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공소에서 매주 월요일 ‘미완의 대기’들에 관한 소식을 전합니다.
메이저리그 승격을 맛본 선수들
지난주에 2명의 A급 유망주가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브래들리 짐머(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앤서니 알포드(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짐머는 14년 드래프트 1라운드 21번에 지명된 선수이다. 당시 12년 드래프트 1라운드 5번픽인 카일 짐머(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친동생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후 같은 팀의 외야 유망주 클린트 프래지어(현 뉴욕 양키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순조로운 성장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클린트 프래지어가 앤드류 밀러 트레이드의 대가로 팀을 떠난 이후에는 더 이상의 경쟁 상대가 없는 팀 외야의 확실한 미래로 여겨졌다. 메이저리그 승격은 단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였다.
클리블랜드 외야의 실망스러운 상황 역시 그의 빠른 승격을 도왔다. 팀의 주전 중견수를 맡아줄 것이라 믿었던 타일러 네이퀸(6경기 .235/.278/.294)은 부진 끝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그의 백업 역할을 맡아주어야 할 브랜든 가이어(21경기 .182/.237/.291), 아브라함 알몬테(33경기 .221/.323/.337)등 역시도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고육지책으로 우익수 로니 치즌홀을 중견수로 기용했지만, 그는 중견수 위치를 영 어색해했다.
일단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짐머의 첫 주 모습은 기대이상이다. 5경기에서 4안타 1홈런 1도루를 기록하며 .267/.389/.533의 비율 스탯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연착륙의 관건은 삼진율을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느냐이다. 15타석에 들어서 8개의 삼진을 당한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30%를 웃도는 높은 삼진율을 기록했다.
알포드는 독특한 스토리를 갖춘 선수다. 12년 드래프트 당시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트윈스)과 함께 최고의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로 꼽혔다. mlb닷컴, 베이스볼아메리카 등은 그를 그해 드래프트 자원 중 30위권의 선수로 분류했다. 하지만 풋볼에도 큰 재능을 보인다는 점이 오히려 프로행의 걸림돌이었다. 소속팀의 쿼터백으로 대활약을 펼치며 명문 남미시시피 대학의 장학생으로 입학 허가를 받은 것이다. 결국, 낮은 계약 가능성 때문에 3라운드에 가서야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지명을 받는다. 토론토는 그가 대학을 다니며 풋볼을 병행해도 괜찮다는 조건을 걸었고, 결국 75만 달러에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계약 조건으로 인해 그는 풋볼에 더 집중했고, 야구 경기는 2년 반 동안 단 25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알포드가 야구에 집중하게 된 것은 의외의 사건 때문이었다. 대학 내 총기 문제와 연루되며 풋볼 장학금의 지급이 취소된 것. 그는 다른 대학으로 전학을 갔지만, 원래 포지션인 쿼터백이 아닌 수비적인 포지션에서 뛰어야 하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족의 금전적인 문제까지 겹치게 되며 풋볼을 포기하고 야구에 집중하기로 한다. 소속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장에서는 뜻밖의 이득을 보게 된 셈.
야구에만 집중하게 된 그의 모습은 대단했다. 싱글 A 두 단계를 거치며 .298/.398/.421 4홈런 27도루를 기록했다. 특히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출루 능력이었다. 실전 야구 경험이 극히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어프로치를 선보이며 타율보다 1할이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뛰어난 중견수 수비 능력은 같은 팀의 마이너리거였던 케빈 필라, 달튼 폼페이 등을 능가한다는 평가였다. 15년 말 이적 시장 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데이빗 프라이스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호아킴 소리아 등의 다른 추가 자원들을 덤으로 제시하며 알포드까지 데려가려했지만, 토론토 구단은 끝끝내 그를 지켜냈다.
지난해는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며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지만, 올 시즌은 완벽히 부활한 모양새다. 더블 A에서 33경기에 출장해 .325/.411/.455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 끝에 결국 트리플 A를 건너뛰고 메이저리그 직행 티켓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포드의 승격은 짐머와는 달리 일시적인 움직임일 확률이 높다. 주전 중견수 케빈 필라의 징계, 좌익수 스티브 피어스의 부상 등으로 인한 빈자리를 잠시 메꾸기 위해서 이루어진 이동이기 때문이다. 실제 승격 이후 2경기에서 대타나 대주자 위주로 출전했다.
한편 전미 2위 유망주로 꼽히는 글레이버 토레스(뉴욕 양키스)는 트리플 A로 승격되며 메이저리그 승격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더블 A에서의 성적은 31경기 .277/.363/.504였다.
놀라운 활약을 펼친 마이너리거
지난주 최고의 활약을 펼친 마이너리거는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 A팀의 1루수 리스 호스킨스다. 한 주간 .318/.467/1.000의 괴물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개막 42경기 만에 벌써 1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사실 호스킨스의 이런 활약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풀타임 첫 해였던 15년 싱글 A에서 17개의 홈런과 .319/.395/.518의 비율 스탯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더블 A 135경기에서 무려 38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스카우트들은 부족한 운동신경과 수비능력, 기괴한 레그킥 동작,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 환경 등 갖가지 이유를 들며 그를 평가절하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베이스볼아메리카는 그를 팀 내 6위, mlb닷컴은 팀 내 13위 유망주로 선정했다. 마치 수년 전 폴 골드슈미트를 둔 세간의 평가를 보는듯하다.
하지만 올 시즌 호스킨스는 이런 모든 의문 부호를 떨쳐내고 있다. 홈과 원정, 좌투수와 우투수를 가리지 않고 모두 맹폭하고 있다. 현재 팀의 주전 1루수인 토미 조셉은 잠재력이 크지 않은 징검다리형 1루수이다. 이제 그의 메이저리그 승격은 임박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기세를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위 마이너리그에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활약이 두드려졌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한만두’의 주역인 페르난도 타티스의 아들이다. 1999년생으로 1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70만 달러에 계약했고, 제임스 쉴즈 트레이드 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이적했다. 계약 당시 뛰어난 어깨로 주목받던 유격수 유망주였지만, 프로 데뷔 이후 벌크업에 성공하면서 힘이 실린 타구를 때려내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로우 싱글 A에서 41경기 .285/.367/.481 6홈런. 어린 나이를 생각한다면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기록이다.
드디어 터지나? 08년 1라운더 1루수들의 반란
08년 드래프트는 역대 최고의 1루수 풍년으로 꼽혔다. 대학 무대를 평정한 수준급 1루수들이 대거 쏟아져나왔고, 고교무대 최고의 타자 역시 1루수였기 때문. 그 결과 1라운드 18픽까지 5명의 1루수가 지명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 그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고교 최고의 타자로 불리던 에릭 호스머만이 주전으로 안착했을 뿐, 다른 선수들은 팀의 주전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방황했다.
하지만 올 시즌 두 대졸 1루수가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욘더 알론소(오클랜드 애슬래틱스)와 저스틴 스모크(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각각 12개와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아메리칸리그 1루수 중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알론소의 경우 올 시즌 타구의 발사 각도를 조정하며 성적이 급상승했다. 과거 출루에 집착하는 단타 위주의 1루수였던 그는 올 시즌 공을 띄우는데 집중하면서(발사각도 10도 -> 21도로 상승) 장타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모양새다. 스모크의 활약은 어찌보면 예견된 반전이다. 그는 지난해 이미 89.6마일의 타구 속도, 17.7도의 발사 각도, 72.1%의 컨택트 퍼센트를 기록했었다. 이는 프레디 프리먼, 마크 트럼보, JD 마르티네즈 등과 흡사한 슬러거로서 이상적인 수치다. 팬그래프의 제프 설리반은 올시즌 스모크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는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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