 지금은 볼티모어로 넘어간 브라운스(Browns)였다.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가 되면서 세인트루이스에선 야구 관련 산업이 성장했고, 당시부터 내려온 회사는 지금은 세계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로 활약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 리그인 MLB 공인구를 독점 납품하며, 수많은 메이저리그 선수가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다. 1887 세인트루이스에서 글러브 제작 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 최고의 야구용품 업체 하나로 발전한 롤링스(Rawlings)이다.

2024 4 12 롤링스가 야구 박물관이면서 각종 장비를 고객이 직접 체험하면서 구매할 있는 롤링스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 롤링스 익스피리언스(Rawlings Experience)를 열었다.

 

야구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롤링스 익스피리언스는 4,050 외부 공간과 2층짜리 1,300 공간으로 이뤄진 대형 시설이다. 매장 밖에는 금색으로 칠해진 2.44m 지름의 대형 야구공과 각종 스포츠 행사를 단체관람할 있는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있다. 방망이로 만들어진 손잡이를 밀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속살이 드러난 대형 야구공이다. 1978년부터 MLB 공인구를 독점적으로 납품한 롤링스의 자존심을 상징하듯이, 자사의 야구공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한쪽 벽에는 롤링스가 특정한 날을 기념해 특수제작한 공인구 수백 개가 전시되어 있다.

< 야구공 단면을 설명한 전시 >

매장 가운데엔 롤링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드 글러브(Gold Glove) 전시관이 있다. 가운데 거대한 황금장갑이 있고 뒤에는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의 골드 글러브 플래티넘 글러브 트로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23 내셔널 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분의 수상자인 김하성의 이름도 새로운 매장에 당당하게 새겨졌다. 전시관 내부에는 골드 글러브를 통산 10 이상 수상한 전설적인 선수들을 기리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골드 글러브 전시관. 전시된 모형 트로피들은 2023년 수상자들의 것이다 >

1 안쪽으로 들어가면 롤링스가 현재 판매하는 다양한 글러브 모델들과 함께 글러브를 자기 입맛에 맞춰서 주문 제작할 있는 공간이 있다. 소비자들은 롤링스가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가죽과 색깔을 직접 느끼면서 원하는 모양과 색깔의 글러브를 시착해보거나 주문할 있다.

< 커스텀 글러브 섹션. 구매할 수 있는 모델과 가죽과 실제 색깔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

 

시장에 출시된 모든 배트를 체험한다

롤링스의 목재 배트는 이름값에 비해 MLB 레벨에서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낮다. Bat Digest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4 MLB 개막일 기준 롤링스 나무 배트를 사용한 선수는 명이다. 그러나 롤링스 배트의 핵심 고객층은 아마추어 야구와 소프트볼 선수다. BBCOR 배트를 사용하는 2023 NCAA 칼리지 월드 시리즈(College World Series)에서 롤링스와 이스턴 배트를 사용한 선수의 비율은 32%였다. 중학생 이하가 주로 사용하는 USSSA 배트의 경우 2023 자회사 이스턴(Easton) 브랜드로 출시한 하이프 파이어(Hype Fire) 광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장을 독식했고, 소프트볼의 경우 2020 4 ~ 2022 9 시장의 65%가 이스턴 배트였다.

< 이스턴(Easton) 배트의 연혁. 이스턴은 2021년 롤링스에 합병되었다 >

롤링스 익스피리언스의 다른 특징은 롤링스 그리고 이스턴이 시장에 현재 판매 중인 모든 비목재 배트를 시험해 있다는 것이다. 매장 2층에는 티배팅을 있는 케이지 곳과 힛트랙스(HitTrax) 설치된 곳이 있어 고객들이 배트가 자기와 맞는지를 확인할 있다. 고객인 유청소년이 다양한 길이와 무게, 밸런스를 가진 배트를 마음껏 휘둘러보고 구매할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 힛트랙스(HitTrax) 케이지 안에서 배트를 시험해 보는 한 청소년 >

< 티배팅 케이지 안에는 야구공과 소프트볼공이 모두 갖춰져 있다 >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방식

20세기 미국 야구용품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와 같았다면, 21세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흐름으로 획일화 및 온라인화되었다.

첫째,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대기업이 특정 분야를 전문하는 중견기업을 하나둘 삼키면서 종합 장비 업체가 되었다.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글러브가 주력이던 윌슨(Wilson) 배트가 주력인 드마리니(DeMarini) 루이빌 슬러거(Louisville Slugger) 각각 2000년과 2015년에 인수했고, 2016년에는 보호장비가 전문인 이보실드(EvoShield) 흡수했다. 2018 MLB 자회사가 롤링스는 전술했듯이 2021 배트 전문 이스턴을 합병했다. 마루치(Marucci) 2017 빅투스(Victus), 2021 리자드 스킨스(Lizard Skins)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둘째는 e커머스와 택배 물류의 활성화로 인해 상품 판매의 방식의 전환이 이뤄졌고, 자연스럽게 지근거리의 지역 중소업체들보다는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었다. 거기에다가 코로나19 인해 야구와 소프트볼이 멈추자 지역 곳곳에 있는 소기업 상당수는 악화된 재정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소수의 대기업이 야구와 소프트볼 장비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은 가운데 이들은 독립적인 매장이나 체인점을 운영하기보단 온라인 판매와 딕스(DICK’S) 같은 대형 스포츠 용품 매장에 납품하는 방식으로만 운영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롤링스의 이런 시도는 어쩌면 시대를 역행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출발지에서 새로운 시도를

좁은 의미의 세인트루이스의 인구는 세인트루이스시(City of St. Louis) 세인트루이스 카운티(St. Louis County) 인구를 합한 130 명이다. 세인트루이스를 생활권으로 하는 광역 지역을 아우르더라도 인구수는 280 명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미국 전역의 대도시 생활권을 인구수 순위로 놨을 23위밖에 되지 않는다. 세인트루이스는 오프라인 소매 매장이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치하기엔 제법 순위가 밀리는 도시이다.

그런데도 롤링스는 LA, 뉴욕, 시카고 등 대형 도시들을 제치고 세인트루이스에 이 매장을 설치했다. 왜냐하면 지난 140 가까운 시간 동안 롤링스의 지배 구조는 다양하게 바뀌었지만, 롤링스는 여전히 세인트루이스에 주요 시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를 포함해 배트와 헬멧 제조 공장, R&D 시설, 물류 센터 기업의 핵심 조직이 세인트루이스에 있다.

롤링스 브랜드 스포츠 마케팅 부회장 에릭 라인스펠더(Eric Reinsfelder) 지역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세인트루이스에서 출발한 롤링스가 자사가 세인트루이스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었고, 동시에 외지 사람들도 끌어들일 있는 매력적이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매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롤링스 익스피리언스가 흑자 사업일지 아닐지, 얼마나 많은 유무형의 이익을 가져다줄 있을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다른 유통업계에서는 고객 체험형 매장이 제법 보급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구 업계의 이케아(IKEA)를 들 수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판매 방식이 미래의 방식이란 의견도 제시한다. 롤링스는 미국에서 야구용품 업체중 최초로 다른 기업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움을 선보였다. 신선한 충격으로 업계와 소비자에게 다가온 롤링스의 실험은 성공으로 끝날 있을까?

 

참고 = Explore St. Louis, Bat Digest, Flo Softball, KMOX. Storefront

별도 표기하지 않은 사진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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